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2017년 첫 촛불집회, “박근혜 내려오고, 세월호 올라오라”

10차 대구시국대회, 세월호 참사 천일 앞두고 다양한 추모 이어져

20:27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앞두고 대구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7일 오후 6시 대구시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도로에서 10차 ‘내려와라 박근혜’ 대구시국대회가 열렸다. 시민 2,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오는 9일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앞두고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와라”는 구호를 외쳤다. 무대 스크린 위로는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을 뜻하는 ‘진실의 고래’가 떴다.

집회 시작 전인 오후 5시 30분께 대구청소년시국선언단은 노란 풍선과 ‘REMEMBER 20140416’이라고 적힌 카드를 들고 집회장을 천천히 걸었다.

박정인(16, 수성구) 씨는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노란 풍선을 들고 나왔다. 천 일 동안 (진상 규명이)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며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여러 의혹을 들으면서, 대통령이 자기 나라 국민이 죽어가도 나오지도 않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대구 청소년들로 구성된 극단 ‘메모리즈’도 무대에 올라 연극 ‘지켜지지 못한 약속 : 다녀오겠습니다’ 일부를 선보였다.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연극은 지난 2015년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처음 선보였다. (관련 기사 : 잊지 않으려 만든 뮤지컬, ”지켜지지 못한 약속: 다녀오겠습니다”)

이유정(20, 달서구) 씨는 “많은 분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유가족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안고 연극을 만들었다”며 “하루빨리 해결되어 이 연극을 무대에 올리지 않거나 올리더라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천일이 되는 지금까지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유정 씨(20, 달서구)는 단원고 교복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안에서 대화를 나누던 단원고 학생을 연기하는 모습에 연기자도 시민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시민들은 오후 7시,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던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소등 퍼포먼스를 벌였다. 1분 소등 후, 핸드폰 플래시로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이날 집회에 참여하는 청소년을 위해 떡볶이를 나눠주는 시민도 눈길을 끌었다. 진은주(44, 북구) 씨는 “여러 번 집회에 참석했었는데, 어른으로서 청소년들에게 힘이 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나눠주는 거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서명도 받았다.

▲조선식(65, 동구) 씨

머리가 희끗희끗한 택시노동자도 ‘새누리당 해체’라고 쓴 야광 머리띠를 하고 촛불을 들었다. 조선식(65, 동구) 씨는 “어제는 친박 손님이 한 명 타서 택시에 노란 리본을 보더니 한참 싸웠다. 청년 학생들에게 너무 부끄럽다”며 “북한이 김일성을 우상화한다고 배웠는데, 우리가 지금 박정희를 우상화하고 있지 않나. 박근혜 부역자들을 청산하고, 후손들에게 진정한 민주주의를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1시간 동안 이어진 후, 대구 도심 행진으로 마무리됐다. 박근혜 퇴진을 위한 대구 촛불집회는 매주 토요일 오후 대구 도심 일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