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피해자 “이재용 사면 반대…재판에 면죄부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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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주장에 삼성을 상대로 투쟁 중인 암 환자 등이 여론 조장을 당장 멈추고 삼성 피해자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삼성피해자공동투쟁

삼성피해자공동투쟁(삼성공동투쟁)은 6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불법적 비윤리적 경영의 희생자들인 삼성 피해자 문제의 총책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라고 강조하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경제 살리기’ 운운하며 이 부회장을 사면하면 남은 재판의 면죄부를 주고 촛불을 짓밟는 공범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들은 12조 원대의 상속세를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감염병 대응, 소아암 환자 등에 1조 원가량의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 발표 전후로 재계, 종교계, 여당 등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주장을 피고 있다.

삼성공동투쟁은 보도자료를 통해 “누구나 내는 세금을 사회 환원으로 포장하고 보물 60점이 포함된 미술품 컬렉션을 내놓는다고 (삼성에 대한) 칭송이 자자하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노동자 착취, 소비자 수탈, 투기로 모은 불로소득으로 쌓아 올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은 세금을 떼먹고 삼성그룹을 불법 승계하려고 회삿돈 86억 원을 횡령해 박근혜와 최서원(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한 범죄로 징역을 사는 ‘범죄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은 재판 중이다. 공교롭게도 오늘(6일)은 이 사건 공판이 있다”라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는 잇따르고 있지만 삼성 계열사들로부터 피해를 본 암 환자 등에 대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에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은 삼성생명 본관 2층에서 478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 초 암 환자 30명이 농성에 들어갔지만, 합병증, 사망 등으로 현재는 4명만이 남았다.

이양이 보암모 공동대표는 “삼성 측에서 점거 농성을 이유로 암 환자에게 6억5천만 원 규모의 고소·고발을 진행하고 있다. 농성이 길어지지만, 보험금 지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응급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소아암 등에 1조를 낸다는 것은 삼성생명에 계약된 사람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단체는 “삼성물산 재개발 피해자인 과천 철거민은 보증금과 권리금을 받지 못하고 17년째 투쟁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라며 “삼성전자서비스 해고노동자들 역시 8년째 복직 투쟁 속에 피폐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 사면 논의와 관련해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도 지난달 28일 공동성명을 내고 단순한 경제 논리로 (재판) 결과를 뒤흔들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단체들은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 결과는 경제 권력과 정치 권력이 결탁해 국가를 어지럽힌 중대한 범죄행위에 대한 준엄한 법의 심판”이었다고 강조했다. 사면 논의에 불을 붙이는 행위에 대해서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논의는 사면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 사법제도와 경제 범죄에 대한 원칙을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사제휴=은혜진 참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