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박정희 동상 14억여 원도 추경 편성···“시의회 무시하는 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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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채 박정희 동상 건립 예산을 함께 편성해 논란이다.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준)는 조례 의결 전에 이뤄진 예산 편성에 문제가 있다며 대구시의회의 조례안 및 예산 부결을 촉구했다.

16일 대구시는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당초 예산보다 5,237억 원 늘어난 11조 1,109억 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늘어난 예산 중에는 대구도서관 앞 공원과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공원 및 박정희 광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박정희 동상을 각각 건립하는데 드는 비용 14억 5,000만 원도 포함됐다.

대구시는 “대구만이 가진 역사적 정체성인 박정희 산업화 정신과 2.28 자유정신을 살려 대구시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박정희 공원(대구대표도서관 앞), 박정희 광장(동대구역 광장)에 각각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기 위해 14억 5,000만 원을 편성한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동상

같은 날 박정희 우상화 반대 운동본부는 성명을 내고 “대구 시민과 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시의회를 동시에 무시하는 처사”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운동본부는 “대구시는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입법예고 기간 중 찬성 의견은 하나도 없었고, 반대 의견은 무더기로 접수되었음에도 조례 발의를 강행해 시민 의견을 묵살했다”며 “조례가 가결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안부터 편성한 것은 의회마저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례가 임시회에 부의되어 있으나 가결이나 부결 또는 유보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인데 예산안부터 편성해 놓은 것은 상식 밖의 독선”이라며 “홍준표 시장이 같은 회기에 조례안과 예산안을 동시에 부의, 확정을 추진하는 것은 자신이 발의했으므로 의회가 군말없이 통과시키라고 명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같은 회기에 조례와 예산을 동시 의결하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대구시의회가 이를 통과시킨다면 대구시의회는 시민과 법률이 부여한 의회의 권한과 역할을 홍준표 시장에게 자진 헌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구시의회는 시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자존을 걸고 이 조례와 예산을 가결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