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공무원만 누릴 잔치”···우승 재킷까지 마련한 제2회 공무원 골프대회

홍준표, 관용차량 이용해 초청팀 라운딩
“자기 돈으로 운동하는데 못 하게 하는 건 자유민주주의 아냐”
대구시, 지난해 대회에 약 1,200만 원 세금 지원

16:16
Voiced by Amazon Polly

홍준표 시장이 경남도지사 시절엔 1회에 그쳤던 공무원 골프대회가 대구에서 2회차 개최됐다. 25일 낮 12시 50분께 대구시는 대구 군위군 소재 군위오펠GC에서 제2회 공무원 골프대회를 개회했다. 직원동호회 이븐클럽 주최 형식로 열린 대회에 홍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특별 초청팀 자격으로 참여했다.

대회가 열린 군위오펠GC는 대회 시작 30여 분 전부터 분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클럽하우스 정문 상단에는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기념, 제2회 대구광역시 공무원 골프대회’라고 쓴 현수막이 걸렸고, 그 옆으론 홍 시장 관용차량이 주차됐다. 대회에는 홍 시장 외에도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 일부도 특별 초청팀으로 참여했다.

▲홍준표 시장이 축사에 나서 “대구시 공무원만이 누릴 수 있는 잔치다. 전국 공무원들 중”이라고 말했다.

12시 50분께 그린 한켠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홍 시장은 축사에 나서서 “대구시 공무원만이 누릴 수 있는 잔치다. 전국 공무원들 중”이라며 “말들이 많다. 시끄럽고. 하든가 말든가. 자기 돈 내고 자기가 운동하는데 그걸 못 하게 하는 건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주변의 비판 여론을 반박했다.

이어 “시샘이 나서 그러는 거니까 염두에 두지 말고, 재미있게, 자유스럽게, 즐겁게 하자”며 “올해도 1등에겐 250만 원 드라이브 교환권하고 이 옷도 입혀준다고 하니까 잘 치라”고 발언대 옆에 세워진 붉은색 우승 재킷을 가리켰다.

▲대구시는 이번 대회에는 특별히 우승 재킷도 마련했다. 홍준표 시장이 재킷을 보며 선전을 격려했다.

대구시는 지난해부터 직원동호회가 주최하는 방식으로 공무원 골프대회를 열고 있다. 대회 참여자는 기본적으로 부담해야 할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대여비 등은 개인이 부담하지만, 250만 원 상당의 우승 상품 등을 비롯해 약 1,200만 원 가량을 세금으로 지원 받아 대회를 치른다.

대구시는 지난해 골프대회 개최를 앞두고 직원동호회 운영에 준수해야 할 내부기준을 일부 수정해 골프대회 맞춤형으로 만들었다. <뉴스민>이 9개월여 간 정보공개청구와 행정심판 등의 과정을 거쳐 확보한 ‘2023 직원동호회 계획’ 문건에 따르면 대구시는 2016년부터 포함되어 있던 ▲국외행사비 ▲기념품구입비 ▲시상금 지원 불가 규정을 수정해 ‘시상품’을 일정 범위 이내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심판비도 대폭 인상했다. 2016, 2017년엔 1인당 4만 원이 원칙이었던 심판비는 2018년 7만 원까지 늘어서 2022년까지 유지됐다. 하지만 2023년엔 종목별 특성을 감안해 최대 20만 원까지 지급 가능하도록 인상됐다.

바뀐 규정에 따라 대구시는 이 대회 개최에 1,174만 2,000원을 세금으로 지원했고, 이중 700만 원은 시상품 용도로 썼다. 267만여 원은 급식비로 나갔고, 176만 원은 진행요원경비로 쓰였다. 진행요원경비 중 120만 원은 대회 심판 6명에게 심판비 최대치 20만 원이 각 지급됐다. 대구시는 올해도 이에 준할만큼 세금을 대회에 지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뉴스민>은 2024 직원동호회 계획 문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대구시는 비공개 결정했다. 대구시는 지난해에도 이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가 행정심판 끝에 위법, 부당하다는 판정을 받은 후 공개한 바 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