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료 삭감 논란 불거진 배민···라이더도 건별 최저임금 적용될까

배달의민족 배달대행 약관 변경 논란
특수고용노동자 최저임금 보장 논의에 불붙일까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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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선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생산량 기준 최저임금액을 정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대표 직종인 배달라이더는 현재 플랫폼별, 서비스별로 다른 배달료를 적용받고 그 결정권을 플랫폼사가 쥐고 있어 처우의 불안정성이 높다. 배달플랫폼노조는 최근 배달의민족이 변경 예고한 비마트 배달료 정책이 라이더에 불리하게 적용되는 점을 들어 “라이더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최임위 첫 회의에선 배달라이더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등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에 대해 ‘도급임금 하한액’(도급 최저임금제) 도입 여부가 논의됐다.

도급 최저임금제는 근로시간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하기 어려운 경우 근로자의 생산량 등을 기준으로 정하는 최저임금이다. 배달라이더의 경우엔 배달 건별로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저임금법 제5조 3항과 시행령 제4조는 시급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게 적정하지 않을 경우 생산량 또는 업적의 일정 단위에 의해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동안 최임위에서 논의된 적은 없다.

배달라이더들의 경우엔 플랫폼별, 서비스별로 건별 기본 배달료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이 없는 탓에 플랫폼사가 임의로 처우를 불리하게 변경해도 문제삼기 어렵다. 배달라이더 노조는 최근 배달의 민족이 비마트 배달료 체계 변경을 예고한 것을 이러한 사례로 제시한다.

▲기자회견은 29일 오후 1시 25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렸다. 배달라이더 노동자 50여 명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대구지역 비마트 순회 라이더 행진을 진행했다.

배달의민족 배달대행 약관 변경 논란
특수고용노동자 최저임금 보장 논의에 불붙일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는 배달의민족이 비마트의 배달료 체계 변경을 예고한 것을 두고 공동으로 항의행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배달의민족 같은 플랫폼사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배달료를 변경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건별 최저임금액을 법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달의민족은 최근 배달대행 약관을 변경하며 오는 30일부터 비마트의 현행 ‘바로배달료’ 체계를 ‘구간배달료’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비마트는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퀵커머스 형태의 온라인 마트로 대구에는 중구, 북구, 수성구, 달서구 4곳에 비마트 물류창고를 두고 있다.

노조는 현행 기본배달료는 3,000원이지만 구간배달의 기본요금은 픽업요금 1,200원(서울 기준)에 전달요금 1,000원을 합해 2,200원이 되므로, 사실상 기본배달료가 약 30% 삭감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비서울 지역의 픽업요금은 1,000원으로 서울에 비해 200원 낮다.

현철관 배달플랫폼노조 대구지회장은 “서울과 비서울의 요금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지방에서 일하는 라이더는 서울에 올라가 성수기 몇 개월을 일하고 다시 내려오는 경우도 많다”며 “라이더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12시간이다. 전반적으로 배달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그나마 비마트 물량이 나오는 편인데, 이 배달요금부터 손 대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배달의민족의 물류서비스를 전담하는 우아한청년들 측은 요금 삭감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29일 배포된 입장문에선 “기존에 단건배달 요금체계만 적용되던 비마트에 여러 건을 묶어 가는 다건 배달 체계(알뜰배달)가 적용되면서 기본료 삭감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비마트에서 주문이 단건으로 배차되는 경우엔 기존과 동일하게 3,000원이 적용된다”며 “알뜰배달 배차시 최소 2건 이상 배차되는 만큼 최소 4,400원에서 기본배달료가 책정된다. 라이더 수익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배달플랫폼노조는 “배달라이더의 적정임금 보장을 위한 최소 수준의 안전장치로서 최저임금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29일 오후 1시 25분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대구지부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오전부터 대구지역 비마트 순회 라이더 행진을 진행했고, 행진 경로 중 대구지방노동청을 포함해 기자회견도 개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산업구조가 바뀌고 고용구조가 복잡해지면서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는 3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다. 이번 배달의민족 구간배달 일방적 도입에서도 알 수 있듯 이들에 대한 착취 수준이 심각해진 만큼 건별 최저임금 적용으로 적정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철관 배달플랫폼노조 대구지회장은 ”서울에서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 등 공동행동을 하고 있다. 서울에 갈 수 없는 우린 대구에서 의지를 보이기 위해 모였다. 지방 차별과 일방적인 약관 변경에 반대한다“며 “이후에도 3,000원 이하 콜 안 타기 운동을 지속하고 라이더 최저임금 보장 및 불이익한 약관 변경 강제동의 절차에 대한 법제도 개선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