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분신 건설노동자 추모문화제···“명백한 살인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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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습니다. 힘들게, 끈질기게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데 혼자 편한 선택을 한 지 모르겠습니다. 함께 해서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 故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유서 중

9일 저녁 7시 대구 2.28 기념중앙공원 분향소 앞에서 ‘故 양회동 열사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경본부 조합원 250여 명은 ‘건설노조 탄압 중단,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윤석열 정권 퇴진’을 구호로 외치며 故 양회동 건설노동자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건설노조 대경본부는 오늘부터 분향소 철거 날까지 매일 저녁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9일 오후 7시 대구 2.28 기념중앙공원 분향소 앞에서 ‘故 양회동 열사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故 양회동 건설노동자의 유서에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본인은 돌에 맞아 죽는다 했다. 먹고 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오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억울하고 창피하다.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돼야 하는가. 제발 윤석열 정권 무너뜨려 달라”고 적힌 걸로 알려졌다.

김세중 건설노조 대경본부 사무국장은 “5월 2일 추가로 정당과 노동조합에 보낸 열사의 유서가 발견됐다. 여기에는 윤석열 정부의 부당함에 항의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유족은 열사의 유지를 받아 노동조합에 모든 장례 일정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노동조합은 전국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진행했고 5월 16~17일 1박 2일간 전 조합원 상경투쟁을 계획하고 있다”며 경과를 보고했다.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2.28 기념중앙공원을 찾은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분향소에서 헌화를 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본부장은 “양회동 지대장은 쌍둥이 아들, 딸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2015년 건설노동자로 입문했다. 2006년 대구의 건설노동자들이 기억나는가. 10만 원도 안 되는 일당을 받으면서 산재도, 체불임금도 해결이 안 되는 현장에 있었다. 때문에 당시 대구지역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투쟁했다. 먼저 조합원을 직접 고용했고, 단체 협약을 체결했으며 매년 임금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무엇을 잘못했는가. 건설현장에서 또다시 피눈물 흘리고, 건설현장에서 내 자식이 막노동꾼, 노가다 이야기를 듣는 세상이 되는 것인가. 함께 분노하자.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중 건설노조 대경본부 대의원은 “윤석열 정권은 최고 권력자가 최고의 서민에게 칼을 들이댔다. 명백한 살인정권이다. 참담하다”며 “양회동 열사가 얼마나 억울했으면, 분노했으면 자기 몸에 불을 붙였겠는가. 새롭게 들어온 동지들과 우리가 앞으로 새로운 역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故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했다. 8일 대구 진보정당과 노조·시민단체는 2·28기념중앙공원에 故 양회동 추모 분향소를 설치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분향소는 약 2주간 지속될 예정이다. (관련 기사=건설노동자 분신 사망···대구 추모 분향소 운영 시작 (‘23.05.08.))

김보현 기자
bh@new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