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철호 칼럼] 역사적 단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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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1 14:29 | 최종 업데이트 2016-01-11 15:12
▲단두대에서 선 루이 16세. [출처=http://www.biography.com/people/louis-xvi-9386943]
▲단두대에서 선 루이 16세. [출처=http://www.biography.com/people/louis-xvi-9386943]

“짐은 법이 허용한 한에서 권력을 행사했을 뿐이요”

프랑스국왕 루이 16세는 심한 포경으로 인해 결혼 6년 동안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이루지 못하다가 7년째 되어서야 장모인 오스트리아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독촉과 편지를 통한 성교육으로 겨우 합궁에 성공했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을 포위한 혁명군 지도부 앞에서도 바보처럼 결단이나 국왕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하다가 단두대에 서기 얼마 전에야 비로소 재판정에 서서 “짐은 법이 허용한 한에서 권력을 행사했을 뿐이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철저히 법을 행사한 국왕이 왜 단두대에 서야 했느냐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그에 대한 답변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국왕과 지금의 대통령이라는 존재는 현행법을 집행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존재는 시대정신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정의를 실천하라는 의미에서 권력을 줍니다. 나아가 “내가 바보여서” 또는 “잘 몰라서”라는 말이 용서되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 이유가 바로 루이 16세가 단두대에 서게 된 역사적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대통령의 의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 줍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를 사장이 평가해서 일방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안>과 <비정규직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안>을 고용노동부가 시행령으로 1차 발표하였습니다. 전문가들도 청년실업 해소와 경제 활성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세계 어느 산업국가도 상상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악법입니다. 오죽하면 재벌들마저도 환영하고 나서기 어려울 정도로 시행령이 미칠 영향은 반문명적이고 범죄적 현상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합니다. 이 법안을 박근혜 대통령은 왜 무서울 정도로 집착을 가지고 밀어 붙일까요? 정책적인 담론은 다음으로 미루고 대통령의 개인적 속성, 권력의 사유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박근혜 권력의 사유화 과정

박근혜 정부가 지난 3년간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준 일들을 기억해보면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던 일들이 스스럼없이 벌어졌습니다. 법에 따라서라기보다는 법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여론수렴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습니다. 타국까지 나서서 비판하는 부끄럽기까지 한 일을 스스럼없이 해치워 버렸습니다. 비상식적인 권력행사는 한국을 세계 변화로부터도 단절되어 가는 국가로 전락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지난 시기 사회적 타협을 통해 만들어진 보편적 기구와 의제들(진보정당, 전교조, 무상급식, 역사교과서, 노동법 등)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불과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 동안 말입니다. 진보정당은 해산되었고, 전교조는 법외노조화, 누리과정은 떠넘겨지고 있고, 역사교과서는 국정화가 추진됐으며, 노동악법이 국회에 상정되고, 고용노동부가 시행지침을 내리는 등 보편적 기구와 의제들이 마구잡이로 해체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이상과 현실성 있는 꿈마저 고갈시킬 것이며 개개인의 마지막 탈출구마저도 막아 버릴 것입니다.

치유되지 못한 정신적 외상의 심각성

이러한 정치적 파산행위는 박근혜 대통령 개인적 판단과 집착에서 나온다고 해도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것입니다. 끔찍할 정도의 잘못된 집념을, 필자는 지난날 그가 정신적 외상을 입은 데서 출발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반인으로서 사회경험이 없는 그는 한 번도 노동을 경험하지 못했을뿐더러, 무슨 일이든 차근차근 이루어 보지 못한 상태에서 당시 군사독재권력을 휘둘렀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자기 아버지를 가장 완벽한 존재로 받아들였습니다.

또한 자기 아버지와 자기를 동일시하는 경향까지 갖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기 아버지를 군사독재자, 친일파, 변절자로 평가하는 민주노총, 농민회, 사회단체, 전교조, 진보정당, 개혁적 지식인, 역사교과서 등의 단체나 그 의제에 대해서는 충동적이고 분노가 치미는 등 박멸의 대상으로 여기게 된 것입니다.

정신적 상처에서 출발한 상식적이지 못한 정치적 판단은 시대정신도 아니고 정의실현도 아닙니다. 하물며 국가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모든 산업국가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차등의 극복을 통해 경제를 회복할려고 하지만, 한국 정부는 차등의 심화를 통한 비정상적 방법으로 경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2015년 12월 28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만난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2015년 12월 28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만난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국민들의 지지가 파시즘, 나찌즘을 결코 정당화하지 않는다

개혁적 관점에서 보면 지난 3년간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심각한 상처를 입혔습니다. 그러면서도 당신의 정치적 행위를 30∼40%의 지지층에 의해 안도한다면,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도 몸에 나쁜 것이 사실이듯이 좋아하는 고정지지자가 있다고 해서 그 권력이 정의롭다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충고합니다.

박근혜 정권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무슨 일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하는 생각을 버리세요. 오히려 국민에게 부담을 줄 수밖에 없을 만치 신뢰를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제발 시장에서 콩나물 파는 할머니에게 목도리를 걸어주는 낡아빠진 정치하지 말고, 진정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안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어서 TV 앞에 서세요. 역사적 단두대는 항상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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