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주총회, 이재용 부회장 처우 두고 갑론을박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주총 참여해 “이재용 부회장 해임” 주장
김기남 부회장, “회사 상황, 법 규정 종합 검토할 것”

14:12

“회사는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 사업 결정 등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 상황과 법 규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 의장으로서 여러 차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김기남 부회장을 비롯해 김현석, 고동진 대표이사 사장과 주주, 기관투자자 등이 참여한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총회)를 개최했다.

주주총회는 재무제표 승인, 사내·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안건으로 다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처분에 대한 의견 개진도 여러 건 진행됐다. 이재용 부회장 처분에 대한 사안은 총회 시작 전부터 문제제기가 됐다.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는 총회 시작 전에 주총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부회장 취업제한에 대한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이사회 기존 구성원의 재선임을 부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가 삼성전자 주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주주총회 온라인 생중계)

이들은 주총에 참석해서도 관련 질문을 이어갔다. 참여연대는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 생활을 시작한 후 상근에서 비상근으로 출근 형태가 변경될 뿐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며 “관련 법령에 따라 삼성전자 이사회는 부회장 해임을 의결해서 이사회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전자의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를 근거로 “(보고서에서)형사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 재판 결과가 확정되면 사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 법령을 종합해 해당 임원에 대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며 “회사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가 미등기 임원을 선출할 수 있고, 여기에는 해임 권한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짚었다.

이들은 “법무부 취업제한 통보, 기업 지배 구조 정책, 정관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이 스스로 사임하지 않으면 이사회가 즉각 해임을 의결했어야 한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그 직을 유지하는 건 김기남 후보와 김현석, 고동식 후보가 대표이사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총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주주총회 온라인 생중계)

김기남 부회장은 이들의 질문에 “회사는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 사업 결정 등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 상황과 법 규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대답을 반복할 뿐 다른 의견을 더하지 않았다.

특히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 등이 이사회에서 이 부회장 처분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있는지, 없다면 계획은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김 부회장은 종전의 대답을 반복하면서 “동일한 질문은 자제 바란다”고 말했다.

주주 중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 발전을 위해서 현재 계시는 여러 임원이 그 자리 그대로 있으면서 삼성전자를 이끌어주셔야 한다”며 “차별이 있다거나 뒤로 물러난다거나 하면, 삼성전자 발전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양반들이 수십 년간 삼성전자에 몸을 담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을 키워놨다. 그 누가 뭐라 해도 현 임원이 계셨으면 하는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는데, 1심, 2심에서 유죄가 나와도 도지사도 하고 국회의원도 하고 있다. 개인 회사에서 부회장 직위를 논할 이유가 없다”며 “외국에 나가봐도 그렇지만 삼성전자에 대해서 주주총회에서 이런 것으로 왈가왈부 하는 것은 주주로서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처우에 대한 갑론을박이 일부 있었지만 주총은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가 부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사내이사 후보에 대한 안건도 모두 98%가 넘는 찬성률로 의결됐다. 이날 의결된 안건 중 재무제표 승인 안건이 99%가 넘는 찬성률을 보였고,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안건은 80% 내외 찬성률을 보였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