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현장에서] (17) 로보티카 백선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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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난다.’ 속담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예전에는 집안이 가난해도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지금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 격차가 커져 교육이 계층 간 대물림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2015년 내놓은 ‘세대 간 계층 이동성과 교육의 역할’ 보고서를 보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자녀의 교육수준을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삼 KDI 연구위원은 “보육과 유아교육부터 가정환경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차별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식회사 로보티카의 목표는 교육 불평등 해소와 공평하고 동등한 교육 실현이다. 백선영 대표는 지난 4월 창업하기 전 약 10년간 레고 에듀케이션 학원의 강사로 일했다. 이때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교육을 판가름하는 것을 목도했다. 로봇코딩학원의 교육비는 월 10~28만 원이다. 교구까지 구매하면 3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는 “강사로 일할 때 수강생 대부분은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었다. 교육에 관심이 있어 상담하러 왔다가 비싼 교육비와 교구 값을 듣고 발길을 돌리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로보티카의 대표 사업은 로봇코딩 블럭방이다. 교육비는 시중 단가보다 70% 저렴하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비용을 책정한 것이다.

창업 두 달째부터는 대구 동구 안심3·4동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해 지역 저소득층 아이 5명이 블록방을 무상으로 월 20시간씩 6개월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48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받지 않은 셈이다. 사업장 주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로봇코딩 특강을 진행하고, 지역아동센터에 로봇코딩 교재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지난 8월부터는 저소득층 직원 1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백선영 로보티카 대표는 “부모의 재력에 따라 자녀들의 교육 수준이 정해지는 게 너무 안타깝다. 모든 아이들이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체디자인연구소)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사업이 좌초될 위기도 겪었다. 사업장 주변에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일대가 쑥대밭이 된 것. 한동안 사업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던 탓에 사업 자체를 수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삼아 사업 방향을 돌렸다. 로봇코딩 교육 강사를 파견하는 방식에서 로봇코딩 교육을 쉽게 배울 수 있는 교재를 제작하게 된 것이다. 로보티카에서 제작한 교재에는 지난 10년간 백 대표가 쌓은 로봇코딩 교육의 정수가 담겨 있다. 블럭 교육은 단순한 만들기를 넘어 코딩과 로봇까지 이어져,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그는 “기존 교재는 초보자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런데 이번에 만든 책자는 전문 강사가 아니라도 부모나 지역아동복지센터, 학교 교사가 지도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낸 게 특징이다. 또 교재를 단계별로 만들어 기초부터 심화과정까지 지속적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교재에 담았다”면서 “책자를 보고 따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성주의 학습에 맞게 아이들에게 주어진 모형에 맞는 미션을 해결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창의적인 문제해결력과 컴퓨팅 사고력을 동시에 기를 수 있도록 신경 쓴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티카는 창업한 지 6개월 만인 지난 10월 대구시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향후 모든 아이들이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사회 공헌의 영역을 더욱 넓혀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