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고] ③ 차가운 도시, <이방인>으로 사는 현대인 /김상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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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6 12:53 | 최종 업데이트 2019-02-26 12:55

[편집자주]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최근 끝난 대구 독립영화관 오오극장 개관 4주년 기획전에서 관람한 대구 감독들의 신작 영화를 본 소감을 보내왔다. 지역 영화계에 대한 총론을 시작으로 각 영화에 대한 리뷰를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연재기고] ① 대구 감독들의 신작 영화 3편을 본 후
[연재기고] ② 고령화 시대 가족의 초상 <할머니의 외출> 

김현정 감독은 <은하비디오>(2015)를 시작으로, 2017년 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나만 없는 집>(2017)으로 심사위원 특별상과 최우수 작품상, 대상을 석권해 주목받았다. 김현정 감독의 신작 <이방인>은 <할머니의 외출>과 건조한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약간의 차별적 접근방식을 보인다.

▲김현정 감독의 <이방인>

<할머니의 외출>이 가족 신화의 쇠퇴를 묘사하는 것이 기본 주제라면, <이방인>은 차가운 도시에서 개인이 소속을 가지려 분투하지만 좌절하고야 마는 비극적 영웅 신화에 근접하는 이야기이다. 두 감독의 전작은 모두 경북 농촌 지역의 풍광을 주요한 배경으로 활용하지만 장병기 감독의 <할머니의 외출>이 지역적 배경요소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변모했다면, 김현정 감독의 <이방인>은 여전히 지역 배경을 활용하고 중요한 촉매로 활용하려 한다. 비슷한 시기에 전작으로 주목받고 ‘대구·경북 지역 영화’라는 테두리로 소개되었던 두 감독의 신작 방향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무척 흥미롭고 평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마치 사춘기를 겪는 10대 소녀처럼 29살 주인공은 의성에서 서울로 통학하며 뒤늦은 영화작가의 꿈을 키운다. 조곤조곤하게 말하고 부끄러움도 타는 것 같지만 우직한 고집도 분명 있는 주인공은 각자의 커리어와 배경을 가진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려 노력하고 어느 정도 인정도 받지만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혼란에 빠진다.

혼란을 풀기 위한 주인공의 시도는 모호하게 비춰지고 강박적인 면모가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급기야 수료식을 전후해 파국에 이르지만 그렇다고 극적인 결과가 확인되는 건 아니다. 주인공은 묵묵히 일상을 이어나가고 고립된 지역성을 강조하는 작은 해프닝이 결말로 등장하는 정도다. <할머니의 외출>과 <이방인> 두 작품 모두 과장된 극단적 사건 사고보다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누적되는 현실적 일상이 징후적인 작용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견고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주인공은 피해자 포지션에 가깝지만 주변의 잘나 보이는 서울 친구들이 악역인 것도 아니다. 어쩌면 주인공의 피해 의식이나 자격지심이 더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감독 의도에 가깝게 느껴진다. 결정적으로 주인공을 혼란스럽게 하는 선배도 그렇게 모질게 해코지를 하진 않는다. 주인공 또한 사소한 나쁜 짓을 저지르지만 뉘우치지 않는다. 선·악 대비가 아니라 일상에서 겪는 오해와 갈등이 흔하게 관계의 단절과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반복인 척 변주하는 몇몇 장치들로 효과적으로 뒷받침한다. 경험이 쌓이면서 노련해진 김현정 감독의 내공이 돋보이는 컷들이 여럿 보인다.

▲김현정 감독

특히 내성적인 사람들, 마음에 상처를 받고도 풀어낼 곳이 없는 사정이 있는 이들에게 <이방인>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상기시키고 누군가에겐 치유를, 누군가에겐 아문 상처가 벌어지게 만드는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무조건 극한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현실의 반영이라고 꿈 풀이하듯 과시하는 독립영화의 일부 부정적 경향에 보여주고픈 정직하고도 묵직한 직구라 하겠다.

<이방인>은 감독의 전작에 이어 경북 의성이라는 공간(영화 속에서는 거의 표현되지 않고 배우들의 이야기로만 구현되는)과 주인공이 활약하고픈 넓은 영화계의 거리감이 가장 주요한 배경으로 작동한다. 김현정 감독은 자신의 경험적 요소가 일정 부분 반영된 ‘지역성’의 문제를 놓지 않고 신작에서도 쥔 채로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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