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구미문화원폭파 누명’ 재심 결정…고문·구금 인정

대구지법 “경찰 조사 중 인신 구금, 고문당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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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6 15:04 | 최종 업데이트 2017-08-25 12:11

법원이 국가의 민간인 고문·불법 구금 사실을 인정했다. 1983년 대구미문화원 폭파 사건을 빌미로 고문·불법 구금을 당한 이들에 대한 재심도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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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7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 심리를 마치고 나온 이들.

박종덕(57), 함종호(59), 손호만(58) 씨 등 5명은 미문화원 폭파 당시 누명을 쓰고 경찰의 불법 구금과 고문을 당했다며 2015년 대구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한 바 있다. 이들은 대구미문화원 폭파 혐의로 영장 없이 연행된 후 대구 원대동 대공분실에 구금됐다가 국가보안법·집시법 위반죄로 실형(징역 1년6개월~3년)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방법원 제2형사단독부(판사 김태규)는 14일 “수사 시작부터 경찰의 위압으로 피고인 자의로 수사기관을 떠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사가) 이루어졌"고, "조사 중에도 잠을 재우지 않거나 주리를 틀거나 구타하는 등의 많은 고문이 이루어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 수사 기록 등을 통해 신청인들의 검거 일보다 구속영장 발부 날짜가 늦은 점을 들어 불법 구금 사실을 인정했다. 김태규 판사는 “박종덕의 경우 최초 진술서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봐도 적어도 20일 이상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받았다. 다른 신청인의 경우도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이 부인한 고문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경험하지 않은 자로서 지어내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신청인들의) 태도도 신뢰할 만하고 고문전문가 이근안이 피고인에 대한 수사에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경찰관들의 가혹 행위와 불법구금은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해 죄를 범한 경우”라며 “하지만 사법경찰관의 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돼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결과와 재심청구에 대한 심리절차를 통해 그 사실(구금 등 가혹행위) 증명이 이루어졌다”며 재심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당시 수사기관의 행위는 형법상 불법체포, 감금죄, 폭행가혹행위죄에 해당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7항은 판결 또는 판결의 기초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해당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된 때 재심 이유가 된다고 설명한다.

김진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재판 과정에서 당시 수사관들의 고문 등에 대해 확정판결에 준하는 증명이 있어 재심이 열리게 된 것"이라며 "재심 결정에 검찰이 항고하는 경우는 드물다. 항고가 없으면 신청인들의 유무죄를 다시 따지기 위한 재판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종호 씨는 "당시 수사기관의 불법 구금과 고문 가혹행위 등의 잘못에 대해서 뒤늦게 재판부에서 인정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 미문화원 폭파 사건은 1983년 9월 22일 대구시 수성구 삼덕동에 있던 미문화원에서 폭탄이 터지며 경찰 등 4명과 고등학생 1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이다. 공안당국은 경북대학교에서 학생운동을 주도하던 이들을 주도자로 지목하고 신청인들을 연행했다. 이들은 영장도 없이 원대동 대공분실로 끌려갔다. 박종덕 씨는 2005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설립되자 조사를 신청했다. 함 씨 등 피해자 5명은 진실위 조사에 응했다.

진실위는 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2010년 조사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진실위는 “신청인이 약 30일간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잠 안 재우기, 구타, 관절 뽑기 등 가혹 행위를 당하는 등 인권을 침해받았고, 미문화원 사건과 달리 별건 반국가단체 고무 찬양 동조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는 관련 법에 따라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열릴 재심 재판에서는 수사기관의 고문 등 가혹 행위 사실 여부를 가리게 된다. 이외에도 이들이 유죄 판결 사유였던 ‘시위예비음모’, ‘반국가단체 고무·찬양·동조’, ‘이적표현물 소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다시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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