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경북민심번역기] ‘모난 돌’이 정 맞는 영덕?

‘경북민심번역기’ 열 번째 방문지 경북 영덕
19대 대선 홍준표 전국 세 번째 높은 득표
“사람들이 내놓고 얘기는 못 해도 요번엔 바뀌어야···”
“이런 거 이야기하면, 그런 거(불이익)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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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5 18:37 | 최종 업데이트 2018-05-25 18:39

“열악한 농촌 지역에 순수하게 민을 대변하는,
관을 견제할 수 있는 작은 단체라도 생겼으면 좋겠거든요”

“영덕에는 그런 단체가 없어요?”

“옛날에는 인구가 많고 이래서 ‘영근회’라든지,
순수한 지역민 조직이 있었는데, 단체 회원들 나이가 들고 고령화되고,
젊은 사람들이 이런데 참여하면 경제적 타격도 있고,
장사하는데 눈치를 보고 이러니까 가입을 못하는 거예요”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네요?”

“맞습니다.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여기는 어떻게 보면 도시와 다르게 공동체잖아요?
모두가 따르는 규율이나 기준이 있으면 그걸 벗어난,
예를 들어서 원전 반대 운동도 마찬가지잖아요.
‘아니 국가에서 하라면 하면 되지, 그걸 나서야 돼?’
속담 중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있잖아요. 그 속담이 사람들한테 내면화돼 버렸어요”

대학 진학을 하면서 고향을 떠났던 권태용(46) 씨는 5년 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고향땅은 정겨우면서도 낯설었다. 어렸을 땐 보지 못했던 풍경이 권 씨 눈에 들기 시작했다. <뉴스민> 6.13 지방선거 기획 ‘경북민심번역기’ 열 번째 방문지로 찾은 권 씨의 고향은 대게로 유명한 경북 영덕이다.

▲권태용 씨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주민들에게 내면화돼 있다는 표현으로 영덕 분위기를 설명했다.

‘경북민심번역기’ 열 번째 방문지 경북 영덕
19대 대선 홍준표 전국 세 번째 높은 득표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 내면화?

영덕도 경북 여느 도시처럼 정치적으로 보수성이 짙은 도시다. 역대 군수는 모두 민주자유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자유한국당이 독식했다. 광역의회나 기초의회도 자유한국당이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지난 대선만 놓고 살펴봐도 영덕은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이 경북에서 세 번째(14.6%)로 낮은 도시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득표율은 63%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다. 18대 대선에선 박근혜에게 87.1%를 몰아줬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이다. 이른바 견고한 ‘보수텃밭’이다.

지난 17일 영덕에서 만난 주민들은 당연하게도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뚜렷하게 드러난 이들의 특징은 ‘주저함’이다. 이들은 앞서 방문한 경북의 다른 도시 주민들과 다르게 ‘이런 이야길 해도 되는 건가?’하는 주저함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권 씨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주민들에게 내면화돼 있다는 표현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농어촌 도시 특유의 속성이거나 자영업 종사자가 많은 도시의 속성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영덕은 2015년 기준 취업인구 중 38.1%가 농·어·임업에 종사하는 농어촌 도시인 데다 43.9%가 자영업자인 도시다. 경북 전체 농·어·임업 종사자가 21.7%고 자영업자가 30.1%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농어촌 도시의 좁은 인간 관계에서 굳이 모난 이야기를 하지 않거나, 어쩌면 고객이 될 수 있는 사람들 앞에서 굳이 모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식인거다.

▲<뉴스민> 6.13지방선거 경북민심번역기 열 번째 방문지는 경북 영덕이다.

영덕에서 노무사 사무실을 연 권 씨는 몸으로 ‘모난 돌’ 없는 고향을 경험하고 있었다. 권 씨는 산업 구조상 노무사가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걸 차지하고도 일거리가 없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권 씨는 “웬만하면 옆집 형님 아들이고 이웃이다. 지역 내에서 송사로 사건을 풀려고 하지 않는다. 송사로 풀어야 할 일이면 밖으로 들고 나간다”고 말했다.

“1번은 장성욱, 2번은 이희진, 둘 다 아들 친구”
“사람들이 내놓고 얘기는 못 해도 요번엔 바뀌어야···”
“이런 거 이야기하면, 그런 거(불이익) 없죠?”

실제로 이날 만난 주민들은 ‘모난’ 이야기하기를 크게 반기지 않았다. 특히 ‘선거’를 주제로 이야길 나누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옆집 형님 아들’은 선거에서도 당연히 효과를 드러낸다.

영해만세시장에서 수산물 난전을 하는 80대 여성 손 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선거에 갈 것”이라면서 마음에 드는 후보를 정했냐는 물음에 “아직 한 달 남아서 지정은 안 했지. 군수 1번은 장성욱이고, 2번은 이희진 씨 아니냐”고 말했다. 80대 손 씨에게 두 후보는 ‘아들 친구’였다. 손 씨는 어떻게 다 잘 알고 있으시다는 물음에 “다 알지, 아들 친군데”라고 답했다.

손 씨는 장성욱, 이희진 후보가 어느 정당 후보로 나섰는지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지만, “두 사람 차이가 뭔 것 같냐”거나 “한국당 후보가 왜 많이 나오는 것 같냐”는 구체적인 물음에는 “나이가 많아서 모른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만세시장에서 수산업을 하는 이희중(57) 씨도 비슷했다. 이 씨는 “영업을 하다 보니까 어떤 사람은 요번에 바뀌어야 안 되겠냐는 이야길 해요. 사람들이 내놓고 얘기는 못 해도”라면서 ‘손님들 이야기’라는 걸 전제하면서 ‘변화’를 이야기했다.

“그걸 왜 내놓고 이야길 못해요?”

“아, 이건 지역 정서 아니겠어요?
민주당, 광주, 경상도, 전라도 이런,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지역감정이라나, 이런 거 때문에”

“그건 왜 그럴까요?”

“오랫동안 정서적으로 우(위)에서부터 시작해서 보수 쪽으로 오던, 그런.
원래 경상도 사람들이 고집도 좀 있고, 한 고집 합니다. 성질도 직진 아닙니까”

“요즘 자유한국당은 어떤 거 같아요?”

“거기에 대해선 전혀 모르겠어요.
아까 전에 이야기했듯이 들었던 이야길 해보는 거예요.
민심이 그렇게 가더라는 거지. 분위기는 많이 바뀐 거 같아요”

▲ 홍경자(왼쪽) 씨는 ‘변화’를 언급하면서는 “이런 걸(이야기) 해 가지고, 뭐 그런 거(불이익) 없는 거죠?”라면서 눈치를 살피고 목소리를 낮춰 이야길 이어갔다.

장을 보러 나왔다는 홍경자(51) 씨도 그랬다. 홍 씨는 6.13 선거 전망에 대해 묻자 “나는 개인적으로, 그래도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이 되지 싶다”며 “그죠?” 하고 장을 봤던 청과물 점포 주인에게 동의를 구했다. 옆에서 이야길 듣고 있던 청과물 점포 주인 아주머니는 지그시 웃기만 할 뿐 답하지 않았다.

홍 씨는 “사장님은 대답을 못 해, 장사하는 분이고. 나는 어차피 소비자니까, 내가 이렇게 인터뷰한다고 해서 장사에 지장 있거나 이런 건 아니잖아”라고 주민 아주머니를 대신해 답했다. ‘말 못 하는’ 사장님을 대신해 말을 이어나가던 홍 씨는 ‘변화’를 언급하면서는 “이런 걸(이야기) 해 가지고, 뭐 그런 거(불이익) 없는 거죠?”라면서 눈치를 살피고 목소리를 낮춰 이야길 이어갔다.

‘주저함’ 있어도 명확한 정치적 식견
“울진 같은덴 민주당도 당선, 여는 안 나와서 안 돼”

말에 ‘주저함’이 있다고 해서 이들이 정치적 식견이 없는 건 아니었다. 홍 씨는 ‘이런 거 이야기해도 되냐’고 주저하다가도 명확하게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정당을 비판했다.

“최근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이 많은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건 그쪽에서 정치를 잘 못 하니까 그런 거 아니에요?
나도 비판하는 사람 중에 하나예요”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건 어떤 거예요?”

“이제 좋게 보는 스타일은 아니야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을.
젊은 층은 그런 게 있잖아요.
너무 솔직히 자유한국당 이런 사람들은 있는 사람들 위주로 정치를 많이 하는거 같애.
서민 입장에서 보면, 나는 개인적으론 못마땅해요”

최상목(65) 씨는 영덕에도 정치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다른 정당이 많이 나서 줘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최 씨는 “좀 변해야 안 되겠습니까?”라면서 “맨날 여그는 해마다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여그(여기) 뭐 깃발 꼽아 났거든요? 민주당이든동, 평화민주당(민주평화당)이든동, 딴 당도 비전 좋고 똑똑하고 정책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뽑아야지”라고 말했다. 최 씨는 특히 민주당 등 비자유한국당이 경북 지역에 진출하지 못하는 걸 ‘출마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태 한국당만 당선된 건 왜 그런 거 같아요?”

“그러니께, 민주당에는 저글(후보를) 안 뽑았으니까(공천하지 않으니까) 그렇지.
여그는 아예 안된다 하고. 자유한국당도 전라도는 공천을 안 하잖아.
공천을 안 해 갖고 못 했지. 울진 같은덴, 울진 군수 민주당 하나 있잖아.
나왔으니까 되는 거야”

“여긴 나오지도 않으니까?”

“나오지도 않으니까, 애초에 나오질 않으니까. 자동적으로.
무소속하고 한나라당하고 요새는 한국당이다 하더만 또, 요래 밖에 안나오니까.
무소속보다 낫잖아. 당 끼고 있으니까 정책 비전이라든지,
돈도 더 타가(받아) 올 수 있는 비전이 있으니까”

“주민들 입장에선 다른 당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겠다?”

“많지. 많은데 안 나와주잖아. 그동안은 경상도, 북도는 더더 심하지.
남도는 좀 많이 나왔지만서도. 정책 비전이 많으면 당을 떠나가지고, 요새 니당 내 당이 없어”

▲최상목 씨는 영덕에도 정치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다른 정당이 많이 나서 줘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비자유한국당 군수 후보 없이 치러진 24년 선거
24년 만에 민주당 군수 후보 출마
“지난번에 천 표 차이 난 후보, 어떻게 될지 몰라”

영덕은 지난 6회까지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을 제외하면 비자유한국당 군수 후보가 나선 적이 없다. 광역의원은 2, 3회에 각 1명씩, 기초의원은 4회 선거에 2명이 출마한 게 전부다. 최 씨처럼 다른 정당에 갈증을 느끼는 주민들에겐 선택지 없는 선거가 24년 동안 치러진 셈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영덕 주민들은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가 인쇄된 군수 투표용지를 받게 된다. 장성욱 후보는 2014년 선거에 무소속으로 나서 현 이희진 군수에게 약 1천 표 차이로 석패했다. 때문인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번 선거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권 씨는 “민주당에서 나온 군수 후보는 지난번에 무소속으로 나와서 천 표정도 밖에 차이가 안 났다. 요번엔 민주당으로 나와서 집권 여당과 연결된 지역 발전론이 어떻게 먹힐지 알 수 없다”며 “특히 영덕도 한국당 공천으로 상당히 시끄럽기도 해서 예의 깊게 봐야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최 씨도 “이번 군수는 전번 선거 때도 군수 억질로(억지로) 됐잖아? 장성욱 씨가 또 나왔잖아. 근데 지금은 누가 될 줄 몰라”라며 “예전엔 당만 봐도 누가 될 줄 알았는데, 이제는 마카다(모두) 인식 변화가 돼 가지고”라고 군수 선거가 예측불허로 치러질 거라고 말했다.

관건은 아마도 주민들이 얼마나 ‘모난 돌’이 될 마음을 먹느냐에 달렸을지 모른다. “여기는 관에서 하는 경제 규모가 어마어마하거든요. 도시하고 차이가 그겁니다. 도시는 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잖아요. 나서면 다치고, 장사 못 하고, 지역에서 살지를 못한다는 거예요. 그런 인식들이 너무 강해서. 다양성이 없다고 해야 합니까. 농촌 지역에는 그런 것들이 한계로 많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권 씨는 말했다.

[영덕=뉴스민 경북민심번역기 특별취재팀]
영상: 박중엽 기자, 김서현 공공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
취재: 김규현 기자,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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