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군민들은 왜 교도소 앞을 지키고 있을까

군수조차 TV 통해 소식 알아···
협의 없는 지정으로 신뢰 잃어
주민들, 추가 이송 반대하며 상황실 설치
법무부 교정본부, “추가 이송 계획 없어”

12:42

청송군 진보면민들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경북북부제2교도소 인근에 ‘코로나 감시 주민상황실’이란 현수막이 걸린 천막을 설치했다. 주민들은 왜 한파에 거리에 천막을 쳤을까.

청송군과 협의 없었던 법무부와 교정당국

지난해 12월 26일 관계당국은 청송군 진보면에 위치한 경북북부제2교도소를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진자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경상북도, 청송군과 어떠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27일 열린 교정당국 관계자와 지역민들이 참석한 청송군 지역민 대책회의 자리에서 “아무리 작은 군이지만 법무부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 한마디쯤은 조율을 했어야 했다. 청송군을 자치정부로 생각했을 때 협상 한 번은 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윤명석 바르게살기운동청송군협의회장은 “군수님도 TV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정부 시책이라면 우리도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민선군수도 TV를 보고 알았다고 하면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생활치료센터 지정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7조에 근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정할 수 있다. 교도소는 법무부 관할이라 지정 과정에서 청송군 또는 경상북도 허가가 필요하진 않다. 다만, 생활치료센터 지정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통상적으로 중앙 정부도 지자체 또는 해당 기관과 협의를 진행해왔다.

추가 이송 반대하며 상황실 설치한 주민들
법무부 교정본부, “추가 이송 계획 없어”

▲청송 주민들은 동부구치소 코로나19 추가 이송은 없게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28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확진자 이송이 시작됐다. 동시에 진보청년연합회 회원들은 28일부터 코로나 감시 주민상황실을 설치하고, 교대로 현장을 지키고 있다. 법무부가 추가로 이송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법무부와 교정당국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황진수 진보청년연합회장은 “워낙 상황이 급박하니 인도적인 차원에서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동부구치소 확진자가 늘어난다고 하니까 추가로 이송되는 것은 반대하는 차원에서 지키고 있다. 이걸 명확히 하지 않으면 진보면 주민들은 코로나19 끝날 때까지 계속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는 “북부 제2교도소의 수용 가능한 독방은 500여 개다. 그러나 추가로 이송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현재는 다른 기관을 대상으로 이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6~27일 두 차례 대책회의 자리에서도 교정당국은 근무자 자가격리 장소 대책을 안일하게 내놨다. 3일 근무 후 자가격리 대상이 되는 교정직원들이 진보면 내 자가에서 격리하도록 한 것이다. 주민들은 좁은 면 지역에서 격리가 가능하겠느냐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결국, 청송군과 주민들이 산림조합연수원을 자가격리시설로 사용하자고 제안하면서 갈등은 마무리됐다.

한편, 4일 한국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와 청송사과 재배농민들로 이루어진 청송사과협회는 교도관과 의료진, 확진자들을 위해 청송사과 50박스와 사과즙 40박스를 경북북부제2교도소 측에 전달했다.

5일까지 동부구치소 확진자 이송 후 관련해서 청송군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파악된 것이 없다. 현재까지 경북북부제2교도소로 옮겨 수감된 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34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