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학교 성추행 피해 조사 중 학생 신원 노출···학부모 반발

SNS서 제보 100건 넘어···현직 교사가 SNS 페이지 고소 경고도

16:34

대구 한 사립학교 성추행 피해 조사 중 교육청이 조사 결과를 학교 관리자들과 공유하며 실명을 기재한 학생들 신원이 학교 측에도 알려졌다. 교육청은 조사 결과 정리를 학교 관리자와 함께하면서 알려졌다고 해명했지만, 일부 학부모는 학생들의 신원 노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교육청에 따르면, 28일 교육청의 ㅅ학교 현장 조사 과정에서 학생들로부터 일부 교사의 성추행 혐의 제보를 받았다. 학교는 성추행 혐의 교사 3명을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날 교육청은 조사 결과를 ㅅ학교 교장 등 학교 관리자와 함께 정리하며 조사지에 실명을 적은 학생 69명의 신원이 학교에도 모두 알려졌다. 학교는 파악한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학교 방문을 요청했다. 학교를 방문한 한 학부모에 따르면 학교가 학생 명의로 교사 고소를 요청했고, 성추행 혐의가 있는 교사를 피해 학생들에게 대면해 사과하도록 했다.

▲대구 한 중학교 학생들이 교사의 폭력 등에 항의하는 쪽지를 붙였다. (출처=학생인권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한 학부모 A(49) 씨는 <뉴스민>과의 통화에서 “익명이 보장되는 설문조사라고 하여 아이들이 용기 내서 이름을 적고 조사에 응했다”라며 “수업 중에 한 행동도 있다. 특정 학생만 피해를 받은 것도 아닌 상황이라 공개 사과를 해야 하는데 일부 학생만 대면 사과를 한 것도 잘못됐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청은 최대한 피해 학생의 신원을 보장하고 가해자 분리 조치에도 신경 써야 하는데 학교가 학생을 다 파악해서 지금 학생들은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 교육청 조사에 응했는데 학교가 학부모를 불렀다. 사건 해결 과정도 교육인데 오히려 두 번 세 번 상처만 입고 있다”라며 “학생에게 나서서 고소하라고 한 것도 너무 어이없다. 피해 증언을 경찰서에 가서 다시 하란 말인가”라고 덧붙였다.

대구교육청 학교생활문화과 관계자는 “한 교사가 학생 신체접촉 했다는 증언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다른 교사도 수업 중 성희롱적 요소가 있는 말을 한 점도 문제가 됐다”라며 “(학교가) 경찰에 신고하긴 해야 하는데, 피해자가 없이 신고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강요는 하지 않고 신분을 밝힐 수 있는 사람만 밝혀달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 사실은 학교에서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학교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조사 이후 결과를 정리할 때 학교 관리자들과 함께했다”라며 “부모 입장에서는 학생 이름이 노출돼 염려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공개된)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은 있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ㅅ학교 교감은 “저희들이 경찰에 신고한 상황이다. 사건이 진행 중이니 지켜봐 달라. 학생들과 관련된 분은 구별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례는 대구 학생들이 학교 폭력·성추행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드러났다. 8월 중순부터 페이스북 페이지 ‘학생인권 대나무숲’에 시작된 피해 제보는 30일 현재 100건을 넘어섰다. 교사가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제보가 주된 내용이며, 과도한 체벌과 규제, 언어폭력 등의 제보도 쏟아졌다.

해당 계정을 운영하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대구구미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학생 피해 현황이 쏟아지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 ‘색출’에 나섰다며 지적했다. 대구 한 중학교 교사는 해당 계정에 “학생 인권은 소중한 권리지만 이 페이지가 학교와 학생의 대결구도로 몰고 가려 한다”라며 “글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리지 않으면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아수나로 관계자는 “학교가 제보자 색출에 나서면서 제보 학생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기자회견이나 집회 등을 열고 제보자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