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강제단속 차량 추돌, 김민수의 마지막 공판

변호인의 마지막 피고인 신문···"가족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
김민수 앞 탄원서 8,333장, 후원금 약 2,800만 원
"사연 접한 시민들의 안타까움과 응원, 힘 됐으면"
김민수 가족, "이런 도움을 받아 본 적 없어···은혜 꼭 갚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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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태우고 통근버스를 운행하다 맞닥뜨린 출입국 단속에 놀라 차량을 박은 김민수(가명, 42). 김민수의 마지막 공판이 열렸다.

3일 오후 3시, 대구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승규)는 김민수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을 열었다. 공판에서는 변호인 손나희 변호사의 피고인신문과 검찰 구형, 피고인 최후변론이 진행됐다.

3심제이긴 하지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김민수로서는 항소심이 사실상 마지막 재판이다. 대법원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1, 2심에서 적용된 법리나 재판절차의 하자를 다툴 것이 아닌 이상 양형만을 이유로 상고할 순 없기 때문이다.

김민수는 피고인 신문에서 변호인 질문에 따라 담담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변호인: “체포 당시 8월 출근길에서 법무부 직원을 본 이주노동자가 살려달라고 소리 지를 때, 피고인이 차를 몰고 달아났다가 잡히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렸죠?”

김민수: “1~2분 만에 잡힌 거 같습니다.”

변호인: “법무부 직원들이 나왔다는 걸 알았나요?”

김민수: “바로 법무부 직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차 안에 직원(이주노동자)들이 놀라면서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자기 나라말로도 소리쳐서 그때 인지했습니다.”

변호인: “이주노동자는 그때 어떤 얘기를 하던가요?”

김민수: “저는 앞만 보고 있어서 소리만 들었습니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자기 나라말로 소리치다가 한국말도 하다가, 아비규환이었습니다. 거의 전쟁통이었습니다. 운전하는 저 옆에 와서 ‘서면 안 돼요. 도망가주세요’ 얘기하다가 또 없어졌다가. 난장판이 됐고 뒤에 들어보니 버스 안이 기물이 다 부서졌대요. 그만큼 놀랐다고 해요.”

변호인: “당시 피고인은 어떻게 행동했나요?”

김민수: “그 자리만 피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버스를 좌측으로 꺾은 다음에, 그곳만 회피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에 엑셀을 밟았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정이 많이 들었는데, 그것도 제 잘못의 일부인 거 같습니다. 공무원들이 다칠 거라고 생각했으면 절대 그렇게 운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검찰은 신문을 하지 않고, 재판부에 김민수의 항소 기각을 요청했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 나섰다.

“이주노동자가 많은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며 빠듯한 살림에 보태려 통근버스 운행까지 한 김민수는 하루 대부분을 이주노동자와 보냈습니다. 스무살도 되기 전 가족을 책임졌던 피고인에게 이주노동자는 심정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진 동료이자 친구였습니다. 단속 당시 그들은 유일하게 자기 편이라고 생각한 피고인에게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매달렸고, 머리가 새하얘진 피고인은 차량 사이를 비집고 나가려다 사고가 났습니다. 피고인은 단순 근로자이고 그래서 이주노동자 고용 문제로 처벌받을 일도 없었습니다. 길게는 8년을 함께 일한 동료가 도와달라고 하자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입니다. 실정법 위반은 사실이나, 그 행동은 측은지심의 발동이었을 것입니다.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결과, 이후 상황을 고려하면 3년의 실형은 너무 무겁습니다. 개학을 앞둔 자녀에게 같이 외갓집에 다녀오자는 인사를 끝으로 구속돼 7개월 이상 자녀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 공무원들도 피고인의 사정을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합니다. 부디 피고인과 이 사건을 주목하는 모든 이들이 법의 온정을 느낄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길 바랍니다.”

김민수의 최후 진술. 변호인 신문에는 담담히 응했던 김민수는 최후진술에서 ‘가족’이란 말을 꺼내며 울컥 눈물을 쏟았다. “제가, 가족끼리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다른 생각은 해 본 적 없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이번 사건 선고 기일은 오는 5월 1일이다.

김민수 앞 탄원서 8,333장, 후원금 약 2,800만 원
“사연 접한 시민들의 안타까움과 응원, 힘 됐으면”
김민수 가족, “이런 도움을 받아 본 적 없어···은혜 꼭 갚고 싶다”

김민수에 대한 항소심 판결 결과는 어떻게 될까. 결과와 상관 없이, 강제 단속과 이에 따른 비극적인 사건은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호소도 나온다.

김민수 사고 소식을 접하고 지원에 나선 고명숙 이주와가치 대표는 재판 이후 “정말 예상치 못할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힘을 전달해 주셨다. 최근에는 아이들 장학금으로 전달해달라며 후원도 들어왔다”며 “목표치를 훨씬 상회하는 후원금이 모여, 최근 들어온 후원금을 마지막으로 전달하고 모금은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 대표에 따르면, 김민수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는 8,333장이 모였고 후원금은 약 2,800만 원이 모였다.

고 대표는 “이토록 큰 시민의 관심과 응원은 이주민과 함께 사는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에서도 비롯됐을 것”이라며 “김민수에 대한 선처와 함께,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 추방 문제 또한 개선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생업 탓에 결심 공판에 참석하지 못한 김민수의 동생 김민주(가명, 39) 씨는 <뉴스민>을 통해 감사를 전했다.

“이렇게까지 저희가 관심받고, 도움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분들이 사건에 관심 갖고 후원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정말로. 선고 결과는 모르겠지만 관심과 응원 자체로 큰 힘이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주노동자 사정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 사람들이 없으면 안 됩니다. 모두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인데, 이제는 시선이 바뀌어야 합니다. 또다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