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현장에서] (16) 비이(BE) 김동혁 대표

11:06

‘안전’은 우리 삶 속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키워드가 됐다. 그간 벌어진 크고 작은 사고가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면서다. ‘안전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 제10차 헌법 개정안에는 생명권과 안전권이 명시됐다.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헌법조문에 담은 것이다. 공사장 현수막에서 보던 ‘안전제일’은 우리 일상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구호로 떠올랐다.

▲김동혁 비이 대표는 “안전을 잃게 되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이에 대한 경각심을 담아 ‘깨진 달걀’로 안전을 비유했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체디자인연구소)

주식회사 비이(BE·Broken Egg)의 사업은 ‘안전’과 관련이 깊다. 상호명은 깨지면 다시는 복구되지 않는 달걀을 안전에 빗대었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고 불안감을 없애는 게 목표다. 지난 4월 설립된 비이는 올 상반기에 호신용품 시제품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기존 호신용품은 너무 투박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점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그립톡, 에어팟 케이스, 휴대폰 케이스, 키링 등에 경보기를 접목한 상품을 개발했다. 디자인은 깨진 달걀을 상징적으로 그렸다.

현재는 앞서 개발한 상품들에 위치 서비스를 연계한 앱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앱의 기능은 위험지역과 사고가 잦은 지역, 안전한 지역 등에 도달하면 빨간색, 초록색 신호와 더불어 알림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상품도 개발 중이다. 후드나 맨투맨 티셔츠에 ‘리플렉쳐(반사체)’를 달아 운전자가 길을 건너는 아이들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 오는 날 투명우산을 쓰면 운전자가 우산에 반사된 불빛을 감지해 사고 발생률을 27%나 줄일 수 있다는 도로교통공단 연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비이에서 개발한 시제품은 이번 연말 국내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펀딩 오픈할 예정이다.

비이가 안전을 주제로 사업을 펼치게 된 건 지역아동복지센터에서 생활복무요원으로 군 생활을 대신한 김동혁 대표의 경험에서 우러났다. 김 대표는 “아이들을 귀가시켜주고 나면 항상 불안했다. 한 달에 한두 번꼴로 아이들이 사고를 당했는데, 술 취한 어른한테 해코지를 당한 적도 있었다. 그 아이는 3개월 동안 성인 남성과 말도 섞지 못할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호신용품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이의 캐치 프레이즈는 ‘빛이 없는 거리에서 안전할 때까지’다. 김 대표는 “이제 시제품을 개발한 단계 정도라서, 아직 매출은 없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사업성을 평가받고 본격적으로 판매하게 되면, 발생한 수익으로 지역아동복지센터에 기부하거나, 그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호신용품을 만드는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