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행보 본격화 유승민, “‘탄핵의 강’ 여전히 못 건너···낡은 보수 벗어야”

18:49

유승민 전 국회의원이 30일 대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격적인 대선 몸풀기에 나섰다. 유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당이 국민 마음을 얻을 만큼 전혀 변화와 혁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 대선 승리는 수도권, 중도층, 젊은층 표심에 달렸고 ‘탄핵 부정’ 같은 낡은 모습은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차기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4시 30분 국민의힘 대구시당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20여 년 정치 소회를 전하면서 “21년 정치의 끝을 아낌없이 불태워 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낡은 보수를 버리고 국민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개혁적인 정치세력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정권 교체 희망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 대통령 선거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 제가 보기엔 다음 대통령 선거는 정말 박빙의 선거가 될 것 같다”며 “불과 2% 내외 격차로 승부가 이뤄지는 대통령 선거가 될 것 같은데, 이럴 때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과 갈수록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에 환멸을 느끼고 커져가는 중도층의 표심, 정치 참여가 높아지는 젊은 세대의 표심을 보수 정당이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승부가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반 전에 제가 보수 통합을 생각하면서 내세운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하나는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개혁보수로 나아가자는 것”이라며 “1년 반이 지난 오늘 시점에서 보면 100%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왜 탄핵을 해야 했느냐고, 그걸 부정하는 분들이 있다. 저는 그런 모습이 정권 교체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30일 대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유승민 전 의원이 취재진 요청으로 잠시 마스크를 벗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개인적 인연도 소개하면서 윤 전 총장을 포함한 야권 후보가 궁극적으론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대구에 있을 때 우연히 행사장에서 보고, 저분이구나 싶어서 제가 먼저 악수를 건네고 소개를 한 것이 첫 만남”이라며 “윤 총장이 총장이 되기 전에 서울에서 지인을 통해 만나고 싶다고 이야길 해서 저녁을 두 어 번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당이든 합당이든 형식에 구애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서 쇄신하고 변화하는 것이 먼저고, 그렇게 하면 윤 총장도 우리 국민의힘으로 들어오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형식은 중요한 것 아니”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권 교체를 위해선 대구의 변화와 혁신도 필요하다면서, 대구 정치인들이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부자의 편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세금이 되었든 복지가 되었든 그런 정책 하나하나로 대구의 정치를 하는 분들이 변화에 앞장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 전 의원의 대구시당 방문 소식을 들은 보수 유튜버와 우리공화당원들은 유 전 의원 도착 1시간여 전부터 국민의힘 당사를 찾았다. 이들은 ‘보수를 말아 먹은 유승민은 대구를 떠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유 전 의원을 향해 “배신자 물러가라”거나 “쓰레기”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후 2017년 자유한국당을 나와 만든 바른정당 후보로 대선에 나섰다. 득표율은 6.76%. 대선 이후에는 이른바 개혁보수 정치 노선을 주창하며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어 자유한국당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당내 갈등을 겪던 중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당을 나와 새로운보수당을 만들었고, 2020년 2월 자유한국당 등과 통합해 미래통합당으로 합류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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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미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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