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경북민심번역기] 한국당 대안 없는 늙은 도시 군위

늙은 도시 군위, 평균연령 54.8세, 65세 이상 37.5%
더불어민주당 대신 대한애국당 대안으로 삼은 70세 남성
“더불어민주당은 아니고요. 정서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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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2 12:50 | 최종 업데이트 2018-06-18 13:28

아이러니다. 아르바이트 하는 편의점 ‘폐기’를 주식 삼으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주인공이 “배가 고파서” 되돌아간 고향이 경북 군위라는 건. 영화는 의성과 군위의 아름다운 풍경과 먹음직스러운 음식들로 ‘힐링’을 제공했다. 어쩌면 드넓은 군위군 어딘가에는 김태리처럼, 류준열처럼, 살아가는 청춘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뉴스민>이 찾아간 군위에선 김태리와 류준열은 만날 수 없었다.

군위는 늙은 도시다. 과격하게는 소멸하는 도시라고도 표현한다. 평균연령 54.8세(2015년 기준)로 의성(55.3세)에 이어 경북에서 두번째로 높다. 65세 인구도 37.5%로 의성(38.2%) 다음으로 높다. 반면 2~30대 인구는 14%로, 의성(13.2%), 영양(13.4%) 다음으로 낮다.

영화 속 주인공의 고향 미성리는 군위 우보면에 있고, 우보면은 65세이상 인구 46.7%, 2~30대 인구 10.5%, 평균연령 60.1세로 더 늙었다. 주인공과 그의 오래된 친구가 마주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던 화본역 역전상회는 산성면에 있고, 이곳은 우보면 보다도 더 늙었다. 65세이상은 50.7%, 평균연령 61.9세. 2~30대 8.8%.

늙은 도시 군위, 평균연령 54.8세, 65세 이상 37.5%
보수 도시 군위, 박근혜-홍준표 전국 최고 득표율
포기한 도시 군위? 민주-진보정당 지방선거 출마 無

‘늙었다’는 사실은 어쩌면 군위군이 최근 몇 년 동안 있었던 선거에서 보여준 선택의 알리바이가 될지도 모른다. 군위는 굳건한 ‘보수의 도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조기에 치러진 지난해 대선에서도 군위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지(66.4%)를 보여줬다. 2012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군위에서 87.2%, 전국 최고 득표율을 보였다.

변함없는 군위의 선택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를 따져보면 아무래도 ‘늙음’이 가장 손 쉬운 원인이다. <뉴스민>이 경북민심번역기 네 번째 방문지로 군위를 찾았을 때도, ‘늙음’은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가장 도드라진 특징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오랜 시간 이들의 답지에는 한 가지 답안 말곤 선택할 게 없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순 없어보였다.

1995년 지방선거가 실시된 후 2014년 6회 지방선거까지 군위에선 민주당이나 진보정당 후보가 출마한 기록이 없다. 경북에서 유일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현재까지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으로 군위에서 출마 뜻을 피력한 후보는 없다. <뉴스민>이 지난달 30일 군위를 찾아 만난 주민들은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정당 이외에 다른 정당을 언급하는 걸 어색해했다. 조원진 국회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해 만든 대한애국당을 대안으론 거론하더라도 민주당은 ‘정서가 그랬다(호감이 안간다)’.

더불어민주당 대신 대한애국당 대안으로 삼은 70세 남성
“더불어민주당은 아니고요. 정서가 그래요”

▲역전상회에서 불과 100m 떨어진 너른 공터에는 ‘내 고향 군위는 내가지킨다. K-2는 절대 안 돼’라고 쓴 현수막을 길게 메단 비닐하우스 한 동이 있다.

<뉴스민>은 산성면 화본역에서부터 군위 ‘민심 번역’을 시작했다. 김태리는 몰랐겠지만, 산성면과 우보면은 최근 몇 년 동안 공항 문제로 시끄럽다. 군수는 소멸 위험에 처한 도시를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대구 민군통합공항 이전 유치를 추진했다. 역전상회에서 불과 100m 떨어진 너른 공터에는 ‘내 고향 군위는 내가지킨다. K-2는 절대 안 돼’라고 쓴 현수막을 길게 매단 비닐하우스 한 동이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이정식(70) 씨가 혼자 자리를 지키며 신문을 보고 있었다. 이 씨는 K-2 통합공항 유치 반대 추진위원회 산성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씨는 약 20분간 나눈 대화에서 ‘민족’을 일곱차례 언급했다. “우리 민족이 사용할 비행장을”, “우리는 5천년 문화 민족”, “민족이 발전하는데 도움 되어야” 따위의 발언에서 이 씨는 통합공항 이전의 ‘민족적’ 부당함을 설파하려 했다. 이 씨는 정당들을 비판하는데도 ‘민족’을 사용했다. 이 씨는 “민족 정기가 중요한데, 지금 당들을 보세요. 당리당략으로 가요. 정말 민족을 생각하는게 약해요”라고 말했다. ‘민족’은 이 씨가 생각하는 가장 큰 ‘대의’로 보였다.

이 씨는 통합 공항 이전 문제를 다루면서 견제 없이 독주하는 지역의 정치권력 문제를 인지한 듯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씨가 찾는 새로운 대안이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이 되는 건 아니었다. 이 씨가 한국당 대신 대안으로 언급한 정당은 놀랍게도 중앙 정치권에선 거의 존재감이 없는 대한애국당이다.

“전부 (자유한국당)일색이에요. 저희가 아는 민주주의는 단체장이 인사권, 예산권 갖고 있으면, 의회가 정말 잘하는지 지켜보고 하는건데, 이건 뭐 전부 한 통속이 되어 가지고 전혀 그런 게 없었어요. 제가 너무 마음이 안 좋아서, 요즘엔 대구 조원진 의원이 하는 애국당에 가입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져봤어요. 그렇다고 해서 더불어민주당은 아니고요”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면서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보다 탄핵된 대통령을 복권하라고 요구하는 원내 1석 대한애국당이 이 씨에겐 더 큰 대안 세력으로 보인 셈이다. 이 씨는 민주당은 아닌 이유를 “정서가 그렇다”는 말로 설명했다. 이 씨는 “전국 득표율 1등(박근혜) 했는데, 아직도 향수라고 할까요. 민주당은 아직 안 내키고요”라고 거듭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씨와 대화가 끝난 후 조금 더 둘러본 산성면에선 관광객이나 공사 인부를 제외하면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른 시간 때문이었는지, 마을 노인들의 사랑방인 마을회관도 텅 비었다. 지난해부터 진행중인 도로 정비 공사도 영향을 미친 듯 했다. 역전상회 주인은 “작년부터 공사하는데, 언제끝나는지, 언기증(지겹다) 난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길이 파헤쳐지고, 간간히 공사 차량이 도로를 지나다녔다.

▲이정식 씨는 자유한국당을 대신할 대안으로 대한애국당을 꼽았다.

한국당 공천 심사는 통과 의례?
과거부터 이어지는 군위의 보수성?
다른 정당 활동하면, 변화도 가능?

군위읍내로 이동해 주민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군위읍 내 군위전통시장은 3일과 8일에 장이 선다. 30일은 장이 서지 않는 날, 많은 점포가 문을 닫고 영업을 쉬었다.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2~30대 젊은 사람들을 만나긴 쉽진 않았다. 평일 낮 시간대에 길거리에서 젊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게 어불성설이긴 했다.

이진호(82) 씨를 만난 건 시장에서 조금 떨어진 문구점에서였다. 김영만 군수를 포함해 선거 출마 후보 사무소가 곳곳에 자리잡은 군위읍내 최고 번화가에 자리 잡은 문구점이었다. 이 씨는 한국당이 집권하던 시기에 군위가 꽤 많은 발전을 했다고 믿으면서 공항 이전에도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금까지 보면, 경북이고 군위고, 경북 전체를 보면, 지금 현재 자유한국당이 여당할 때 발전도 많이 시켜줬잖아요. 산업도 그렇고, 군위도 많이 달라졌어요. 박정희 대통령도 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항도 전체적으론 많이 환영을 해요. 매스컴을 보면 1개 시 인구가 따라온다고 하거든요. 그러면 예산도 그만큼 따라오니까 절대적으로 유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이 씨는 당을 초월해서 정말 군위를 위해 일할 사람을 뽑을거라고 이야기했다. ‘당을 초월한다’는 표현은 조금만 더 이야길 나눠보면 ‘한국당 외에는 찍을 당이 없다’라는 말이기도 했다.

이 씨는 당을 왜 안 보냐는 물음에 “경북 지방은 뭐, 자유한국당이라는 건 굳어진 거 아니에요? 그걸 떠나서, 한국당에서 철저히 심사해서 추천할 거잖아요. 저는 그걸 참작하면서도 반드시 인물, 군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을 지지하려고 해요”라고 설명했다. 군위에서 선출직 공직에 나아가려면 한국당 공천 심사는 통과 의례 쯤으로 여기는 듯 했다.

이 씨는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이 군위에서 출마하지 않는 것을 두고 “보편적으로 보면 군위 토박이들 위주로 당도 조직돼 있거든요”라면서 “한국당이나 국민의당이나 민주당이나 인재가 나오면 국가를 위해 해줘도(뽑아줘도) 당연하긴 한데. 보편적으로 여론은 안 그렇거든요”라고 군위의 한국당 강세 경향을 지역에서 오랫동안 형성된 ‘여론’으로 추정했다.

▲군위군 중앙통, 곳곳에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 선거사무소가 보인다.

홍영기(60) 씨도 비슷하게 내다봤다. 홍 씨는 “다른 정당은 정착하기 어려울 거 같다. 우리 지역이 보수성향을 많이 갖고 있어요”라며 “옛날부터 농경 사회, 씨족 사회 같은 성 씨들 씨족 사회가 되어서 그런 게 있지 않을까”라고 군위의 보수성을 과거에서부터 이어진 것으로 설명했다.

다만 홍 씨는 “지금까진 정착이 힘들어서 다른 정당이 안 오는 것 같은데, 앞으로 세대도 바뀌니까 변화가 안 있겠나? 전에 무소속으로 당선된 사례도 있고, 전국적으로 이 지역이 노령 인구가 많아서 기존 정당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변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군위의 변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홍 씨가 언급한 변화 가능성에는 다른 정당들도 활동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아직 군위는 전제를 충족할 상황이 안 된다. 한국당 공천이 불발된 군수 후보들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뿐 다른 정당을 대안으로 찾아들어가지 않는다. 무소속이 더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군위 군수는 6차례 선거에서 4번이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2~4회 3선에 성공한 박영언 전 군수는 2회와 4회에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2회 당선 후 3회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에 입당했고, 4회 선거 당선 이후에도 2007년 한나라당에 재입당 했다. 김영만 군수 역시 지난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했지만, 2016년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금의환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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