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준의 육아父담] 등원길 비극,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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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0 09:28 | 최종 업데이트 2018-07-20 10:04

요즘 같은 날씨, 특히 내가 사는 대프리카의 여름은 잠시만 바깥 활동을 해도 기진맥진이다. 내 몸 챙기기도 버거운 마당에 걸어서 5분 남짓 정도의 둘째 아이 어린이집 등원길은 아이와 어른에게 모두 고행길이다. 평소 5분 거리가 여름이면 5Km 같다. 가기 싫다고 징징거리는 녀석을 달래면서 안다가, 걷다가 반복하다 보면 어느 새 온몸이 땀범벅. 어쩔 수 없이 동네슈퍼에 들러 손에 과자라도 하나 쥐어주면 그래도 기분이 조금 나아졌는지 발길을 재촉하니 다행이다. 그래도 어린이집 문 앞에서 “다녀오겠습니다.” 씩씩하게 인사해주면 얼마나 기특하고 사랑스러운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기분이다.

많은 아이들이 승합차와 버스를 타고 등원길에 오른다. 우리 아이도 유치원에 가게 되면 형아, 누나들처럼 그 버스에 오를 것이다. 노란버스가 서고 선생님과 배꼽인사를 한다. 엄마 손을 꼭 잡은 고사리 손이 선생님 손에 건네진다. 차에 올라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안전벨트를 맨다. 그리고 눈물겨운 ‘빠이빠이 타임’. 잠깐이지만 이별은 이별이다. 눈을 맞추고 뽀뽀를 날리며 손을 흔든다. 생각보다 출발이 늦어지고 계속해서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어색할 때쯤 버스가 출발한다. 그래도 혹시나 아이가 볼까 싶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참 손을 흔든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길 바라면서.

그렇게 등원했던 한 아이가 돌아오지 못했다. 며칠 전 동두천에서 어린이집 차를 타고 등원했던 네 살 아이가 차안에 방치되어 질식사했다.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미는 일이다. 우리 아이와 같은 네 살, 아직은 혼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이. 문을 열 수도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수십도 고열 속에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잠시 주차를 했다가 차에 타도 견디기 힘든 날씨에 그 아이는 몇 시간을 갇혀 있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며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7시간 동안 아무도 몰랐다.

너무 화가 나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솔교사는 누가 탔는지, 몇 명이 타고 몇 명이 내렸는지 당연히 확인했어야 했다. 운전기사는 시동을 끄기 전 차 안을 살피면서 사람은 없는지, 떨어진 물건은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했어야 한다. 담임선생님은 등원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아이가 오지 않았다면 혹시 어디가 아픈지,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봤어야 했다. 만약 그 중 단 하나라도 했었더라면 아이는 다시 부모 곁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 기본을 지키지 않았고, 아이가 죽어가는 동안 아무도 몰랐다.

해마다 이런 비극이 벌어진다. 얼마 전에는 외할아버지가 아이를 태운 채 등원시키는 것을 깜빡하고 승용차에 방치했다가 아이가 숨진 일이 있었다. 두 달 전에도 2시간 가까이 유치원 버스에 갇힌 아이가 구조된 적이 있었고, 2년 전 버스에 갇혔던 아이는 아직도 의식이 없다. 몰랐다는 실수로 넘어가기에는 너무 큰 고통과 아픔이 따르는 참변이다. 그때마다 온 동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비상이 걸리고 법과 제도를 점검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소용없었다. 그 순간뿐이었다. 어제 있었던 일이 오늘 발생했고 내일 또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2013년 ‘어린이집 통학버스 안전법’을 만들어 차량을 신고제로 바꾸고 보호자 동승을 의무화했다. 어기면 과태료를 물리고 안전띠 착용도 의무화 했다. 안전교육도 2년마다 받도록 했다. 그러나 사건은 계속 일어났다. 개별 어린이집과 개인의 책임만 강조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잠자는 아이 확인(Sleeping Child Check)’ 장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운전기사가 차량 맨 뒷자리에 있는 안전 버튼을 눌러야 열쇠를 뽑고 주차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번에도 순간의 관심이 아니길 바란다. 비용문제과 관행, 편리함을 이유로 또 우리의 아이들을 잃을 수는 없다. 아이의 안전한 등하원(등하교)길은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과 의무라는 자세로 제도와 기술을 정비하고 보완해야 한다.

▲외국의 잠 자는 아이 확인 장치 [사진=http://www.schoolbusfleet.com]

등하원길 위험은 도처에 있다. 아침마다 주정차 공간이 아닌 곳에 어린이집, 유치원차는 정차를 하고 아이를 태운다. 아이들이 차에 오르고 안전벨트를 하는 동안 출근길 마음 바쁜 사람들은 잠깐을 못 기다리고 짜증 섞인 경적을 울린다. 우선 아이들이 안전하게 타고내릴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금만 느긋하게 기다려주면 어떨까 아쉬움이 남는다. 학교 앞 횡단보도 상황도 마찬가지다. 제한속도를 훨씬 넘어 달리는 차량들로 아이들은 길을 건널까 말까 겁에 질려있다. 다 우리 아이들이다. 조금만 어른들이 아이들을 배려하고 살피면 좋겠다. 이제는 등원길 눈물겹게 이별하는 아이와 부모들에게 피눈물 나는 아픔은 없어야 한다. 아이의 안전한 등원길이 부모에게는 행복한 출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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