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NGO활동가 인터뷰] (15)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김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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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2016년부터 대구에서는 대구시 주최, 대구시민센터 주관으로 ‘대구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청년들의 공익 활동 경험을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공익 활동이 NGO단체에는 새로운 활력이 되고자 합니다. 2018년에는 18개 단체와 18명의 청년이 만나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뉴스민>은 대구시민센터가 진행한 청년NGO 활동가 인터뷰를 매주 화요일 싣습니다. ‘청년NGO활동가확산사업’ 블로그(http://dgbingo.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청년활동가들과의 대화는 나에게도 굉장한 자극이 된다. 몰랐던 사실을 배우기도 하지만 각 단체에 청년활동가들이 녹아든 모습 자체로 긍정적인 에너지가 전달된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김은총 청년활동가를 만나고 온 날도 그랬다.

우리 만남은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성사됐다. 헐레벌떡 뛰어온 김은총 활동가는 “차별금지법 연대회의 일정이 이제 끝났다”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보수적인 동네에서 편견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사진=김은총]

Q. 연대회의 일정이 많은가보다.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회의도 따라간다. 회의에 참석하면 배우는 것도 많고 재미도 있다.

Q. 청년NGO활동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개인 사정으로 휴학을 하고 일을 찾고 있었는데 음식점이나 서비스직 알바를 하고 싶진 않았다. 기왕 휴학도 했겠다, 페미니즘이나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단체에서 일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고가 잘 나지 않아 놀고 있던 중 우연히 공고를 접했고 지원하게 되었다.

Q. 인권 분야에 관심이 많군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지만, 인권에 관심이 많다. 모두가 사회의 똑같은 구성원인데 누군가는 성별, 인종, 나이, 학력 등으로 소외당하거나 차별받는 게 불편했다. ‘다 같이 잘 살자’는 마인드이다.

Q. 단체의 분위기는 어떤가?
에너지가 넘쳐서 좋다. 사무실 활동가 선생님들도 친구 또는 선배 같다. 협회는 사업도 많이 하는 편이고 그만큼 일도 많은 편이다. 일이 많고 바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짜증 내거나 날카로워질 수 있는데 전혀 그런 것 없이 화기애애하고 내가 모르는 것들을 질문하면 잘 알려주신다.

Q.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는 어떤 활동을 하는가?
의료단체와 학교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 이를 위해 에이즈 강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강사단을 구성한다. 또한 감염인 분들이 머무는 쉼터를 운영한다. 감염인 분들 중에는 가족 내에서 소외당하신 분들이 많으신데 다시 회복하기 전까진 쉼터에서 생활하신다. 상담소장님께서 상담도 꾸준히 진행한다. 또 단체에서 만든 사회적 협동조합 레드리본이 운영하는 빅핸즈 카페에서 감염인분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일하실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관련 책도 만들고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도 한다.

Q. 활동 초반에 단체가 다루는 전문적인 부분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을 것 같다. 평소 대한에이즈예방협회라는 단체에 관심이 있었나?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아 대학을 다니며 인권동아리 활동을 했었다. 공고를 접하고 지원할 때 사실 NGO단체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편이기도 하고 어떤 NGO단체가 있는지 잘 몰라서 무작정 ‘인권과 관련된 단체와 매칭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를 접하게 된 건 면접 전에 진행된 NGO박람회에서였다. 국장님이 단체를 소개하며 주신 공존 소식지를 그 자리에서 읽어보니 내가 인권감수성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중에 HIV에 편견을 갖고 있었더라. 그때 대한에이즈예방협회에서 활동하며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고 지원하게 됐다. 단체 활동 전에 미리 책과 안내서를 읽고 갔으며,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도 교육 자료를 받아 공부하고 교육받는 중이다.

Q. 어떤 편견을 갖고 있었나?
HIV가 체액을 통해 전염된다고 생각해서 같이 밥을 먹거나 키스를 하면 전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또 HIV 감염인은 곧 에이즈 환자라고 착각했었다. 물론 다 나의 착각이었다.

Q. 우리가 일상적으로 갖는 편견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달라.
상담 전화를 몇 번 받아봤다. 들어보면 “내가 어떤 이와 손이 스쳤는데 알고 보니 감염인이더라. 그럼 나도 감염이 된 거냐”라고 묻거나 “의사가 감염인의 혈액을 뽑고 종이에 뭘 쓴 다음 내가 그 종이를 잠깐 만졌다. 의사가 감염이 된 후에 나도 감염된 것 아니냐”는 식으로 묻는 경우가 많다.

HIV는 만성질환이라고 판명이 났다. 약만 잘 복용하면 바이러스 수치가 일정 수치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감염의 문제가 없다. 해외에선 U=U캠페인(Undetectable=Uninfectious)이 활발하다. 성관계를 할 때도 콘돔을 잘 사용하는 것 등의 주의사항만 잘 지키면 감염될 일이 없다. 닿거나 스치기만 해도 전염된다거나 동성애자만 걸리는 병, 혹은 걸리면 죽는 병이라는 낙인을 찍지 않아야 한다. 감염인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해보면 다들 너무 좋으시다. 하지만 같이 밖에 나가면 굉장히 위축되신다. 겉으로 보면 티가 안 나기 때문에 타인들은 모르는데도 편견의 시선이 가진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힘들어하시는 게 있다.

Q. 나는 옛날보다 사회적 편견이 많이 해소가 됐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은총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편견의 당사자들은 여전히 힘들어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워진다.
국장님이 대구에서 15년째 이 일을 하고 계신다. 이 보수적인 동네에서 15년째 사람들의 편견을 바꾸기 위해 싸우시는 중이니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그런 국장님도 가끔 “사람들의 편견이나 가치관이 바뀌지 않으니 이 일에 의미가 있나” 라는 말을 하신다. 들으면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아직 멀었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오래 싸워온 분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긴다. 단체의 선생님들도 오래 이 곳에서 일해오신 분들이다. 나도 같이 일하면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으며 세상이 변화할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Q. 5개월 활동의 계획이 있다면?
학교에 다니면서 인권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할 때는 상황도 열악하고 학교를 다니면서 하니까 집중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활동에만 집중하는 게 좋다. 이 분야에서 활동해오신 선생님들과 함께 하니 배우는 것도 많고 늘 감탄한다. 지금처럼 배워가며 활동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또한 5개월 활동 계획으로 너무 거창한 목표일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홍보를 아무리 해도 사람들이 귀를 닫아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의료기관에서조차 의료차별 사례가 매번 쏟아진다. 의료차별 사례를 접수하면 단체는 고소나 진정을 돕는다. 국가인권위나 서울시에서는 차별예방을 위한 의미있는 가이드라인을 지난해와 올해 발간을 했다. 이것을 바탕으로 의료기관에 개선이나 재발방지를 권고 하지만 여전히 권고는 권고일 뿐, 대부분의 의료기관 내에선 특별한 변화나 개선의 노력들이 아직은 잘 보이지않는다. 그들도 교육을 받으나, 차별에 대한 처벌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인권위의 권한도 권고 정도이기 때문에 답답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차별금지법 연대활동도 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서 실질적으로 차별과 편견이 개선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편견과 차별 없는 더 나은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활동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