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 죽음 소식에 슬픈 세밑, 새해는 ‘복직’ 소식이 들려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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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31 16:29 | 최종 업데이트 2018-12-31 17:37

얼마 전 밥을 먹다가 들은 말이다. 뉴스민이 특정한 주제를 일부러 다루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섞인 말이었다. 일부러 다루지 않는 것은 없지만, 다만 여력이 부족하고 아는 게 부족해서 다루지 못하는 것은 많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그것이 아쉽다.

얼마 전에는 또 이런 질문을 받았다. 기자로서 지역에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하는 물음이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2013년부터 기자를 시작했으니 내년이면 7년 차가 된다. 시작했을 때 나는 어떤 목표가 있었던 것 같은데, 뭘 하면서 한 해를 보냈지? 고군분투하면서 보냈던 것 같긴 한데, 기억은 또 가물가물하다. 올 한 해 기사를 살펴보면서 기억을 되짚어 봤다.

상반기에 쓴 기사 중 마음에 밟히는 기사는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지내다 변사체로 발견된 장애인 소식이다. (관련 기사=대구서 변사체로 발견된 장애인, DNA 감식 결과도 나오기 전 화장) 지적장애인인 정 모(22) 씨는 팔공산 인근 장애인 거주 시설 입소 2년 만에 시설 인근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시설에서 이탈했는데 즉각 파악되지 않았고, 이후 경찰 수색이 이어졌지만 결국 산행 중이던 행인이 사망한 정 씨를 발견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경찰과 동구청은 유족 동의를 거쳐 정 씨 사체를 무연고자 시신으로 간주해 화장처리 했다. 서둘러 사체를 화장한 것은 보관 비용 때문이다. 만약 비장애인이 사망한 사건이라면 이렇게 서둘러 화장할 수 있었을까? 입소 장애인에 대한 안전 책임은 거주 시설 측에 있다. 경찰이 시설 측의 과실을 수사를 통해 밝혀낼까 기대했지만, 얼마 전 확인해보니 경찰은 시설 조사 결과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다음으로는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의 소식이다. 최근 이들 해고자 11명은 대구지방검찰청에 기소 지연 이유를 들으러 방문했다가 전원 경찰서에 연행되기도 했다. 2015년 해고된 이후 4번째 새해맞이를 하면서도 해고자들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불법파견에 대한 검찰의 판단을 받지 못했다. 2018년 3월, 해고자들을 따라 일본 취재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아사히글라스 사사(社史)를 입수해 아사히글라스의 전범 행위를 자세히 소개했다. (관련 기사=MB가 ‘강추’한 일본 전범기업 아사히글라스의 역사)

또한, 아사히글라스 투쟁을 응원하는 일본 시민들의 이야기(관련 기사=한국 촛불을 부러워하는 일본 시민들···“아사히글라스 복직염원”)나, 원정투쟁에 나서야 했던 해고자 남기웅 씨의 소식(관련 기사=아사히글라스 해고 1000일, 해고노동자 일본 본사 원정투쟁기)도 다뤘다. 해고자로서 1심 재판도 보지 못하고 4번째 해를 맞는 기분은 어떨까. 언제쯤 해고자들은 시름없이 새해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까.

상반기에는 지방선거에 파묻혀 살았다. 뉴스민은 경북 기초단위를 돌면서 그곳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려는 기획을 진행했다. 지역의 역사와 아픔, 콤플렉스, 지역 정치의 실태를 현장에서 꾸준히 물었고, 민주언론시민연합 ‘올해의 좋은 보도(온라인)’ 수상 성과도 냈다.

사드, 박근혜, 자유한국당, 보수 등의 화두로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대구와 경북에 사는 사람들을 비난하곤 한다. 지역에 특별한 애정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몇 가지 드러나는 현상만으로 쉽게 이야기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잘 알지 못하면서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작은 언론으로서 미약한 시도였겠지만, 부당한 편견은 여전하다.

구미가 고향인 故 김용균 씨의 소식을 다루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을 호소하는 대구 시민 의견을 소개했더니, ‘자유한국당 뽑았으면서 왜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하느냐’는 식의 반응이 어김없이 나왔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좀 더 너그러울 수 있길 바란다.

하반기에는 포스코 관련 뉴스를 독자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포스코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경영진의 ‘방만 경영’, 그리고 ‘위험한 일터’ 때문이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정비 중 목숨을 잃은 故 김용균 씨처럼, 포스코 노동자들도 위험한 일터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다. 김용균 씨 소식 이후 김 씨 어머니인 김미숙 씨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유해·위험 작업에 대한 도급 금지, 중대 재해 발생 등 위험이 있을 때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보장 등 위험한 작업환경 변화에 물꼬도 틔었다. 그렇지만 노조 핵심 간부들을 해고한 포스코(관련 기사=쫓겨난 28년차 포스코맨, “부당노동행위 증거 확인했더니 무단침입이라며 해고”)가 노동자를 위해 안전과 관련한 조치를 충실히 이행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새해에는 포스코 해고자 복직, 아사히글라스 해고자 복직이라는 너그럽고 훈훈한 소식을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다. 2018년, 팍팍한 한 해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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