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생활기록부] “이철우 도지사, 김관용 12년 경직성 바꿔내야”

[인터뷰] 임미애 경북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초대 원내대표
“교섭단체, 창구 만들어 의회 운영 통로 마련”
“이철우 지난 1년 현장 돌아보는 시간, 이제 성과내야”

17:44

“우리 의회 뿐 아니라 아직도 광역의회는 많은 경우 교섭단체 중심으로 굴러가진 않아요. 의장 중심이지. 하지만 어쨌거나 하나의 창구를 가지고 의회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 동등한 위치를 갖게 한다는 목표는 달성한 것 같아요”

지난 8일 만난 임미애 경북도의원이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전한 소회다. 임 의원은 경북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초대 원내대표를 맡아 도의회에 교섭단체 제도가 안착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임 의원은 지난 10일 이재도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추대되면서 공식적으로 원내대표 임기를 마무리했다.

▲임미애 경북도의원

출범 1년을 맞은 11대 경북도의회는 교섭단체가 안착되는 가시적 성과를 보이면서 토론과 경쟁이 살아있는 의회다운 의회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북도의회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통해 유례 없는 모양새로 구성됐다. 자유한국당은 1995년 민주자유당이 의석 60.9%(92석 중 56석, 무소속 31석)를 차지한 후 가장 낮은 의석 점유율(70%)을 기록했다.

1998년 2회 지방선거부터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은 매번 80% 이상 도의회 의석을 차지해왔다. 이번에 한국당은 60석 중 42석을 지켰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이후 맥이 끊겼던 지역구 당선자를 냈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9명이 당선됐다. 무소속과 바른미래당도 각 8명, 1명이 당선됐다. 최근 무소속 의원 2명이 한국당에 입당했지만,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경의동우회(경북도의회 의정동우회) 3개 교섭단체는 지켜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임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아 교섭단체 제도 도입을 위해 한국당과 교섭하고 설득하는 일을 맡았다. 한국당이 처음부터 교섭단체 제도 도입에 흔쾌히 응한 건 아니다. 지난한 설득의 시간이 필요했다. 도의회는 지난해 12월에야 조례를 제정했고, 올 1월에 교섭단체 등록을 마무리했다.

임 의원은 “첫 번째 목표가 교섭단체 구성 조례안을 제정하는 거였어요. 이것도 설득하는데 시간이 걸리잖아요. 자유한국당이 이걸 갖고 몇 달을 끌었거든요. 조례가 통과되면 교섭단체 등록을 해야 하고, 할 일이 많았죠”라고 말했다.

교섭단체 도입을 비롯해 지난 1년간 임 의원의 역할을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민주당 의원들을 잘 통솔하는 일이다.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도의회에 들어간 민주당 의원 9명 중 임 의원을 제외하면 의정·정당 활동이 처음인 이들이 대부분이다. 밖에서 의회를 볼 때와 의원이 되어 활동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많다. 그 차이를 분간해내지 못하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박태춘 의원 갑질 사건은 상징적이다.

“민주당이 들어와서 오합지졸이란 이야긴 안 듣게 하고 싶었어요. 몇몇을 제외하면 정당 경험도 없는 분들이 많고, 기초의회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민주당으로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려고 했어요. 결과적으로 다양한 조례를 만드는데 우리 당이 크고 작게 영향을 미쳤고, 한국당이나 사무처가 꼼꼼하게 사무를 처리하도록 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었어요”

두 번째 역할은 도의회에 한국당만 있는게 아니라는 걸 각인시켜 주는 일이었다. 그동안 한국당 일색으로 구성됐던 의회는 교섭단체 제도를 도입한 후에도 예전 관행을 버리지 못했다. 대표적인 것이 ‘경북도의원 일동’ 명의로 발표되곤 했던 의회 결의문이다. 이번 의회도 벌써 결의·건의안 26건을 통과시켰다. 그중 몇 건은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원 일동’ 명의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결의문을 민주당이 그대로 둘 순 없는 일이었다.

“결의문이 나오면 경북도의회 의원 일동으로 나가는거예요. 도의회 의원 일동이 힘이 있다고 생각했대요. 그것에 계속 문제제기를 했고, 경북도의회 기관명으로 나가게 됐죠. 처리 과정도 문제가 많았어요. 사전에 안건이 저희한테 공유되지 않기도 했고요. 의안을 상정하는 방법도 규칙에 어긋나기도 했어요. 이런 것들 하나하나 문제제기를 했죠. 이제 좀 꼼꼼해지고 있어요. 옛날엔 설렁설렁 넘어가도 문제 없었는데, 이젠 안 그러니까요”

▲2018년 행정사무감사 중인 임미애 도의원

매사 한국당과 각을 세우며 싸우기만 한 것도 아니다. 조례 제정 과정에선 협력하고 양보도 했다. 지난 1년간 도의원들이 발의한 조례안 87건(위원회 발의 8건 포함)을 교섭단체별로 보면 한국당 52건, 민주당 18건, 경의동우회 9건 순이다. 의원 1인당으로 환산하면 한국당 1.2건, 민주당 2건, 경의동우회 1건이다.

“수치로는 1인당 2건 이렇게 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조례에 미친 영향은 더 크다고 볼 수 있어요. 저나 김영선 의원은 저출산·고령화대책특위에서 활동하면서 필요한 조례는 준비해서 다른 의원님들한테 부탁드리기도 했구요. 우리가 준비하던 걸 다른 의원에게 밀어주기도 했고, 저 같은 경우엔 제가 조례로 준비하다가 다른 의원님들 조례에 녹여서 조항으로 만들 것들도 꽤 있어요. 그렇게 하면 그 조례가 내용적으로 더 탄탄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선 의장도 민주당 의원들을 좋아하죠. 고집을 부리지 않으니까요”

임 의원은 1년 동안 지켜본 이철우 도지사에겐 일단 합격점을 줬다. 다만 김관용 도지사 12년을 겪은 경북도 공직사회의 경직성을 문제점으로 짚었다. 임 의원은 남은 임기 동안 이철우 지사 성과를 좌우하는 건 경직된 공직사회를 얼마나 바꿔내느냐에 달렸다고 봤다. 동시에 원내대표를 마치고 도의원 60명 중 1명으로 돌아가는 본인의 역할도 지난 12년간 흐트러진 도 행정의 체계를 잡는 것이라고 봤다.

“아직은 1년이니까 성과를 내긴 어려움이 있을거라고 생각을 해요. 문제는 공무원 사회가 12년 동안 전임 김관용 스타일 도정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변화된 세상에 대한 대응력이 너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은거예요. 도의 기능은 각기 다른 23개 시·군의 자원과 역량을 분배하고 이끌어주는 역할이거든요. 그런데 그 역할을 하지 않고 단순히 중앙에서 내려온 문서를 내려보내는데 머무는 경향이 커요. 공무원 사회가 이러면 지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과를 내긴 힘들거예요”

임 의원은 이 지사가 공무원 사회를 ‘틀어쥘 때’가 됐다고 조언했다. 임 의원은 “국회 정치만 한 사람들을 행정가로서 신뢰하지 않는다. 이분들은 일이 돌아가는 시스템에는 둔감한 경우가 많다”며 “행정이 작동되는 시스템을 처음부터 끝까지 꿰고 있어야 한다. 그걸 잘 챙기지 않으면 일은 관성대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가 서울을 떠난지 27년이 됐는데요. 요즘 가보면 예전과 많이 달라요. 아주 작은 부분들이 달라진거예요. 서울시장은 큰 아젠다를 제시하기 보다 생활밀착형 정치를 한다고 하잖아요. 저는 우리 지사도 디테일한 정치를 펼쳐주면 좋겠어요. 너무 큰 것만 하지 말고 도민들이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펼쳐주면 좋겠어요”

“원내대표일 땐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해야 해서 제가 하고 싶은 걸 못 했거든요. 이젠 제가 하고 싶은 걸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볼 생각”이라는 임 의원은 경직되고 흐트러진 도 행정의 체계를 잡아가는데 의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새로운 복지 제도를 도입한다거나 하는 건 지사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는 오히려 도정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체계를 잡는 역할을 의회가 해야한다고 봐요. 도 사무의 민간위탁을 주는 문제나 성인지 정책 같은 것도 우리 도가 정말 보수적으로 머물러 있거든요. 제가 지금 준비하는 조례가 4건인데 모두 개정안이에요. 김관용 지사 12년 동안 흐트러지고 보수적으로 머물러 있는 조례를 바꾸는 역할을 의회가 해야하지 않을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