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품화 논란 미인대회, 올해 경북에선 영양만 개최

안동은 올해 대회 개최 않기로, 향후 개최 여부도 미지수
경북 기초자치단체들, "시대 흐름 맞지 않다"며 폐지 추세
경산, 영천 등은 남성까지 확대해 대회 성격 변화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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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상품화 비판을 받아왔던 ‘지역 특산물 아가씨 대회'(이하 미인대회)가 사라지고 있다. 유일하게 대회명에 ‘아가씨’를 고수했던 영양군은 올해부터 ‘홍보사절’로 대회명을 바꿔 개최하고, 안동시는 올해 대회를 개최 않기로 했다.

3일 <뉴스민>의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 기초지자체 가운데 ‘미인대회’는 올해 영양군에서만 개최될 예정이다. 영양군은 이번주 내로 대회 개최 공고를 내고, 이달 말부터 참가자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참가자는 만 18세~26세 이하 미혼 여성으로 서류 심사와 예선, 합숙을 거쳐 진·선·미를 뽑는다. 키와 지역 제한은 없으나, 최근 3개월 이내 컬러 사진으로 명함판, 정면 상반신, 자유 포즈 전신 3매를 제출해야 한다. 대회는 7월 예선, 8월 본선이 예정돼 있고, 대회 예산은 약 3억 원이다.

영양군은 ‘미인대회’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올해부터 대회명을 아가씨 선발에서 홍보사절 선발로 변경한다. 영양군 유통지원과 관계자는 “‘아가씨’라는 이름 때문에 성 상품화라는 비판이 많아서 이름을 바꾸게 됐다. 저희는 순수하게 영양군 홍보를 위해 홍보요원을 뽑는 것”이라며 “지난해와 대회 내용은 거의 동일한데, 나이 제한을 24세에서 26세로 두 살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성까지 확대한 다른 지자체 사례를 참고해 차츰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한 번에 다 바뀔 수는 없으니까, 이름부터 바꾼 것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영양고추아가씨 선발대회’ 모습 (사잔=영양군)

격년제로 대회를 지속하던 안동시는 올해 대회를 개최하는 해이지만, 개최 않기로 했다. 안동시는 지난 2022년 18세 이상 미혼여성을 대상으로 사진과 신장, 체중 등의 항목을 묻고, 프로필 촬영과 합숙, 본선을 거쳐 진·선·미를 선발했다. 안동시는 이미 영양군처럼 ‘아가씨 선발’이라는 명칭을 홍보사절 선발로 변경하고, 수영복 심사를 빼는 등 변화를 꾀했다.

안동시 축산과 관계자는 “올해는 일단 안 하기로 했고, 2년 뒤에도 안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타지자체도 대부분 폐지하는 추세기도 하고, (미인대회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도 있다 보니 개최가 불투명하다”며 “대회를 주최하는 한우협회와 구체적으로 향후 대회 지속 여부를 논의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저희 쪽에서는 대회 개최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9년 기준 경북 기초자지단체 6곳이 개최하던 미인대회는 ‘여성 성상품화’를 이유로 폐지됐거나, 남성 지원자까지 확대해 대회 성격을 바꿔 개최하고 있다. 2022년부터 영천시(제1회 영천 포도피플 선발대회)와 경산시(제3회 대추알리미 선발대회)는 남성 참가자까지 확대해 선발했다. 영천과 경산은 올해 대회 일정을 확정하진 못한 상태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