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년, 한국옵티칼 고공농성 100일···”그곳의 봄은 어떻게 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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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년, 한국옵티칼 고공농성 100일. 한국옵티칼 고공농성장 앞에서 해고자 박정혜, 소현숙 씨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문화제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해고자들이 눈오는 겨울 공장 옥상에 올라 봄을 맞이했다며, 봄이 가기 전에 무사히 내려올 수 있기를 기원했다.

16일 오후 6시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고공농성장 앞 공터에 조합원과 노동자·시민 80여 명이 모여 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에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양경규 녹색정의당 국회의원(비례대표)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16일 오후 6시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고공농성장 앞 공터에 조합원과 노동자·시민 80여 명이 모여 문화제를 열었다.

투병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날로 두 번째 한국옵티칼 고공농성장을 찾았다. 김 지도위원은 농성 중인 두 해고자를 바라보며, 309일간 85호 크레인에서 농성한 경험에서 우러나는 위로를 전했다.

“얼마 전 산책길에서 여자아이와 아빠가 가위바위보 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울컥했습니다. 4월이어서였겠지요. 세월호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도 저토록 젊었고, 그 아이들도 세상 좁아라 뛰던 한 때가 있었습니다. 노랗게 핀 꽃을 보는 일도, 자식 팔아 한 밑천 잡았다는 소리가 고통스러워 이사하고, 새 동내에선 아들이 이민 갔다고 거짓말 한다는 엄마의 기사를 읽고 며칠씩 가슴이 아픈 것도 다 4월이어서일 겁니다. 세월호를 앞세워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바뀌었어도 달라지지 않은 세상도 참담했지만, 총선인데도 아무도 세월호를 말하지 않는 건 크나큰 절망이었습니다. 노동자 삶을 말하지 않고, 외자기업 먹튀를 말하지 않은 선거, 양회동, 아사히, 옵티칼, 소현숙, 박정혜 이름을 부르지 않은 거지 같은 선거···박정혜, 소현숙 동지 그곳에서 겨울은 어떠했습니까. 봄은 어떻습니까. 땅의 시간과 허공의 시간은 다르게 흐릅니다. 85호 크레인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간이 두려워 방울토마토를 심었었습니다. 저는 37년 만에 복직하고 하루 만에 퇴직했습니다. 두 동지는 함께 일하던 조합원들과 밥도 같이 먹고, 퇴근하면 삼겹살에 소주도 한잔 하는 그런 일상이 다시 올 겁니다. 언젠가 옛말 할 날이 머지않아 올 겁니다. 끝까지 함께 투쟁합시다.”(김진숙)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한국옵티칼 고공농성장에 방문했다.
▲양경규 녹색정의당 국회의원

양경규 국회의원은 “옵티칼하이테크 100일에 수많은 연대, 눈물, 고통이 있었다. 100일 동안 함께해주신 모든 동지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 말씀을 드린다. 소현숙, 박정혜 동지의 투쟁은 두 사람을 위한, 해고자 11명을 위한 투쟁이 아닌 우리 사회 노동자,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노동자 투쟁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곳곳에 외투기업 먹튀들이 만발하고 있다. 의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외투기업 규제 패키지법 발의하고 외투기업 먹튀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통과 가능성이 많지는 않다. 22대 국회가 어떤 국회가 될지 뻔한 상황에서 노동자는 다시 암담한 시절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실망하지 말고, 100일을 지켜왔으니 다른 100일도 지킬 수 있다고, 또 다른 100일 내에는 반드시 승리할 거라는 확신으로 투쟁하자”라며 “부질없다 생각하지 말고, 결국 세상을 밝히는 투쟁이 될 것이라는 믿음과 연대로 투쟁을 이어가자”라고 덧붙였다.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세월호 10주기, 고공농성 100일을 맞는 마음이 무거운 자리다. 박정혜, 소현숙 동지는 우리 생존을 지키겠다고 1월 8일 새벽에 공장 옥상으로 올랐다. 두 동지를 보며 말문이 막혀 조합원에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며 “2022년 10월 화재 발생 후 561일이 지났다. 긴 시간 동안 우리 11명 조합원이 흔들림없이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두 동지 덕분이다. 연대의 힘으로 무사히 귀환해서 11명이 손잡고 돌아가는 날까지 같이 싸우자”라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정진석 씨, 노마드 오카리나 앙상블, 박경화 밴드 문화 공연이 이어졌다. 마지막 순서로 참가자들은 노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합창하며 문화제를 마무리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