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나는 이재용···이재명·이낙연 입장은 어떻게 변했나?

이재명, 강경 입장 누그러져
이낙연, 명확한 입장 밝힌 적 없어

11:11

정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을 결정했다. 정부 결정에 대한 여권 대선주자들의 입장을 나뉘었다. 지지율 선두권을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본인이 직접 나서 언급하는 것을 피했고, 김두관 국회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국회의원은 강하게 비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찬·반 입장을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

가석방 결정이 알려진 후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은 캠프 입장문을 통해 “재벌이라는 이유로 특혜나 불이익을 주어선 안 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재명 후보의 평소 생각”이라며 “국정농단 공모 혐의에 대하여 사면이 아닌 조건부 석방인 만큼 이재용 씨가 국민 여론에 부합하도록 반성,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본인이 직접 의견을 밝히는 걸 피하고, 법무부 결정에 대한 찬·반 입장은 표명하지 않은 채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 지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혔지만 최근 들어 이 부회장 석방에 사실상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2017년 3월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탄핵은 완성됐지만 청산과 건설은 이제 시작”이라며 “적폐청산을 위해 박근혜, 이재용 등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사면불가 방침을 공동 천명하자”고 다른 후보들에게 제안했다.

같은 해 8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기자들과 간담회에서도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12년 구형했는데, 구형량이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인 생각은 특검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보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30년 정도는 구형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2월 항소심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주자 개인SNS를 통해 “납득이 잘 안 된다”며 “그가 재벌총수가 아닌 일반 서민이었으면 같은 결론이었을지 의문이다. 무전유죄, 삼성공화국을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밝혔다.

▲2018년 2월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등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사진=오마이뉴스 이희훈 기자)

하지만 2020년 들어서부터 강경한 입장이 누그러든 모습이 확인된다. 2020년 6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 위기에 선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 지사는 6월 1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서 관련한 질문에 수사 과정에서 구속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 지사는 “수사 과정에서의 구속이라는 게 시살상 사전 처벌의 효과를 갖고 있다. 관행적으로 또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이제 바뀌어야 하는데, 그 바뀌는 게 하필 이런 계기를 통해서 바뀌느냐는 비판은 있을 수 있다”며 “길게 보면 사법 심리를 거쳐 정말로 유죄가 명확하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게 원래는 맞다. 처벌이 명확해야지 사전에 너무 엄하게 수사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답했다.

지난 7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현장을 찾아서는 “재벌이라고 해서 특별한 혜택도, 특별한 불이익도 주지 않는 게 민주적 원칙에 합당하다”며 그간 강경한 반대 입장에서 크게 선회한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강경 입장 누그러져
이낙연, 명확한 입장 밝힌 적 없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누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낙연 전 대표는 명확한 입장을 피력한 적이 없다.

이낙연 전 대표는 같은 기간 이재용 부회장 처분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없다. 이번에도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10일 오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 부회장은 국민께 또 한 번 빚을 졌다”며 “코로나 위기 극복과 선진국 도약에 기여함으로써 국민께 진 빚을 갚아달라”고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재직 중이던 2018년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국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법원 판결을 논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음해 1월에는 총리 취임 이후 처음 4대 그룹 총수 중 한 명을 단독으로 만났는데, 그 주인공이 이 부회장이었다.

총리를 그만둔 후에도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 7월 JTBC와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대통령이 그 문제에 대해서 평상시 다른 문제보다 훨씬 더 많은 말씀을 했다. 더 보탤 얘기가 없을 정도”라며 “대통령님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고만 말했다.

다른 여권 주자들 중에선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제외한 김두관, 박용진, 추미애 세 주자는 모두 강경한 반대 입장을 내보였다. 정세균 전 총리는 SNS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정부와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라며 “지난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구시대적 경영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혁신경제 창달에 이바지하는 것이 국민께 속죄하는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두관 국회의원은 “법무부가 이재용 가석방을 결정했다. 정말 한심한 일”이라며 “이낙연 후보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까지 거론하고 오래전에 재벌 기득권에 포섭됐다고 봤기 때문에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억강부약과 공정 세상을 정치철학으로 내세웠던 이재명 후보가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도 “(가석방) 반대에 대한 뜻은 누차 밝혔다”며 “재벌총수에 대한 0.1% 특혜 가석방은 공정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재용 가석방 결정은 매우 유감”이라며 “아직도 정의와 공정과는 먼 상식 밖의 일이 버젓이 활개치는 나라에서 국정농단 세력과 불법적으로 유착된 부패 경제권력이 저지른 대형 경제사범을 가석방하기에 적절한 것인지는 촛불의 정의로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2017년 2월 박영수 특검팀에 의해 구속됐지만, 2018년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풀려났다가 지난 1월 18일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형을 확정 받아 재수감 됐다. 법무부는 오는 13일 가석방 대상자를 전국 교정시설에서 일제히 내보낸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