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활동지원 보전되는 줄 알았는데···“목숨 구걸 지친다”

17:06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만 65세 이후에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65세가 되는 장애인의 4.4%만 활동지원 급여를 보전 받을 수 있다. 보전 대상자가 되더라도 시·도 추가 지원 근거도 마련되지 않아 24시간 활동지원이 절실한 사지마비 최중증장애인은 노인장기장기요양보험(아래 장기요양) ‘등급 외’ 판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사지마비 장애인 활동지원 837시간→318시간으로… 519시간 삭감 위기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정덕교 씨는 사지마비 장애인으로 총 837시간(복지부 330시간, 경기도 467시간, 의정부시 40시간)의 활동지원을 받고 있다. 경기도의 추가지원 137시간에 24시간 돌봄 지원 대상자로서 330시간을 받았다.

그에게 활동지원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다. 정 씨가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부터 자세유지·체위변경 등은 물론, 병원 방문과 약 먹기 등 생활을 하는데 활동지원사의 역할이 매우 크다. 호흡근마비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상황도 정 씨 혼자서는 대처할 수 없다.

정 씨의 딸 정효선 씨는 “아버지가 호흡이 어려워 사레가 자주 들린다. 호흡곤란이 올 때마다 엠부(수동식 산소호흡기)로 산소를 넣어야 한다”라며 “이동을 할 때나 누워 있을 때 활동지원사가 수시로 엠부로 호흡곤란을 처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 씨는 오는 3월부터 활동지원 519시간가량이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1월 15일 65세가 되면서 연령제한으로, 장기요양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65세 이후에도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 씨와 같은 최중증장애인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책임을 알 수 있다.

복지부는 65세가 되어 장기요양 심사를 통해 등급(1~5) 판정을 받고, 기존보다 60시간 이상 차이가 날 경우에 활동지원으로 보전한다고 밝혔다.

만약 정 씨가 장기요양 1등급을 받는다면 복지부 지원 330시간에서 108시간을 뺀 222시간에 해당하는 종합조사 10구간의 최대 급여 2,945,000원을 받는다. 이를 서비스단가(14,020원)로 나누면 210시간가량이 나온다. 이렇게 산출된 요양급여와 활동지원 보전을 더하면 318시간을 받을 수 있다. 장기요양 급여로는 목욕, 식사 등을 받고, 외부 활동은 활동지원으로 받게 되는데 서비스 연속성이 없어 효율적인 생활지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정덕교 씨는 사지마비 장애인으로 총 837시간(복지부 330시간, 경기도 467시간, 의정부시 40시간)의 활동지원을 받고 있지만, 500시간 이상이 깎일 위기에 처했다. (사진=정덕교 씨 가족 제공)

지자체 추가지원 500시간 끊길 위기… “죽으라는 말인가”

문제는 장기요양 등급이 나와 보전 급여를 받아도, 그동안 받았던 467시간의 경기도 지원과 40시간의 의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현재 많은 지자체에서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활동지원 24시간을 대신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 바뀐 65세 이후 활동지원 보전 제도에 대한 준비는 돼 있지 않아 시·도추가 지원책이 마련된 지자체가 없다. 정 씨가 살고 있는 경기도도 도추가 지원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을 뿐 구체적인 대안이 언제 나올지 모른다고 밝혔다. 정 씨의 불안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딸 정효선 씨는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후에 도추가 137시간이라도 받기 위해 경기도 측에 문의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정부의 65세 대책이 마련됐으니, 지자체는 지원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2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비서실에서는 활동지원이 아닌, ‘장기요양’ 급여를 늘리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효선 씨는 “한 달에 활동지원 500시간 이상을 추가로 받던 사람에게 그 시간을 빼앗는다는 것은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며 “경기도는 그동안 아버지가 24시간 지원이 필요하다며 추가시간을 줬는데, 65세 이후에는 추가지원이 없다고 한다. 죽으라는 말인가. 장기요양을 늘리겠다는 답변도 핵심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복지부는 지자체 추가지원은 지자체에서 해결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 여건에 따라 추가지원을 할 수 있다. 지자체 사회보장제도 신설에 대해서는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정 씨는 현재 장기요양 등급 외 판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활동지원 시추가 지원까지 유지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효선 씨는 아버지가 등급 외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경기도, 국민연금관리공단, 건강보험공단에 호소했다. 불안한 마음에 국제인권위원회에 편지도 썼다. 정 씨의 장기요양 등급/등급 외는 오는 25일, 노인장기요양인정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최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 보장하지 않는 정부 책임 커

복지부는 올해 65세가 도래하는 활동지원 수급자(1956년 출생)는 약 1,600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활동지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인원을 약 70명으로 추정했다. 전체 중 고작 4.4%다. 보전 받더라도 정 씨처럼 24시간이 필요한 장애인에게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 보전된다. 효선 씨는 “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은 아버지에게는 못 먹는 떡일 뿐”이라며 “전에는 이것도 없었는데 이 정도라도 주는 게 어디냐는 식이다”라고 분노했다.

장애계는 장애가 있는 노인에게 더 주어져야 할 지원을 거꾸로 깎아버리는 활동지원법의 65세 연령제한이 전면 개정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정덕교 씨 사례는 활동지원 65세 연령제한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라며 “65세가 되더라도 활동지원 시간이 유지되는 건 최소한의 기본적인 요구”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일 장애인활동지원법 일부 개정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부대의견에서 “복지부는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수급자가 65세에 도래하여 노인장기요양급여 수급자로 전환될 때 급여량이 감소하는 문제를 차질 없이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을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1년까지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국회에서도 근본적 대책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딸 정효선 씨가 65세 이후에도 활동지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복지부, 경기도, 의정부시, 국회의원, 시의원에게 보낸 편지는 300여 통이 넘는다. 그러나 정덕교 씨가 65세가 된 시점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효선 씨는 “목숨 구걸이 지친다”고 토로했다. (사진=정덕교 씨 가족 제공)

효선 씨는 아버지가 65세가 되기 전부터 활동지원 시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복지부, 경기도, 의정부시, 시의회 관계자에게 손 편지 300여 통 이상을 보내며 호소했다. 지난해 7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활동지원법 개정안 발의 국회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그만큼 절실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65세가 된, 이 시점에도 활동지원이 끊길까 발만 구르고 있다. 효선 씨는 “65세 연령 제한을 둔 활동지원법 자체가 인간의 목숨을 놓고 저울질하는 만행이다. 잘못된 제도 탓에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이 목숨을 구걸하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근본적으로는 최중증장애인의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을 회피하는 정부의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 씨는 사지마비 장애인임에도 종합조사표를 통해 활동지원을 330시간밖에 받을 수 없었다. 정다운 정책실장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활동지원은 하루 최대 16시간이다. 정덕교 씨처럼 24시간 활동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조차 하루 11시간밖에 지원하지 않는다”라며 “이번 사건은 정부의 최중증장애인 24시간 지원에 대한 책임 회피와 65세 연령 제한이라는 무책임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하며,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기사제휴=허현덕 비마이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