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의 대구경장] 대구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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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이름은 김동식입니다. 가장 먼저 들어가서 진두지휘하고 가장 마지막에 후퇴하던 소방관의 죽음이 있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모든 대원들을 철수시키고 늘 보여 주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순직한 이천 화재 사건의 순직자, 그의 이름은 김동식 소방령입니다.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김동식이라는 이름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구라는 도시에서 부끄러운 소식을 더 이상 들려드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구는 근현대사에서 늘 당당했고 자랑스러운 도시였습니다. 독립만세운동의 발원지였고 한국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었고 산업화의 전진기지였습니다.

하지만 옛날이야기입니다. 제대로 된 정치인 하나 키워내지 못하는 불모지이고 그럴듯한 기업 하나 없는 지방이며, 청년들에겐 숨 막히는 밀폐공간입니다. 30년 동안 GRDP 꼴지의 나락이며 한 번도 정권(시정市政)교체를 이루지 못한 요새이며 변화를 거부하는 꼰대입니다.

전 서구 비산동의 비포장길에서 자전거를 배우고 남구 이천동에서 영어를 배우고 대명동에서 교련을 배우고 달서구 호산동에서 조국을 배운, 지금은 수성구 만촌동에 살고 있는 대구시민입니다. 제 삶의 모든 것은 대구의 땅과 공기가 만들어 주었습니다. 잠시 살다 가는 뜨내기도 될 수 없고,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이용하는 철새도 될 수가 없습니다. 모든 시민이 그렇듯 여기서 아이를 키우고 여기서 부모를 봉양하고 여기서 숨을 거둬야 하는 내 영토입니다.

대구의 명성은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나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했던 호국영령들과 가족보다 민족을 먼저 생각했던 순국선열들과 굶주림을 대물림하지 않은 아버지의 정신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밖으로 열린 기상은 세계를 담을 것이고 안으로 새긴 신념은 이웃을 안을 것이며 위로 새긴 교훈은 어른의 가르침을 받들 것이고 아래에 새긴 열정은 청년들의 디딤돌이 되게 할 것입니다.

대립과 저항은 과거의 단어입니다. 오로지 시민의 삶을 위한 타협과 오로지 대구 발전을 위한 경쟁만이 정치의 존재이유입니다. 정당은 포장지에 불과합니다. 포장지로 싸맨 내용물이 더 중요합니다. 병원이 환자를 살리는 게 아니라 의사가 사람을 살리듯 우리의 미래도 정당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 갑니다. 어느 정당이냐가 선택의 기준이 아니라 누가 내 삶의 미래비전을 제시하느냐가 선택의 기준입니다.

함께 하는 것이 시민에게 이롭게 하고, 함께하는 것이 대구를 살찌우게 한다는 사실 앞에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하고 왜 하는지를 고민하겠습니다. 우리 250만 대구시민을 믿고 우리 선조들의 정신을 믿고 선배들의 기개를 믿고 가겠습니다. 대구의 미래는 벌써 달라지고 있습니다.

밤이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여름을 견디게 합니다. 아무리 더워도 놓지 못하는 맞잡은 손이 오늘을 견디게 합니다. 성하의 계절에 여러분을 뵙겠습니다. (끝)

김동식 대구시의원 / 김부겸 전 국회의원 보좌관

<김동식의 대구경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대구시의회에 첫 입성한 시의원으로서 첫 경험들을 ‘초보시의원 의회적응기’로 풀어냈던 김동식 대구시의원이 지난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대구를 위한 제언을 격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