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숙현이와 같은 아픔 겪지 않도록···”

故 최숙현 선수 아버지, 지역 여성단체 등 법원 앞 기자회견
9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로 전 감독 등 항소심서도 징역형

17:21

9일 김규봉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 등이 故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형을 받았다. 선고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 선수 유족과 지역 여성단체 등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지자체의 후속 대책을 촉구했다.

대구고등법원 형사1-1부(손병원 부장판사)는 김규봉 전 감독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과 5년간 취업제한명령도 내렸다. 주장이었던 장윤정 선수에게는 징역 4년과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같은 팀 김도환 선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40시간 아동학대예방강의 수강명령이 각각 선고됐다. 이들은 앞서 같은 팀이었던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상습특수상해와 아동복지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최숙현 선수는 감독과 동료 선수, 팀닥터 등에게서 가혹행위를 받아 대한체육회와 대한철인3종협회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9일 오후 김규봉 전 경주시청 감독 등이 故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형을 받았다. 선고 후,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 연합과 경주지역시민단체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결과에 대한 소회 등을 밝혔다. 최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3시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 연합과 경주지역시민단체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판결 결과에 대한 소회 등을 밝혔다. 이들은 “오늘의 사법적 단죄가 여성 선수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훈련하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인권이 존중되는 체육현장을 만드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 이를 위해 ▲경주시가 최숙현 선수 유족과 피해 선수들에게 사과 ▲최숙현 조례(경주시 스포츠인권조례) 제정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계 가혹행위 고발 선수들에 대한 구제와 보호대책 마련 ▲정부 차원의 여성 선수들을 위한 인권보장 대책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는 “더 엄한 판결이 나와서 스포츠 세계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 하는데 아쉬운 점도 있다”며 “그래도 1심 판결보다 후퇴하지 않아서 다행스럽다. (사건의 공론화를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해주셨다. 도와주신 분들을 평생 잊지않고, 나름대로 숙현이의 뜻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