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교통 택시노동자 24m 철탑 고공농성···고용승계 요구

"협동조합 전환 과정에서 사직서 제출 강요"

11:22

경산교통 택시 노동자가 1일 오전 4시 경산실내체육관네거리 24m 높이 조명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고용승계를 전제로 이뤄진 법인 택시 회사의 협동조합 전환 과정에서 사직서 제출을 거부한 노조 조합원만 승계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노조는 사직서 제출과 상관없이 협동조합이 고용승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일 택시 노동자 박상태(58) 씨는 집단해고 해결, 경산교통의 협동조합 면허권 환수를 요구하며 조명탑에 올랐다. 오전 7시 현장 확인 결과 조명탑 밑에는 에어 메트가 설치된 상황이며, 사다리차·고소공작차·구급차가 한 대씩 대기 중이다. 노조는 오후 2시 경산시청 앞에서 양도양수 인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규탄대회를 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산시민협동조합택시분회에 따르면 경산시민협동조합은 노동자들에게 경산교통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입사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기존 경산교통 택시 노동자 119명 중 노조 조합원 30명은 협동조합 전환 과정에서 사직서를 내지 않았다. 이들은 애초 협동조합 전환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사측 요구대로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 민주노총 조합원은 사측이 고용승계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경산교통이 협동조합(경산시민협동조합) 전환 후 사직서를 내지 않은 민주노총 조합원을 제외하고 지난달 19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경산시가 양도양수과정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협동조합 전환을 허가한 상황에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 조합원만 고용승계 하지 않는 것은 노조탄압이라고 여긴다.

고용승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는 사직서 작성을 수용하기로 하고 사측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5월 30일까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이삼형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정책위원장은 “경산시는 협동조합 전환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협동조합 전환을 인허가했다. 그런데 지금은 사직서를 핑계로 민주노총 조합원만 고용승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협동조합 전환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출자금을 빌려주고 대납하도록 했다. 이 점도 위법 소지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경산시에 “위장출자로 설립된 협동조합의 설립허가를 취소하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에 대해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산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오늘까지 추이를 지켜보고 해결이 안 되면 청문 절차에 들어가 양도양수신고수리취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산시민협동조합은 경산교통으로부터 영업양도가 아닌 자산양도를 받기로 했으며, 고용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다하기로 했을 뿐 경산교통의 고용관계를 그대로 승계 받기로 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경산시민협동조합 핵심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법인이 바뀌었기 때문에 사직서를 내야 한다. 협동조합 택시는 고용승계라는 게 없다. (조합원은) 일반 투자자 개념”이라며 “(조합원에게) 돈을 빌려주면 안 된다는 건 법에 없다. 협동조합 관련된 이야기는 나도 일반 조합원이라서 자세히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택시 노동자 임금 관련 소송에서 택시업체의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 실제 근로시간 변동 없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건 탈법이라며 실제 근로시간 만큼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소정근로시간을 줄여서 실제 급여 증가 없이 외형상으로만 최저임금을 맞춘 것이 탈법이라는 판결이다.

관행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던 택시 업계는 택시 노동자 소송(임금 소송)시 추가 비용을 지출할 상황이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후 택시 업계에서는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노조는 경산교통의 협동조합 전환의 주요 이유도 임금 소송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인택시노동자 급여는 고정급 월급과 초과운송수입금으로 분류된다. 초과운송수입금은 택시요금에서 사납금을 빼고 남는 금액이다. 당초 초과운송수입금도 최저임금 산출에 산입됐지만, 2009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 산출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실제 근로시간이나 급여는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계약서상 소정근로시간만 줄이는 방식으로 시간당 급여만 증가시켰다. 계약서상으로만 최저임금을 맞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