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청년NGO활동가] (9) 자원봉사능력개발원 정아름

19:19

[편집자 주=2016년부터 대구시 주최, 대구시민센터 주관으로 ‘대구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청년들의 공익 활동 경험을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공익 활동이 NGO에는 새로운 활력이 되고자 합니다. 2019년에는 20개 단체와 20명의 청년이 만나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뉴스민>은 대구시민센터가 진행한 청년NGO 활동가 인터뷰를 매주 수요일 싣습니다. 이 글은 ‘청년NGO활동가확산사업’ 블로그(http://dgbingo.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모니터링을 위해 방문한 날,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활동에 관해 묻자 청년활동가는 또렷하게 답하면서도 눈물을 글썽였다. 활동하면서 기쁨과 안타까움 등 여러 감정이 뒤섞였던 것 같다.

자기소개부탁드립니다.
=자원봉사능력개발원에서 5개월 청년ngo활동을 하는 정아름이다.

▲자원봉사능력개발원 후원의 밤 행사 스텝으로 참여한 정아름 활동가

청년ngo활동하기 전에는 어떤 활동을 주로 했는지?
=작년 2월 학교를 졸업하면서 바로 인턴이나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몸이 안 좋아서 치료를 받는다고 지난 1년 동안 아르바이트하면서 지냈다.

어떻게 청년ngo활동확산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기존에 활동하고 있었던 유가영 활동가(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 추천으로 알게 되었다. 사회복지를 전공했는데, 졸업하기 직전에 회의감이 들었다.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아예 사회복지과를 생각하고 동아리 활동도 월드비전에서 하면서 사회복지에 대해서만 생각했는데 막상 전공하다 보니까 생각했던 사회복지와 현실에서 사회복지가 너무 달랐다. 학교를 4년이나 다녔고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겁이 났다. 그래서 다른 활동을 찾다가도 ‘다른 길로 틀어도 되나?’하는 고민이 들었는데 때마침 청년ngo활동확산사업을 통해 청년, 여성 등 다른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게 되었다. 이 나이에 청년ngo활동가를 해도 될까 하는 고민이 많았었는데 하고 나서 후회는 없고 오히려 잘했다고 생각한다.

늦은 나이는 아니지 않나?
=장녀고 동생이 많이 어리다 보니까 부모님의 기대가 많이 큰 편이다. 그것 때문에 부담이 컸던 것 같다.

현실에서 사회복지와 생각했던 사회복지와의 차이는 어떤 것인가?
=대학 들어오기 전에 생각했던 사회복지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 삶이 걱정인 사람들에게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대학에 와 복지관에서 대외활동을 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사회복지와 너무 달랐다. 그냥 식당에서 일하는 것이나, 도시락 배달하는 업무 등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보조금 등 현실의 벽에 부딪쳤을 때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 부분을 깨고 도와드려야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회의감이 들었다.

자원봉사능력개발원은 어떤 단체인가?
=자원봉사능력개발원은 법인인데 다양한 부설기관이 있다. 쪽방상담소, 행복나눔의 집, 만평주민도서관 등이다. 주 대상자는 쪽방 주민, 홈리스 분들이다. 그분들의 가장 큰 문제는 주거와 생활비인데, 거기까지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활사업을 통해 스스로 삶을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해서 그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을 둔 단체다.

주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단체에서 하는 사업 중에 행복드림하우스가 있다. 보통 쪽방에서 거주하면 단체에 의뢰가 들어온다. 단체의 희망하우스에 들어오면 LH로 옮길 수 있도록 자활사업을 통해 돈을 적립하고 보증금을 모을 수 있도록 돕는다. 얼마 전에 실태조사를 진행했었는데, 쪽방주민들의 쪽방은 오래된 여관인 경우가 많다. 필요한 부분이나 현재 생활 상태, 일하고 있는지, 주거 상향을 하고 싶은지 실태조사를 하고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은 도와드린다. 그리고 행복나눔카페, 따신 밥 한 그릇 등 부설기관이 있다. 이 부설기관도 홈리스분들의 자활사업을 목표로, 모든 수익금은 후원금으로 사용된다.

단체분위기는 좀 어떤가?
=쪽방상담소에서도 있었고, 행복나눔의 집에도 있었다. 각자 일이 너무 바빠서 조금 조용한 분위기인 것 같다. 복지관에도 많이 가봤지만 일반적인 복지관과 다른 분위기면서 각자의 업무가 바쁜 것 같다. 그리고 쪽방 주민들이 물건으로 받으러 오시거나 상담을 받으러 자주 오신다. 그러면 또 시끌벅적할 때엔 엄청 떠들썩하고 업무할 땐 또 조용한 분위기다.

▲청년잇기사업 행복나눔의 집에 대해 소개하는 정아름 활동가

단체에서 활동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젊은 분들이 많은 편은 아니다. 홍보지를 만든다거나 부설기관의 활성화를 위한 업무가 나의 역할인 것 같다.

단체 활동에서 어떤 것을 배우는가?
=작은 것부터 말하자면, 홍보지를 만들거나 포스터를 만드는 일이다. 제일 크게 배운 것은, 내가 사회복지를 전공했지만, 현장에서 상담해본 경험이 많지 않았다. 봉사자 때 했던 상담과 직원으로 하는 상담이 다르고, 홈리스라는 대상은 처음 경험해본 대상이었다. 아무래도 상담을 할 때 돌발 상황도 많고, 조심해야 할 부분도 많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현장에서 당사자를 만나고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무엇이 가장 문제인지 생각하면서 많이 배운다. 마음에 상처가 많은 분들도 계시고 쪽방에 거주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그런 분들을 상담하면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다. 내가 그 분야에 대해서 전문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힘들면서도 제일 많이 배울 수 있었던 부분이다.

활동하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
=활동하면서 쪽방을 처음 가봤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열악해서 충격이었다. 마음의 문을 닫아서 대화가 힘든 분들도 많았다. ‘당장 먹고 사는 게 힘든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많다. 지금의 삶이 너무 답답하니까 그런 것 같았다. 대화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싶은데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으니까 우리가 가면 다 털어놓는 사람들도 많았다. 저는 이야기를 들어준 것밖에 없었는데 저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때 상담하고 나서 마음이 아파서 울음을 터뜨렸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는가?
=아까 말했던 실태조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 다른 활동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만평주민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인 것 같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바로 앞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이다. 보통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조손 가정 아이들이 많다. 학교를 마치고 다른 학생들은 학원가고 어디 가고 하는데 이 아이들은 만평주민도서관에 와서 숙제도 하고 놀기도 하고 책도 읽는다.

처음 도서관에 왔을 땐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안 열 줄 알았는데, 마음의 문을 생각보다 쉽게 열어줘서 놀랐다. 처음엔 일로 아이들을 대했었는데 오히려 내가 미안할 정도로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다. 지금은 선생님 아니면 나이 많은 언니, 누나가 된 것 같다. 하루는 나를 좋아하는 한 아이가 저 멀리서 큰 목소리로 “선생님~!”하면서 신발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달려와 나에게 안겼다. 그때 또 울컥했었다.

▲만평주민도서관에서 활동중인 정아름 활동가

이 사업에 참여하고 나서 변화된 점이 있는가?
=사회복지의 틀에서 벗어난 것 같다. 월례회의 때 다른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사회적인 관점을 알게 되었다. 특히 지난주 금요일 분홍돌고래 문학관이 기억에 남는데, 사회혁신이라는 부분은 나 혼자서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인데 다른 활동가들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관점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사회혁신이라는 주제가 많이 다뤄보지 못했던 주제라 신선하기도 했다.

5개월 활동 끝나고 계획이 있는가?
=지금 당장 활동에 집중해야 하고, 할 일이 많기도 해서 크게 생각해보진 못했다. 활동이 끝나고 무엇을 할 진 나도 모르겠다. 활동이 마무리될 때쯤 변화된 생각이 있다면 다른 계획이 있지 않을까 싶다.

꼭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공익활동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있다. 확실히 어떤 단체, 어떤 분야까진 생각을 더 많이 해봐야겠지만, 꼭 이 사업이 아니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 이어가고 싶다.

각오가 있다면?
=남은 기간 자원봉사능력개발원에서 상반기 가장 중요한 활동이 많이 남아 있다. 6월부터 8월까지 폭염 모니터링을 나간다. 쪽방이 상상 이상으로 덥다. 그래서 쪽방주민들은 건강이 악화되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는데, 여름을 잘 지내고 있는지 후원물품과 함께 실태조사를 나간다. 폭염모니터링을 직원뿐만 아니라 대학생 봉사자들과 함께하는데 그 전에 진행하는 워크샵, 교육 등에서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것이 남은 기간 각오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음 기수 활동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이런 것을 하고 싶어서 NGO활동확산사업에 신청했다.’ 이런 분들이 대부분일 것 같다. 아무래도 매칭 방식이다 보니까 본인이 생각했던 분야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엔 적응하는 문제나,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힘들 수도 있다. 그래도 하다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부분이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