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청년일자리 민관 협의회서도 ‘최저임금’ 화두

대구시, 최저임금 인상 우려와 청년정책 함께 설명
일부 위원들, "최저임금 때문에 청년 일자리 문제?" 지적
"미래가 보이는 직장 원해...다양한 분야 일자리 창출"

19:55

올해 처음으로 열린 대구 청년일자리 문제 협의회 자리에서도 ‘최저임금’이 화두가 됐다. 대구시와 기업 위원들은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청년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를 꺼냈고, 시민단체 측 위원들은 이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23일 오후 2시 대구시 북구 산격동 대구시청 별관 대강당에서 ‘대구 청년일자리 민관 거버넌스 협의회’ 첫 회의가 열렸다. 대구시청 신경섭 일자리경제본부장이 위원장을 맡고, 청년 7명, 기업 8명, 시민단체 3명 등 46명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신경섭 위원장(대구시 일자리경제본부장)은 “대구는 중소기업이 99%를 차지하고, 도소매업, 서비스업에 종사자가 타 지역에 비해 많아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더 강하게 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지역 청년들이 더 힘들어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역 실태를 짚어 보고, 청년 일자리 현장 목소리를 들어 내년도 사업에 반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첫 회의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지원대책을 설명하고, 대구시 청년 일자리 정책을 발표한 뒤 이에 대한 위원들의 자유 토론으로 진행됐다.

대구시는 2020년까지 1만3천 개 청년 일자리 창출, 청년 고용률 3%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6월 행정안전부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 공모에서 23개 사업이 선정돼, 일자리 799개 창출을 앞두고 있다.

토론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시작됐다. 김태완 유니픽코리아 대표는 “저도 벤처 기업의 대표도 부모님도 소상공인이다.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하지만, 실제로 가능한지 의문이다. 기업은 투자 비용이 줄고, 소상공인은 오히려 월급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최준영 ‘대구 청년ON’ 위원은 “최저임금이 올라서 좋기도 하지만, 일자리에서 잘리는 청년도 있다. 오른 임금을 제대로 받는 청년도 있지만, 여전히 4~5천 원 정도 시급을 받으며 편의점에서 일하는 청년도 있다”며 “청년이라고 해서 한쪽 의견만 있는 게 아니다. 청년들이 일자리에서 잘릴 걱정하지 않게 하는 정책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덕화 대구경영자총협회 사무국장은 “경제계는 직종별, 지역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 지역은 노동 집약적인 산업, 특히 대기업 하청이 많다”며 “하청업체가 원청에 대놓고 어렵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당장 부가가치를 만들 여유가 없다. 이런 부분은 시에서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자 김정옥 한국노총 대구본부 총괄본부장은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어려운 이유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것은 과대포장”이라며 “이미 몇 해 전부터 원하청 불공정 계약 문제를 이야기했다. 원청 갑질을 법적으로 제재한다든지 충분히 해결 방안이 있다”고 반박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도 “대구 근로조건이 다른 지역보다 열악하다는 것을 알면서, 최저임금 인상마저 부담스럽다고 하면 결국 청년들은 다른 도시로 나가라는 말이다. 오늘 주제에는 (정책) 공급자 시각만 있다”며 “근로조건이 열악한 이유는 실제 지불 능력이 없어서 일 수도 있고, 문화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때문에 청년 일자리가 문제라는 시각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청년위원들은 그제야 청년 일자리에 대한 의견을 꺼내기 시작했다. 김인호 반디협동조합 대표(전 청년ON 위원)은 “집에서 먼 일자리, 야근이 많은 일자리를 꺼리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주거 공간을 마련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공기업이나 대기업을 제외하면 집 밖을 떠나 일하기 쉽지 않다”며 “우리가 바라는 일자리는 간단하다. 미래가 보이는 직장이다. 이 일을 해서 집도 사고, 결혼도 할 수 있다는 비전만 있다면 충분히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영 ‘대구 청년ON’ 위원도 “지난해 현대모비스 등 대기업이 유치되는 유의미한 사례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일자리 성과는 없다. 지금도 취업을 위해 서울로 떠나는 청년들이 여전하다”며 “최근 김광석 거리나 대명동 문화거리 등에 문화콘텐츠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청년들이 대기업에만 가고  싶어 한다는 건 고정관념이다. 이런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장종욱 대구청년위원회 위원장도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는 매번 나오는 이야기다. 일자리 몇만 개, 수치로 이야기되는 건 잘 와닿지 않는다. 실제로 어떻게 대구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지 스토리로 접근해 달라”며 “이런 자리에 불러 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평일 오후 2시 한창 청년들이 일하고 있는 시간에는 실제로 대구에서 일하는 청년의 목소리를 듣기 힘들다. 제대로 된 ‘지역 주도형 일자리’를 위해서 이런 부분도 신경 써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협의회는 2시간가량 이어졌다. 협의회는 상반기와 하반기 한 차례씩 전제회의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