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해외연수⑧]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 “어쩔 수 없다”

일정 부분 납득되지만⋯방법 없는 것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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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3 19:33 | 최종 업데이트 2016-06-14 18:19

대구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보고서 표절 문제를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였다. 심지어는 “이렇게 계속 지적이 많으면 안 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정 좀 봐달라’는 우는 소리를 좀 강하게 표현한 것이다. 보고서가 제대로 나오기 위해선 우선 연수가 알차게 진행되어야 할 텐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매번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유를 들어보면 일정 부분 납득은 된다. 제대로 된 해외연수를 위해선 해외 기관에 대한 방문이 원활해야 하지만 이게 어렵다. 우리나라 지방의회가 해외기관과 방문 교섭을 할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연수 이전에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모를까, 갑작스레 ‘의원’이 방문한다고 해서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해외 기관이 많지 않다.

이를 전문으로 하는 부서가 의회나 구청에 있지도 않다. 전적으로 의회가 알아서 방문 기관과 사전 접촉을 하고 방문 가능 여부를 타진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의회 관계자는 “기관 방문 접촉을 의회 차원에서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를 사이에 끼게 된다”며 “그러니 자연스럽게 관광지 방문도 하게 되는 거다. 패키지 관광을 가면 뭘 사야 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도 있다. 가까운 아시아권 국가 방문이야 어떻게 충당이 되지만, 유럽 등 다른 대륙 국가를 방문하기엔 주어진 비용이 충분치 못하다. 더구나 그저 그런 여행도 아니고, 의원들이 연수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다. 그러니 또 자연스레 여행사를 찾게 된다. 싸고, 쉽게, 가기 위해서다. 그간 시민단체와 언론의 지적으로 많은 부분 개선됐지만, 여전히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다.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니 의원들도 관성에 빠져 관행이라는 이유로 이를 방관한다. 해결책도 쉽지 않고, 해결하고 싶은 의지도 높지 않다. 그렇다고 문제를 이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는 일이다. 외유성 해외연수나 보고서 부실 문제는 전국적으로도 문제 제기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에서는 지난해 해외연수보고서 허위작성 문제로 계양구 의원 11명이 고발당하기도 했다.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는 지난해 5월 계양구 의회 의원들이 호주와 베트남, 캄보디아 등을 다녀온 연수보고서가 허위로 작성됐다고 검찰에 고발했다.

부산에서는 부산시 공무원들의 해외연수보고서 표절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12월 관련 조례가 제정됐다. 하지만 이 조례는 의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조례여서 의원 연수를 강화하거나 보고서 질을 담보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구에는 시와 구를 통틀어 어디에도 관련 조례는 없고, 관련 규칙이나 규정으로만 정해 놓은 상태다. 규칙이나 규정도 내용을 보면 큰 의미가 없다. 보고서 제출 기간에 대한 제한 규정만 있을 뿐, 내용 관련 규정은 없다. 기한을 어긴다고 해도 벌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관련 조례 등 제도를 손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이미 자발적으로 방법을 찾아 실천하고 있는 의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의회 전반에 반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병철 북구의원(무소속)은 “매년 연수를 가는 게 아니라 준비를 제대로 하고 비용도 모아서 2년에 한 번 가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며 ‘격년 연수’”를 제안했고, 석철 수성구의원(무소속)은 “하드웨어 중심 연수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연수로 가야 한다”며 “한 국가, 한 기관에 지속해서 방문하면 연수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네이버해외연수⑦-1] 네이버해외연수를 벗어나기 위한 유병철 의원의 제안[네이버해외연수⑦-2]네이버해외연수를 벗어나기 위한 석철 의원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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