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 연속기고] ④ 선거제도 개혁으로 ‘아재정치’에서 벗어나자

남은주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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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3 15:20 | 최종 업데이트 2019-01-15 17:23

[편집자 주=12월 23일부터 9회로 “정치(선거법)제도 개혁을 위한 대구 제정당·시민단체 연석회의”의 선거제도 개혁 관련 기고를 연재합니다. 연석회의는 ‘촛불혁명의 완성은 정치 개혁이며, 정치를 바꾸는 시작은 선거제도 개혁이라 생각한다. 민심과 의석수를 일치시키는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은 대구 정치, 나아가 한국정치 변화와 개혁의 시발점이다’고 밝히고 있다.]

① 선거제도 개편은 정치개혁의 물줄기 – 대구참여연대 좋은정책네트워크 준비위원: 장우영
② 반쪽짜리 청년주권, 선거권·피선거권 낮춰야 – 우리미래 대구시당 대표 정민권
③ 연동형 비례대표제, 뉴질랜드 삶의 질을 바꿨다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 장태수
④ 선거제도 개혁으로 ‘아재정치’에서 벗어나자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남은주
⑤ 8년 전에도, 현재도 교사·공무원은 정치기본권이 없다 – 민중당 대구시당 사무처장 송영우
⑥ 절반의 득표율로 독점당한 지방의회 –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조광현
⑦ 대한민국 선거, 투표권은 평등하지 않다 – 노동당 대구시당 위원장 신원호
⑧ 시민의 입을 틀어막는 선거법 –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장 성상희
⑨ ‘유시민 사표론’을 아시나요? – 녹색당 대구시당 공동운영위원장 장우석

2018년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 중 미투운동이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미투운동은 지금까지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시작되었고, 피해경험자들은 자신의 인생을 걸고 미투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2018년 12월 정부와 국회는 미투 관련 예산의 대폭 삭감, 250여개나 발의된 미투 관련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것으로 답했다.

현장에서 피해경험자들을 지원하는 여성운동단체들은 분노와 함께 미투운동에 대한 백래시(backlash,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와 이러한 정치권의 행태에 주목하고 있다.

미투운동은 젠더위계에서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범죄에 대한 고발이었으며 다양하게 나온 대안은 정치 영역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 또, 1020 여성시민들은 5차에 걸쳐 20만 명이 넘게 혜화역에 모여 불법촬영 등 새로운 여성인권 이슈를 제기했다. 그러나 정치는 여성시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여성이 민주주의의 주체가 아니며 2등 시민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정치에 있어 여성이 정치적 대표성을 가진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매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하는 성격차 지수(Gender Gap Index, GGI)에서 2017년 한국은 118위를 차지하였다. 성격차 지수는 경제참여와 기회, 교육수준, 건강과 생존, 정치적 권한으로 평가하는데 한국은 정치적 권한에 있어 성격차가 심각해 전반적인 순위를 끌어내리고 있다. 한국 여성의 정치적 권한은 144개 국가 중 90위에 머물러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2017 성격차 지수(Gender Gap Index, GGI)에서 한국은 118위를 기록했다.

여성의 정치적 과소대표성은 지난 6.13지방선거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17개 광역자치단체장은 모두 남성이며 기초자치단체장 226명 중 여성은 8명으로 3.54%이다. 2014년 3.98%보다 오히려 감소한 결과이다. 광역의원 824명 중 여성은 160명, 19.42%, 기초의회는 전체 2,926명 중 여성이 900명, 30.7%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지표로 쓰이는 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은 300명 중 51명으로 17%에 불과하다. 세대별로 보면 더욱 심각한데 20대, 30대 국회의원은 300명 중 3명, 1%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국회는 50대 이상 남성이 대부분의 정치적 대표성을 가지고 있어 한마디로 ‘아재들의 정치’ 이다. 이에 시민들은 자신의 의사를 대변하기는커녕 구태의연한 정치로 일관하는 국회를 보며 정치에 대한 회의를 넘어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는 물론 ‘아재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현재의 소선거구제가 아니라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확대되어야 한다.(우리는 소선거구제를 기본으로, 일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2017 성격차 지수(Gender Gap Index, GGI) 자료 중 일부. 한국은 118위에 위치해있다.

상대적으로 성평등한 정치를 실현하고 있는 나라들은 대체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는 데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OECD국가 중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35%를 넘은 국가들을 보면, 스웨덴(43.6%), 핀란드(42.0%), 노르웨이(41.4%), 프랑스(39.6%), 스페인(39.1%), 뉴질랜드(38.3%), 아이슬란드(38.1%), 벨기에(38.0%), 덴마크(3.7.4%), 네덜란드(36.0%) 등이 있다. 프랑스의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이다. 프랑스는 헌법에서 동수대표제를 명시하고 있는 국가이다.

여성의 대표성 확대를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비례대표제 확대와 강력한 여성할당제의 결합이다. 비례대표제로 다양한 시민들의 정치적 대표성을 반영하고 강제조항이 없는 할당제를 강화하여 결합한다면, 다양한 정치적 입장과 정치적 주체들이 함께하는 국회가 만들어져 제대로 된 정치를 위한 토대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어야 시민들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정책 중심의 정치, 다양한 정당의 원내 진입과 합의제 민주주의 실현, 지역주의 완화 등이 가능할 것이다.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우리미래 등은 11월 3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앞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겨울 촛불을 들었던 많은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는데 왜 이렇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촛불 이후 드러난 사법농단, 재벌문제, 경제문제, 권력화된 검찰, 성폭력과 성차별, 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의 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고 시민들은 청와대 청원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만 이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국회는 예산 처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야합하는 절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2019년 정부예산의 많은 문제 중 시민들이 가장 분노하고 욕한 것은 국회의원 세비를 올린 것이다.

그러나 욕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우리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가 바뀌어야 하고 정치가 바뀌기 위해서는 국회를 바꾸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국회를 바꿀 할 때이다. 어쩌면 주말마다 촛불 든 일이 더 쉬운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촛불은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시민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정치개혁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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