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아사히사내하청노조에 농성장 철거 통보…전기도 끊어

'금전적 보상'만 제시한 사측...노조 "고용 보장 없는 교섭 의미 없다"

18:07

구미시가 대량해고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시청 앞 아사히사내하청노조 농성장에 대한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구미시와 노동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1차 교섭에서 사측이 제시한 ‘금전적 보상’을 노조가 거부하자 구미시청이 태도를 바꾼 것이다.

29일 구미시청은 농성장을 찾아가 아사히사내하청노조에 시설물을 30일까지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2차 계고장 통보다. 구미시 회계과 관계자는 “자진 철거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면서도 “(자진철거하지 않을 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철거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구미시는 시청 공원 내 안전사고를 예방한다며 농성장에서 당겨서 쓰던 전기를 모두 끊었다.

구미시는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대량해고 문제가 사회적으로 확산되자 노사민정협의회를 여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서는 듯 보였다. 이에 얼마 전 아사히사내하청노조,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지티에스, 구미노동지청, 구미시청 관계자가 모여 1차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사측은 ‘금전적 보상’을 제안했고, 노조는 ‘고용 보장 없는 교섭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교섭 진행이 더디게 흘러가자 구미시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22일 구미시청 출입구에서 대화를 요구하던 노조원이 남유진 구미시장 차에 치여 부상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차헌호 아사히사내하청노조 위원장은 “대량해고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구미시가 금전적 보상안을 받을 수 없다고 하니 태도를 바꿔 한 달도 안 된 농성장을 정리하려 한다”며 “구미시는 9년 일하던 직장에서 쫓겨난 노동자의 심경을 먼저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도급업체 지티에스(GTS) 소속으로 아사히글라스에서 일하던 노동자 140여 명은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아사히사내하청노조를 결성했다. 한 달이 지난 6월 30일 아사히글라스는 지티에스와 도급계약 해지를 일방 통보했고, 지티에스는 지난 8월까지 희망퇴직을 접수받았다. 현재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노동자 50여 명은 부당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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