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청년Pre-Job지원사업] (4) 대한에이즈예방협회대구경북지회 이소영

09:19

[편집자 주=2016년부터 대구시 주최, 대구시민센터 주관으로 ‘대구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청년들의 공익 활동 경험을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공익 활동이 NGO에는 새로운 활력이 되고자 합니다. 2020년에는 기존 청년Pre-Job지원사업과 통합해 청년NGO 단체 활동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스민>은 대구시민센터가 진행한 청년NGO 활동가 인터뷰를 매주 목요일 싣습니다. 이 글은 ‘청년NGO활동가확산사업’ 블로그(http://dgbingo.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소영이다.

어떻게 청년pre-job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막연하게 단체에서 일하고 싶단 생각은 항상 했었다. 그러다 작년 겨울 기회가 생겨 짧은 NGO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좀 더 구체적으로 활동가를 꿈꾸게 됐다. 활동가로 지원하기엔 부족함이 많았던 스스로를 고민하던 찰나 인턴을 하던 단체의 국장님께 추천을 받아 이 사업을 알았다. 훗날 내가 조금 더 좋은 활동가, 경험 있는 활동가가 되고 싶어 참여했다.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는 어떤 단체인가?
=HIV 감염인들을 위한 곳이다. 감염인 지원 사업과 성교육, 에이즈 예방교육까지 하고 있다. 지원 사업에선 쉼터뿐만 아니라 소장님이 전담으로 심리 상담도 하면서 감염인들의 자활과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연계해서 레드리본 사회적협동조합에서 빅핸즈란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빅핸즈 안에서는 감염인들이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고, 근무하면서 자활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빅핸즈는 어디에 있는가?
=빅핸즈는 세상 밖으로 나온 감염인에게 보내는 큰 박수와 큰 격려라는 뜻을 가진, HIV/AIDS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 하는 국내 최초의 소셜 카페이다. 현재 반야월역 부근에 위치한 본점과 한국정보화진흥원 내 2호점과 한국가스공사 내 3호점, 경북테크노파크 내 4호점이 있다.

단체 분위기는 좀 어떤가?
=정말 좋다. 낯가림도 심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맞지 않으면 굉장히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라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막상 함께 지내다 보니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도, 소장님도, 잘 뵙지 못하지만 국장님, 처장님도 너무너무 좋으신 분들이다. 내 걱정이 민망할 지경이었다. 근무하는 시간에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게 큰 행운 같다.

단체에서 활동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주로 홍보나 교육 자료, 전화 상담, PL 나들이 계획 등 보조 업무를 많이 하고 있다. 여기서 PL이란 말이 생소할 수 있다. People Living with HIV의 줄임말로 HIV 감염인이란 말이 병에 초점을 둔 단어다 보니, 병이 아닌 사람에게 초점을 두는 단어가 PL이다. 홍보나 교육 자료 같은 일은 바로바로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거나 완성할 수 있지만, 전화 상담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내가 전달한 정보가 잘못된 정보이거나, 무심결에 뱉은 말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큰 오류나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긴장한다. 전화 상담 전, 소장님께서 직접 상담 기술과 HIV에 대한 이론적 내용을 알려주셨지만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땐, 긴장돼 손까지 떨었다. 여전히 긴장하지만, 지금은 손을 떨 정도까진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일을 맡게 될 텐데 기대가 된다. 도움이 되는 인턴 활동가가 되고 싶다.

▲성교육 PPT 작업하는 이소영 활동가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는가?
=수요일마다 수요교실이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PL 분들과 여가나 강의를 함께 하는 시간이다. 이제껏 코로나 때문에 진행하지 못했는데 2주 전부터 재개했다. PL 분들과는 항상 짧은 대화나 전화로 소통한 것이 전부였는데, 함께 한다는 것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PL과 수요교실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는 모습

HIV 감염인 당사자들은 현재 코로나19 시국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질병 자체를 두려워하고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답답함과 스트레스 등 흔히 코로나 블루 증상을 겪는 건 누구나 똑같을 것이다. PL 분들은 질병 자체의 공포와 더불어 동선 공개의 공포까지 동시에 겪고 있다. 비감염인 대부분은 내가 코로나에 걸려 내 가족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옮기면 어떡하지? 같은 염려를 많이 할 것이다. 그러나 PL은 동선 공개로 인한 아웃팅을 가장 두려워한다. 비감염인도 코로나에 걸려 동선이 공개되면 사람들의 질타가 따라오지 않는가. 그런데 PL의 동선에 사랑방처럼 드나드는 협회 정보가 공개된다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감염인이란 사실이 알려진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것과 더불어 HIV 감염인이라는 사실이 공개된다면 대중들은 그들을 더 혐오하고 질타할 것이다. 현 시국에서 PL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질병 자체보단 이러한 아웃팅이 아닐까. 우리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코로나19가 이른 시일 내 종식되길 바란다.

5개월 활동 끝나고 계획이 있는가?
=앞서 언급한 대로 이제는 인턴 활동가가 아닌, 정식 활동가로 활동하고 싶다. 인권이나 소수자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데 협회에서 일하면서 소수자 인권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그쪽으로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기 위해 공부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뇨병 환자를 보고 우리는 비난하지 않는다. HIV도 마찬가지다. 약만 꾸준히 먹는다면 비감염인과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 없이 활동할 수 있다. 감염인을 비난하지도, 그렇다고 동정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도 타인을 비난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나의 작은 시선과 말이 타인에겐 큰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을, 우리는 항상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