달서구청장 선거법 위반 증인 심문···‘내가 당선시켰다’던 그는 왜?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증인 심문 최소 2차례 진행될 듯···치열한 법적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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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태훈 달서구청장 재판 증인심문에서 엇갈린 주장이 계속되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이뤄지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함께 기소된 A 씨가 증인으로 나서 이 구청장과 관계와 상황 등을 설명했고, 변호인 측은 A 씨가 구청장에게 앙심을 품고 음해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 심문은 5시간 가량 진행됐다.

9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임동한)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 첫 증인 심문이 이뤄졌다. 증인으로 나온 A 씨는 이태훈 구청장에게 현금 및 식사 대접을 받은 동시에 구청장 선거 활동 비용을 대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 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 구청장과 함께 기소된 상황이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2021년 11월 달서구청장실에서 A 씨에게 현금 20만 원을 건네고, 2022년 1월에는 4만 1,500원 상당 음식물 제공 및 지지 호소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또 2018년 3월 18일 한 스튜디오에서 선거공보물 촬영을 하면서 A 씨에게 강아지 모델료 30만 원을 견주에게 대신 납부하도록 해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증인 심문을 통해 이 구청장과 A 씨의 친분 정도와 A 씨의 선거 당시 역할을 확인하는데 중점을 뒀다. 반면 변호인 측은 A 씨의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A 씨는 선거컨설팅과 탄성포장재 업체 등을 운영했고, B 매체 등에서 일한 것으로 확인된다.

A 씨는 “피고인 이태훈 구청장과 2016년 경선 당시부터 선거 컨설팅을 해주면서 알게 됐고, TV토론이나 선거와 정당 내 인맥 관련해서 내가 도움을 많이 줬다. 중앙정치 인맥도 내가 연결해 줬다”며 “중앙정치에 연이 없어서 경선에서 탈락할까 많이 불안해 했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의 비선조직에 상당히 휘둘리고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옷장에서 돈을 꺼내 내 윗옷 주머니에 넣어줬고, 나중에 보니 5만 원권 4장이었다. 어머니께 고기 사드리라면서 돈을 줬고, 어머니에게 구청장이 돈을 준 사실을 말했다”며 “식사 자리 역시 구청장 업무추진비로 기자간담회라고 지출됐는데, 전혀 그런 자리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구청장 변호인 측은 “증인은 2018년 6월 선거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이태훈을 구청장에 당선시켰다’고 과시하고 다니지 않았냐. 2019년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증인의 업체가 달서구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증인은 종종 구청장실을 방문했고, 거짓 박사학위 논문을 만들어 이 구청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며 “달서구 내 아파트 사업을 하려던 이들에게 피고인의 선거운동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고 받은 사실을 피고인이 알게 됐다. 피고인은 일련의 상황으로 증인을 신뢰할 수 없어서 선거 캠프에서 역할을 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증인은 피고인에게 적대적인 공무원과 전 구의원, 기자 등이 있는 자리에서 ‘달서구청에서 회사에 전화해 나를 모함하는 바람에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고 말한 녹취록이 있다”며 “그래서 앙심을 품고 피고인을 음해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A 씨는 “제 잘못이 있으면 받겠다.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면서 “변호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지나친 억측이 많다. 돈을 받은 사실과 관련해서는 선거 자금이 아닌 차용증을 쓰고 개인적으로 돈을 빌렸다”고 반박했다.

다음 재판은 내달 20일 오후에 열리고, 증인 심문이 계속된다. A 씨의 어머니와 선거공보물 촬영 모델 강아지의 견주, 식사 자리에 동석했던 당시 기자 및 참석자 등이 심문 대상이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A 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A 씨에게 벌금 80만 원을 구형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