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해외연수②]달서구의회, 블로거와 똑같이 “배우고 느낀” 해외연수

달서구의회, 총 7회 11개국 연수...연수 경비 1억 5,700만 원 가장 많아
블로거와 똑같이 “존경스럽다”, “의심스럽다”,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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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서구의회, 총 7회 11개국 연수…연수 경비 1억 5,700만 원 가장 많아
블로거와 똑같이 “존경스럽다”, “의심스럽다”, “깨닫게 되었다”

대구 달서구의회는 대구 8개 구⋅군의회 중에선 수성구의회 다음으로 많은 연수를 다녀왔다. 달서구의회는 지난 2년 임기 동안 총 7회, 11개국을 다녀왔다. 7회 중 3회는 중국 방문이었다. 지난 2년간 대구 8개 구⋅군의회 중국 방문 횟수가 5회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자주 중국을 찾았음을 알 수 있다.

달서구의회는 전체 연수 경비도 1억 5,700만 원으로 8개 의회 중 가장 많다. 8개 구⋅군의회 전체 연수 경비 5억 2,600만 원 중 29.8%를 차지한다. 대구시의회 2년 치 경비 1억 7,200만 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달서구의회 해외연수현황(2014년 7월~2016년 5월)
▲달서구의회 해외연수현황(2014년 7월~2016년 5월)

6월 3일 기준으로 확인 가능한 달서구의회 해외연수보고서는 올해 다녀온 두 차례 해외연수를 제외한 5건이다. ‘대구광역시 달서구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에 따르면 달서구의회는 귀국 후 30일 이내에 보고서를 공개하면 된다. 규칙에 따라 지난달 19일과 25일 귀국한 두 차례 연수보고서는 이달 말 또는 7월 초에는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2년간 7차례 연수 중 공개된 보고서 5건 확인
5건 모두 연수국 소개 항목 포털, 다른 보고서 베껴
5건 중 2건만 “네이버 백과사전” 출처 표기

확인 가능한 5건의 해외연수보고서는 모두 네이버, 다음 등 포털 백과사전, 블로그, 다른 의회, 공공기관의 보고서를 베끼거나 짜깁기한 흔적이 발견됐다. 기본적으로 달서구의회 보고서 5건은 모두 연수국 소개 항목을 포털이나 다른 보고서에서 가져와 채웠다.

그나마 5건 중 2014년 베트남, 캄보디아 연수보고서와 2015년 중국 연수보고서 등 2건은 일부 연수국 설명 부분에서 “[출처]네이버 백과사전”이라고 출처를 밝혔다. 하지만 출처를 밝히지 않은 부분에서도 베끼거나 짜깁기한 내용이 발견돼, 출처를 밝힌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긴 힘들다.

달서구의회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연수국 설명뿐 아니라 ‘배우고 느끼다’, ‘방문 후기’ 또는 “우리 지역에 새롭게 적용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사례 중심으로 적어본다”고 설명한 ‘개선사례’ 항목 등에서도 군데군데 베낀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연수국 설명과 달리 ‘배우고 느끼다’, ‘방문 후기’는 의회의 독창성이 드러나야 하는 항목이다. 때문에 이 항목에서 베끼고 짜깁기한 흔적이 발견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2010년 강동구의회 보고서와 똑같은 “방문 후기”
관계자가 한 말도 똑같아? 관계자 인용 문구도 일치

지난해 허시영 달서구의회 운영위원장 등 8명이 미국, 캐나다 등을 방문한 해외연수보고서를 보면 ‘방문 후기’가 다른 의회 보고서와 똑같이 일치하는 내용이 발견됐다. 이들은 지난해 4월 15일 뉴욕시 아동서비스국(NYC Administration for Children’s Services)을 방문한 후기를 보고서 16페이지 하단부터 18페이지까지 적었다.

하지만 ‘후기’는 같은 기관을 ‘설명’하는 2010년 서울 강동구의회 해외연수보고서 내용과 똑같다. 같은 내용을 6년 전 한 의회는 ‘주요 내용’으로 적고, 6년 후 의회는 ‘후기’로 적은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관계자에 따르면”으로 서술되는 부분도 완전히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이 베낀 것이 아니라면 6년 전 강동구의회가 만난 관계자를 6년 후 달서구의회도 만나고, 이 관계자가 6년 전 한 말과 똑같은 말을 하고, 또 이걸 달서구의회가 조사까지도 강동구의회와 똑같이 번역했다는 의미가 된다.

▲왼쪽은 달서구의회 보고서, 오른쪽은 2010년 서울 강동구의회 보고서. 이밖에 약 3페이지에 달하는 달서구의회 방문후기 전체가 강동구의회 보고서 내용과 일치한다.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왼쪽은 달서구의회 보고서, 오른쪽은 2010년 서울 강동구의회 보고서. 이밖에 약 3페이지에 달하는 달서구의회 방문 후기 전체가 강동구의회 보고서 내용과 일치한다.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 ‘개선사례’ 항목에서도 다른 보고서나 포털에서 그대로 가져온 내용이 발견된다. 베껴 쓴 내용이 방문 기관이나 도시에 대한 설명이 많았다. 앞서 해당 기관이나 도시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베끼기가 이뤄졌으며, 그 내용을 그대로 다시 ‘복붙(복사하기+붙여넣기)’하는 과정에서 똑같은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블로거가 “깨닫고”, “의문”갖고, “존경”한 내용
달서구의회도 “깨닫고, “의문”갖고, “존경”
배보용 의장, “그렇게 했다면 잘못됐다고 봐야”

2014년 베트남-캄보디아, 2015년 중국 연수보고서는 독특하게 ‘배우고 느끼다’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 항목에서도 포털과 다른 보고서를 베낀 문장이나 문단이 발견됐다.

2014년 베트남-캄보디아 연수보고서 중 구찌터널에 대한 ‘배우고 느끼다’ 내용은 상당 부분이 인터넷 블로그(http://blog.daum.net/gilmok3/5594854) 내용과 일치했다. 특히, “아닌가 싶다”, “깨닫게 되었다”, “의문스럽다”, “존경스럽다” 등 개별적 감정이나 의지가 드러나는 표현도 똑같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왼쪽은 달서구의회 보고서, 오른쪽은 블로그.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왼쪽은 달서구의회 보고서, 오른쪽은 블로그.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베트남-캄보디아 보고서 군데군데서 확인되고, 2015년 중국 연수보고서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인된다. ‘배우고 느끼다’라는 항목이 없는 다른 3개 보고서 역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유사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배보용 달서구의회 의장은 “인터넷에 떠도는 걸 베껴서 했다고 하면, 그건 내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우리 의원들이 보고서를 적진 않거든요. 기관을 방문하면 담당자들이 이야기한 걸 기록하고, 직원들도 기록하고 하는데 혹시 부족한 건 인터넷에 확인할 순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배 의장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내용 이외에도 ‘배우고 느끼다’ 같은 주관적 내용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우리는 인터넷을 잘하진 못하니까⋯만약에 그렇게 했다면 잘못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저도 확인해보도록 하겠다”고 문제점을 수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