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 청소⋅경비노동자 직접고용 무산···대구시, 고용개선 약속 잊었나?

'15년 비정규직 고용개선 선포 대구시, "자회사 설립은, 도시철도 계획"
노조·시민단체, "대구시-도시철도공사, 약속 이행하라"

14:39

2017년 대구도시철도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 400여 명을 직접 고용한다는 계획이 무산됐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었지만, 대구시가 비정규직 고용개선 실천 선포식까지 하며 추진했던 터라 대구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달 28일 대구일반노조는 2017년 자회사를 설립해 간접고용 비정규직 청소·경비노동자 464명을 직접 고용한다는 계획을 철회했다는 대구도시철도공사의 공식 답변을 받았다. 직접고용을 통해 2~3년마다 재계약하는 고용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는 희망이 물거품이 됐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올 1월 ‘대구도시철도공사 비정규직 고용개선을 위한 자회사 설립 추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개선을 위해 “임금수준이 낮은 청소⋅경비 분야부터 우선 자회사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도시철도 3호선 청소노동자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도시철도공사의 전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840명 중 청소 노동자는 431명, 경비 노동자는 33명이다. 2016년 3월부터 자회사 설립 타당성 검토 → 6월 자회사 설립 방침 확립 → 하반기 이사회 의결 → 시장 승인 → 시의회 의결을 거쳐 2017년부터 사업을 실행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 있다. 자회사 설립 시, 대구시 지원금 9억 원을 설립 비용에 반영한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대구도시철도공사는 11월 말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자회사 설립 추진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 5일 ‘대구도시철도공사 자회사 설립 타당성 용역 연구진 의견’ 보고서는 “공사 재정여건을 감안 당장 자회사를 설립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검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종 용역 결과 보고서는 오는 20일께 나올 예정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 홍보실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정확한 사정은 잘 모른다”면서도 “대내외 여건, 회사 수익 사정 등 여러가지 상황이 겹친 걸로 안다. 자회사 설립을 확정한 게 아니라 설립을 검토하는 과정이었다. 계획이라는 게 수립했다가 안 될 수도 있는건데, 회사 입장에서 항변하기 곤란한 입장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대구시 노사민정협의회는 비정규직 고용안전 실천 선포식을 열었다. [뉴스민 자료사진]

앞서 2015년 6월 대구시는 ‘대구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비정규직 고용안정 실천 선포식’도 열었다. 지난해 11월 대구시는 기간제 노동자 무기계약직 전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자회사 설립을 통해 간접고용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개선 방안을 내놓은 것은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유일했다.

이같이 대구시가 실천 선포까지 하며 추진하던 사업이 무산되자 해당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는 14일 대구시의 의지 부족을 지적하며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은정 대구일반노조 정책국장은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추진했던 사업이었다.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예산이 없다고 안 된다고 하니 대구시도 손을 놓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도시철도 청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내년이면 직접 고용될 거라는 희망으로 한 해를 살았다. 그동안 못 받은 수당도 자회사 설립되면 한꺼번에 해결하자고 해서 기다렸다. 정말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6개 대구지역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와 대구도시철도공사의 무책임함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이 약속은 대구시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에 더 의미가 있었고, 시민단체도 박수를 보냈다. 대구시는 약속을 이행해서 그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현주 대구시 고용노동과장은 “대구시가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마련하라는 방침을 내리고, 그에 따라 도시철도가 관련 대책을 제시한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운영비가 부족한 부분은 시에서 지원한다.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도시철도가 자회사 설립하면 더 많은 돈이 들 텐데, (도시철도가) 어느 방안이 좋은지 검토를 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대구일반노조 등은 오는 15일 오후 4시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시와 대구도시철도공사에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