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월드 클래스' 뽑힌 기업에서 '노조 도청 장치' 발견돼

금속노조 교육장 화이트보드 지우개에 녹음기 숨겨져
금속노조, "기업노조 설립된 2017년부터 녹음···사측 개입"
검찰 고소·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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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9 15:05 | 최종 업데이트 2019-01-29 15:05

경북 경산시 한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민주노총 산하 노조 회의가 몰래 도청되는 일이 벌어졌다. 금속노조(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전우정밀분회)는 회사와 기업노조가 금속노조 무력화를 위해 벌인 것으로 보고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29일 오전 10시 전국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지회장 차차원)는 경북 경산시 (주)전우정밀과 대표이사, 기업노조 위원장 등 6명을 부당노동행위, 통신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같은 날 오후 1시에는 대구고용노동청을 찾아 부당노동행위, 부당징계, 산업재해 등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12월 노조 조합원 교육 행사장 화이트보드 지우개에 숨겨진 녹음기를 발견했다. 노조는 도청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았고, 교육장에 있는 '생산기술팀' 견출지가 붙은 화이트보드 지우개를 수상하게 여겼다. 지우개 뚜껑을 열고, 속을 확인하자 USB 모양의 녹음기가 발견됐다.

▲화이트보드 지우개에서 발견된 녹음기(사진=금속노조 대구지부)

금속노조는 경산경찰서에 녹음기를 제출하고 수사 의뢰했다. 녹음기에는 2017년 4월 노조 정기 총회, 2018년 1월 조합원 총회, 금속노조-기업노조 간부의 대화 등이 녹음돼 있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기업노조 간부가 녹음한 것을 확인하고, 통신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금속노조는 녹음 과정에서 사측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녹취록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사측 중간관리자가 깊숙이 개입되었음도 확인했다"며 "노조 활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회사와 어용노조가 공모해 체계적으로 실행한 집단적 범죄 행위"라고 꼬집었다.

박종원 금속노조 전우정밀분회장은 "불법 도청이 한 번이 아니라 기업노조가 만들어지자 마자 계속해서 이루어졌다는 게 정말 충격적이다"며 "이번 검찰 조사를 통해서 사측의 불법 행위가 모두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금속노조는 기업노조 설립 과정에 사측이 개입하고, 금속노조 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분회장은 "저는 업무상 질병으로 산업재해 심의 중이었다. 사측이 부당노동행위 등 노조에서 고소한 건을 취하하면 산재를 인정해주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고소를 취하하자 바로 저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고했다"고 말했다.

박 분회장은 지난해 12월 해고됐다. 박 분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휴직을 신청했지만, 사측은 휴직을 인정하지 않았고, 복직 명령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징계해고 했다. 이에 반발한 금속노조 간부들이 연장근무를 거부하며 항의했지만, 사측은 연장근무 거부를 이유로 간부 6명도 징계했다.

<뉴스민>은 전우정밀 측 입장을 듣기 위해서 연락했으나, 전우정밀 관계자는 "회사 방침상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노조 문제나 기업 홍보 등도 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전우정밀은 경북 경산시 진량공단에 있는 자동차 부품 공장이다. 지난해 5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됐다. 2017년에는 경상북도가 지정하는 '경북프라이드상품'으로도 뽑혔다.

전우정밀에는 2014년 4월 한국노총 산하 노조로 설립한 이후, 지난해 12월 조직 형태 변경을 통해 민주노총에 가입한 금속노조(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전우정밀분회)와 2017년 1월 설립한 기업노조((주)전우정밀 제1노동조합) 등 복수노조 체제다. 현재 교섭대표권은 기업노조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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