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출수 새는 안동 쓰레기산은 왜 2년째 그대로일까

전국 불법 폐기물 투기 조직의 투기 수법
행정대집행 비용, 투기범들 편취한 이익의 2~3배 넘어
안동시, 투기 21개월 뒤 행정대집행 착수
적치장 곧바로 조치 못 한 이유, 책임 소재 때문
환경단체, "구상권 청구해도 보전될지 의문···세월만 보내"

17:54

[편집자 주] 의성 쓰레기산 사태를 계기로 환경부가 2019년 전국 불법 방치 폐기물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국에서 불법 폐기물 120만 톤이 적발됐다. 2년이 지난 지금 2019년 전수조사 이후 추가로 발생한 불법 폐기물은 43만 2,000톤. 이중 약 17만 2,000톤이 경상북도에 투기됐다.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20%, 인구의 5.2%를 차지하는 경북에 전국 불법 폐기물의 40%가 쏠려 있다. 경북 불법 폐기물 17만 2,000톤 중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쌓아 둔 방치 폐기물은 2021년 2월 기준 6만 2,000톤. 경북은 왜 불법 폐기물 투기장이 된 것일까. 불법 투기로 인해 지역 주민은 어떤 고통을 받고 있을까. <뉴스민>이 들여다본다.

관련기사=2년째 그대로 안동 쓰레기산, 침출수 안동댐으로 유입(‘21.5.3)

침출수 수 톤이 매일같이 줄줄 나오는 안동시 도산면 온혜리 쓰레기 적치장. 투기범들이 2018년 말 투기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용두산 국망봉에서 도랑이 흘러나오는 깨끗한 농지였다. 평생을 온혜리에서 산 송창섭(65) 이장은 2018년 말 농지 입구에 갑자기 둘러쳐진 높은 울타리에 깜짝 놀랐다. 울타리 너머로 국망봉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울타리 안쪽을 볼 수가 없었고, 울타리 앞에는 덩치 커다란 남성들이 버티고 서 있었다.

“온혜 사는 마을 이장이요. 여기 뭘 하고 있소?”
“아 이장님이십니까. 잘 오셨습니다. 이제 앞으로 온혜리는 발전 잘 될 겁니다.”

남성들은 반기듯 말했지만, 울타리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막아섰다.

“뭐 하는 건가요. 한 번 봅시다.”
“위험해서요. 안 됩니다. 컨테이너 제작하는 업소 짓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이 골짜기로 왔어요.”

이장이 선 곳에서는 땅을 깎는 커다란 중장비밖에 보이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지켜보기로 했다. 인근에 사는 노인들도 불안감 때문에 지팡이를 짚으며 올라와 봤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송창섭 온혜리 이장(오른쪽)이 온혜리 폐기물 적치장에 고인 침출수를 보고 있다.

온혜리 주민들의 불안은 가시질 않았다. 터파기 공사가 끝났는지, 2018년 12월부터는 늦은 밤부터 해 뜨기 전까지 지반을 흔드는 트럭이 셀 수 없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트럭이 옮기는 것이 불법 투기 폐기물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밤중에는 트럭에 실은 물건이 보이질 않았고, 낮에는 항상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사람들 때문에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과 안동시가 울타리 너머의 참상을 알게 된 것은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서부서의 연락을 받고 난 뒤였다. 울타리를 지키고 무엇인가 나르던 사람들은 사실 불법 폐기물을 투기하던 중이었다. 그들은 2018년 경기도 화성시에서 폐기물을 투기하고 다음 장소를 찾아 안동으로 온 일당들이었다. 주민들이 경찰의 연락을 받았을 때 투기범 일당은 안동시에서도 투기를 마친 뒤, 경북 포항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그들이 2019년 3월까지 투기한 폐기물은 최소 8,500톤. 폐기물이 썩어가며 두고두고 악취와 지하수 오염으로 마을을 훼손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2021년 5월, 폐기물은 여전히 온혜리에 쌓여 있다.

전국 불법 폐기물 투기 조직의 투기 수법
행정대집행 비용, 투기범들 편취한 이익의 2~3배 넘어
투기범들 수사기관 진술서 “재산 없다”

온혜리에 불법 폐기물을 투기한 일당은 14명에 달한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폐기물 투기 장소를 물색해 폐기물을 무단으로 투기했다. 수원지방법원 판결문, 경찰 신문조서에는 이들의 범행 수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투기 조직은 총책, 폐기물 처리 브로커(영업 담당자), 속칭 ‘바지사장'(현장 관리자), 운반책(화물차 운전자), 포크레인 기사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총책은 업무 총괄과 자금 조달·관리, 브로커는 투기 방식 설계·투기장 물색 등, 바지사장은 투기장 매수나 임대 등을 맡는다. 이들 중 가담 정도가 높은 주범은 5~6명으로 좁힐 수 있다.

이들은 2019년 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폐기물 중간 처리 업체로부터 1톤당 정상 가격 20만 원이 아닌 13만 원~16만 원을 받고 폐기물을 온혜리에 투기하도록 했다. 트럭에 폐기물 20톤을 실어 한 번 받으면 배출 업체로부터 300만 원을 받는데, 이를 일당들이 일정한 비율로 나눠 가졌다. 안동시에 투기된 8,500톤을 톤당 15만 원으로 계산하면 이들이 본 수익은 12억 7,500만 원이다. 안동시는 행정대집행 비용으로 45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총책 A(33) 씨는 충남 홍성군 폭력범죄단체 조직원 출신으로, 조직 생활 당시 불법 도박사이트 인출책 역할을 했다. 그러다가 2018년 충북 음성에서 브로커 B(44) 씨, 폐기물 처리업자 등과 만나 폐기물 투기 방법을 모의했다. 이들은 2018년 9월 경기도 화성시에서 불법 투기한 뒤, 2019년 1~2월 안동시로 옮겨와 투기를 이어갔다.

이들은 안동시 온혜리 적치장이 가득 차자 포항으로 옮겨갔는데, 이때쯤(2019년 3월) A, B 씨 사이가 틀어져 B 씨가 A 씨를 경찰서에 신고했다. 신고 내용은 A 씨가 포항시에서 폐기물을 투기한다는 내용이었는데, B 씨는 제보했다는 명분으로 B 씨 자신은 포항시 불법 투기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서로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는데, A 씨는 양형 참작을 위해 B 씨가 관리했던 폐기물 배출 업체 명단을 다시 작성해 수사기관에 제보했고, 이로 인해 폐기물을 불법으로 배출한 배출업체의 윤곽도 드러났다. 안동시에 투기된 쓰레기는 고물상, 재활용업체, 건축 현장, 폐기물 중간처리업체 등으로, 배출 업소도, 배출 지역도 다양하다.

이들은 안동 외에도 경북 포항이나 영천, 경기 화성 등 전국 각지에 폐기물을 투기했기 때문에 이들이 불법으로 취득한 이익은 수십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재산이나 수입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

▲안동댐 상류 온혜천 바로 옆에 불법 투기된 쓰레기 더미에서 침출수가 나와 고여 있다.

안동시, 투기 21개월 뒤 행정대집행 착수
적치장 곧바로 조치 못 한 이유, 책임 소재 때문
환경단체, “구상권 청구해도 보전될지 의문···세월만 보내”

안동시는 2019년 2월 25일 경찰 통보로 폐기물 적치 상황을 인지했다. 안동시는 투기 행위자 12명과 토지소유자 2명에게 조치명령, 행정대집행 영장 통보 등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기까지 사전 절차를 진행했는데, 실제로 행정대집행에 착수한 때는 2020년 11월 30일이다. 투기 상황 인지 후 21개월이 걸렸다. 안동시가 투기범들에게 조치 명령을 전할 당시, 주범 대부분은 구속된 상태여서 절차 이행에 더욱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9년 11월 26일 열린 안동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는 안동시가 적치장 조치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기탁 안동시의원(국민의힘)은 “계고장 보내서 개선해다오, 개선해다오, 하면서 시간이 1년 왔다. 3월달 발생한 게 12월까지 왔다.···선제적으로 집행해달라는 주문을 하는데 너무 미온적”이라며 “대위변제할 부분도 구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대위변제란 채무자가 아닌 이해관계자나 제삼자가 채무자 대신 변제를 해주고, 채권자의 채권을 획득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김태우 당시 안동시 청소행정과장은 “행정대집행은 절차적 흠결이 발생하면 나중에 구상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된다”고 답했고, 이에 권 의원은 “꿩 잃고, 알 잃고 다 잃은 뒤에 우리 돈 어디에 가서 받나. 그 사람들은 불법투기 해서 부를 축적했는데 우리 행정이 방조한 것이 아니겠나”고 지적했다.

안동시가 행정대집행 절차를 완벽하게 지켰더라도 투기범들에게서 집행 비용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투기범들은 가진 재산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연주 안동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구상권이 원래 선 처리 후에 청구하는 거다. 안동 업체가 투기한 게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나중에 정부에 책임을 묻더라도 우선 조치를 해야 했다”며 “폐기물 처리를 부실한 민간 업체에 맡긴 정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안동시의원(무소속)은 “투기범 입장에서 수십억 벌고 감옥 한 번 갔다 오면 되는 거라서 막을 수가 없다. 폐기물을 민간에 맡기면 처리되는 걸 마지막까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허가 없는 업자한테도 폐기물을 팔아넘긴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며 “결국 국가와 지자체가 민간에 맡기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