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경북민심번역기] ‘한국당 뿌리’ 사이로 ‘민주당’ 움트는 칠곡

경북 한국당 지지 해석에 뺄 수 없는 ‘박정희’와 ‘뿌리론’
그럼에도 움트는 변화의 기운···“문재인 잘하지!” 80세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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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0 13:58 | 최종 업데이트 2018-05-30 13:59

경북 칠곡은 <뉴스민>이 6.13 지방선거 기획으로 준비한 ‘경북민심번역기’ 취재 일정 마지막 날 찾았다. <뉴스민>은 지난 21일 오전 칠곡을 방문한 후 오후부턴 칠곡과 바로 맞닿아 있는 성주를 찾아 ‘경북 민심 투어’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칠곡과 성주는 고령과 함께 하나의 국회의원 선거구를 구성하는 이완영 의원 지역구다.

21일 오전 11시부터 왜관역에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왜관역에선 인터넷 송신 상태가 불안정했다. 왜관역 철도 넘어 바로 잇닿아 있는 미군기지 캠프캐럴을 흘끗 쳐다볼 방법밖엔 다른 수가 없었다. 왜관역에서 500m 가량 떨어진 왜관시장으로 장소를 옮겨가 보기로 했다. 시장에서도 인터넷 송신 상태가 불안정하면 방송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21일 오전 11시 경북 칠곡 왜관역에서 시작할 예정이었던 인터넷 라이브 방송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송신 상태 불량으로 왜관시장으로 옮겨 시작됐다.

다행히 시장은 송신 상태가 양호했다. 11시 30분, 왜관시장에서부터 칠곡 주민들을 만나났다. 마지막이라는 걸 아는지 칠곡 주민들은 그동안 <뉴스민>이 ‘경북 민심 투어’를 다니며 들었던 이야기들이 종합해서 이야기해줬다.

‘세상 이치’에서 박근혜 탄핵 이유 찾는 여성은,
“여태까지 투표를 빠진 적이 없다” 했지만···
“세월호를 정치랑 연결하면 안 되죠”

처음 만난 40대 여성은 정치 혐오가 깊었다. 그는 “여태까지 투표를 빠진 적이 없다”고 목소리 높였지만, “이제는 안 하고 싶어”라는 말로 깊어진 혐오를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 선거할 때는 꼭두새벽부터, 오전 5시 반에 1차로 갔습니다. 우리 신랑하고. 그런데, 이제는 별로···”라고 덧붙였다.

그의 정치 혐오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를 지나오면서 깊어진 것으로 보였다. 그는 “대통령(박근혜)이 잘못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론. 그렇다고 대통령이 잘했다고 생각도 안 해요”라며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런 것 같은데, 이건 누구 잘잘못도 아니고 세상 이치가 그렇게 된 것 같아요”라고 박근혜 탄핵의 이유를 ‘세상 이치’에서 찾았다.

경북에서 만난 평범한 주민들의 언어는 자주 이렇게 모호했다. ‘세상 이치’라는 게 무슨 말일까? 질문을 이어가자 ‘세상 이치’는 ‘세월호’, ‘당파 싸움’이라는 분명한 언어로 바뀌었다.

▲처음 만난 40대 여성은 정치 혐오가 깊었다. 그는 “여태까지 투표를 빠진 적이 없다”고 목소리 높였지만, “이제는 안 하고 싶어”라는 말로 깊어진 혐오를 드러냈다.

“세상 분위기 그랬다? 한 명 잘못이 아니라?”

“세월호 같은 경우는 유가족들이 울분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가요.
그런데 세월호하고 나라하고 연관 지어선 안 되거든.
국민들이 애도하는 건 충분히 해요. 근데 정치하고 연관 지으면 안 되지”

“박근혜가 빨리 구조 명령 안 내렸다고 하잖아요?”

“근데 나는 7시간 어디 갔니. 성형을 했니. 뭘 맞았니. 난리를 치는데.
그건 확인할 수도 없고. 역대 대통령 중에 그런 사고 안 난 적이 없잖아요?
그걸 정치하고 연관 지으면 안 되지”

“세월호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에서 방해하고 그런 건 어떻게?”

“그 자체가 잘못됐다는 거지. 당파 싸움이잖아, 자기들끼리”

“세월호 가지고 당파 싸움하는 게 싫다?”

“그걸 왜 당파 싸움합니까. 한마음 한 뜻으로 애들 빨리 구조해서 빨리 해결 지을 생각 안 하고.
지금 몇 년입니까? 바닷속에 있었는지 얼마고. 시신 못 건진 게 몇 구 잖아요.
그 사람들 부모들 심정은 어떻겠어요. 내 자식이 그랬다 하면 나는 죽지 못살지. 다 그렇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와 정치는 별개라는 인식은 박근혜에게 세월호 참사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와 같다.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여러 차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정부에 묻는 건 과도한 정치 공세라고 반발했다. 40대 여성의 생각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는 충분히 유추 가능해진다.

뜻밖에도 그를 만나고 곧이어 만난 주민은 10년 전 경기도 안산에서 칠곡으로 이사해 온 주민이었다. 10년 전 이곳에 와 세탁소를 운영하기 시작한 김(57, 여) 씨는 “여긴 경상도니까, 맨날 해준 데(찍어준 데)만 하죠. 여기는 그게 박혀 있는 것 같아요”라며 “그게 안 한다(한국당 안 뽑는다)고 그러면서도 그렇게 돼요. 자동으로”라고 10년 경험을 설명했다.

10년을 칠곡에서 살아 본 김 씨에게 한국당에 대한 경북의 지지는 박정희에서 비롯됐다. 김 씨는 “젊은 사람은 안 그런데, 어르신들은 아직 박근혜를 안쓰러워 해요. 아버지는 잘 했잖아요. 박정희는”이라며 “‘아버지가 그만큼 쌓아놨는데, 딸이 좀 잘했으면’ 그 소리를 대부분 할 거라고요”라고 말했다.

‘뿌리’에서 그 이유를 찾는 주민도 여지없이 나왔다. 이병기(58, 남) 씨는 더불어민주당 군수 후보가 처음 등록했다는 이야길 나누면서 “그래도 힘들지 아무래도, 뿌리가 있는데. 매(매번) 자유한국당, 한나라당 뿌리가 있으니께”라고 한국당에 대한 깊은 지지 정서를 전했다.

▲이병기 씨는 한국당 지지 정서를 '뿌리'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 정서는 바닥을 치고 있다. 그럼에도 경북에서 한국당이 높은 지지세를 유지하는 걸 해석하는 데 ‘박정희’와 ‘뿌리’는 버릴 수 없는 키워드가 됐다. 칠곡 역시 ‘보수’, ‘뿌리’, ‘박정희’, ‘하던 대로’로 표현되는 한국당에 대한 높은 지지세는 분명하게 감지된다.

경북 한국당 지지 해석에 뺄 수 없는 ‘박정희’와 ‘뿌리론’
그럼에도 움트는 변화의 기운···“문재인 잘하지!” 80세 할머니

물론 칠곡에서도 변화의 기운은 움트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보다 더 많은 득표를 한 경북 6개 읍·면·동 중 한 곳도 칠곡에 있다. 칠곡 석적읍에서 문 대통령은 33.7%를 득표해 25.1%를 득표한 홍 대표에게 8%가량 앞섰다. 석적읍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에게도 9.2% 표를 줬다. 구미 진미동에 이어 심 후보 득표율이 두 번째로 높은 경북 읍·면·동이다.

석적읍은 구미국가산업단지와 맞닿아서 이곳에서 일하는 젊은 사람이 많다. 칠곡군은 2015년 기준 전체 평균연령이 38.9세로 경북에서 비교적 젊은 도시다. 석적읍은 30.5세. 칠곡에서도 가장 젊다. 여느 도시들처럼 칠곡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지만, 고령층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 의사를 드러내는 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왜관읍내 중앙로를 따라 시장에서 역으로 가는 길 중간에 만난 허기복(80, 여) 씨는 “착하고, 정직하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람을 찍어야 돼, 알았지?”라고 젊은 기자들을 타이르듯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착한 사람’, ‘정직한 사람’, ‘가난한 사람’, ‘사람 좋아하는 사람’ 투표 기준을 하나씩 나열하며 이야기한 허 씨는 “정당은요”라는 물음에 “정당은 뭣 하러 봐! 정당은 무슨 필요해. 정당은 필요 없고”라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 여긴 계속 자유한국당만 당선되잖아요?”

“여기는 박정희 때부터, 박정희 딸 누구고, 박근혜. 박근혜 텃밭이야.
전라도 몰표 나오듯이 여기도 몰표 나와. 무조건 (한국당 후보가) 됐다 하면 되는 거야”

“당만 보고 뽑는 건 건 어떻게 보세요?”

“그건 나쁘다고 보지. 그렇지! 안 그래? 잘하는 사람을 선택해야지, 안 그래?
오늘 뉴스를 보니까 (군수 후보) 3명 중에 전과자가 1명뿐이더라고.
전과자는 나쁜 사람이잖아. 좋은 사람은 못 되잖아, 안 그래?”

“민주당이 처음 나왔잖아요?”

“응. 근데. 몰라. 투표해봐야 (알아). 지금은 좀 술렁술렁하더라고”

“문재인 대통령은 어떠세요?”

“잘하지! 진짜 잘하지.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아직까지 부정이 없더라고.
사람이 부정이 없어야 된다이.
사람이 정직하게, 남 속이지 않고 살면, 언제라도 앞길이 열리지만,
아니면 딱, 엑스(X)다이(지지 안 한다)”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박(63, 여) 씨도 “나는 문재인 찍은 사람”이라면서 “근래에 문재인 대통령 남북회담 하는 거 보고 조금은 바뀌었다, 사람들이”라고 말을 보탰다. 충북 청주 출신인 박 씨는 29살에 이곳으로 시집와서 여태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박 씨는 “지방색이라 그래야겠지? TK 특징이라 안 해야겠나? 무조건적인, 무지에서 오는 거”라고 경북 특유의 한국당 지지 정서를 해석했다.

박 씨는 “(한국당 독점 구조를) 깨려면 자꾸 (민주당 후보가) 나와야죠”라며 “나와서 자꾸 의식 전환을 해줘야죠”라고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경북에 후보를 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는 김길동(52) 씨도 드러냈다. 대를 이어서 왜관시장에서 약재상을 하는 김 씨는 “기존 정치가 틀에 박혀 있으니까, 젊은 사람들이 숨 쉴 수 있도록 새로운 것들이 안 필요하겠느냐”며 “특정한 당을 찍기보다는, 그런 시대는 이제 갔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는 분을 뽑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지금의 모습, 결과물이 기존 하시는 분들의 결과물 아닙니까. 기존 분들이 잘했다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거 아닙니까?”라며 “그래서 새로운 것들, 기초적인 것에 충실히 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칠곡=뉴스민 경북민심번역기 특별취재팀]
영상: 박중엽 기자, 김서현 공공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
취재: 김규현 기자,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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