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땅투기한 동대구역에 동상?” vs “산업화의 시작은 대구”

22일부터 대구시의회 임시회 개회···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심사
박정희 우상화 반대 운동본부, 천막 농성 돌입하고 기자회견
홍준표, “박정희 산업화 정신 기리는 기념사업 당당하게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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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목이라는 사람이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냈다. 서울도시계획에 관해선 5권의 책을 남겼다. 꼼꼼히 기록하는 성실한 공무원이다. 이 사람 책을 보면 동대구역을 개발할 때 거긴 허허벌판이었다. 그걸 개발할 때 그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땅투기를 해서 돈을 벌어갔는데 ‘그 주동자가 청와대다’ 이렇게 기록돼 있다. 박정희는 그런 사람이다. 그 동대구역에 동상을 세우는 것이 말이 되나?”

홍준표 대구시장이 추진하는 박정희 동상 건립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반대 움직임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22일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준)는 시의회 주차장 한켠에 천막 농성장을 마련하고, 오전 9시 30분부터는 60여 명이 참여한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안 부결을 촉구했다. (관련기사=박정희 우상화 반대 운동본부, 대구시의회 천막 농성 돌입(‘24.4.22))

기자회견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은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동대구역과 얽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화를 소개하며 동상 건립의 부적절성을 강조했다. 이 전 실장은 “역사를 제대로 알고 나면 결코 박정희를 숭배, 존경할 수 없다”며 “홍준표 시장은 그냥 막무가내로 개인 의견으로 아무런 공론화 없이 동상을 세우겠다고 하고 있다. 불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투기를 했던 동대구역에 그것을 세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홍 시장은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를 것”이라며 “현대사를 가르치지 않으니 사람이 어리석어지는 거다. 홍 시장은 한마디로 영혼 없는 시장이고, 어리석은 우민화 정책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 저는 홍 시장과 1대 1로 토론할 것을 제의한다”고 강조했다.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박정희가 병력을 이끌고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키고 내린 포고령 중 네 번째가 각종 입법기관의 정치, 해체였다. 그 당시에 있던 지방의회도 다 해산됐다. 그런 사람을 기념하는 사업을 지방의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건 의회 스스로가 자처하는 모욕적인 일”이라며 시의회가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대한민국 경제를 성장시켰다고 하는데, 그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수많은 시민을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죽여가면서 기득권 세력 배 불린 것이 성과인가”라고 힐난했다.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를 천명하고 있다.

홍준표, “박정희 산업화 정신 기리는 기념사업 당당하게 추진”
“조례 제정 않고 예산 편성 안 돼? 멍청하고 무식한 주장”

하지만 홍 시장은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 의사를 의회에서 다시 한 번 천명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 홍 시장은 대구시의회 308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 출석해 추경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에 나섰다. 홍 시장은 이 연설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는 기념사업을 사업화의 상징 도시인 대구가 당당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광주를 가보면 광주의 저항정신 상징인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이 참으로 많다. 동상 뿐만 아니라. 많은 광주에 있는 김대중의 저항 정신을 광주 사람들은 찬성하고, 찬탄한다. 대구는 2.28 자유정신과 박정희 산업화 정신이 병존하는 도시”라며 “산업화 정신은 출발이 대구다. 산업화의 출발은 대한민국의 경공업이고, 그 경공업의 중심인 섬유공업이 대구에서 출발했고, 대구에서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정희 산업화의 정신을 대구가 기리지 않고 일부 좌파단체가 주장한다고 거기에 매몰돼 우왕좌왕하는 건 대구의 산업화 정신, 2.28 자유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일부에서 조례를 제정하지 않고 어떻게 예산을 짰느냐고 한다. 그건 멍청하고 무식한 주장이다. 매년 국회에는 예산 부수 법안과 예산안을 동시에 제출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역행했던 과오도 있지만 헌정사상 가장 힘든 시기에 대통령으로 재임해 산업화를 이루고 한국을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업적을 남긴 지도자”라며 “다만 독단과 결단은 결이 전혀 다르다. 시민들에게 닿는 온도차도 클 수밖에 없다. 결정에 앞서 상충된 의견을 세심히 살피고 보듬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 의회 내부에도 이견이 있는 만큼 안건 심의 과정에서 냉철하게 점검하고 민의를 충실히 담겠다”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