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대구경북 출산지원(상)] ‘받고 더블로 가’ 0원부터 700만원까지 현금지원 경쟁

재정자립도 낮아도···지자체들 “안 줄 수가 없다” 
"어딘 얼마" 형평성 문제, "돈 준다고 애 낳나" 효용성도 의문

15:29

[천차만별 대구경북 출산지원(하)] ‘잡화점의 기적은 없다’ 지원 서비스, 효능감 부족

‘지역소멸’ 위기에 있는 경북 기초지자체들이 출산지원금을 ‘더 많이’ 현금으로 주는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 대구는 지원하는 지자체가 적고, 하더라도 소액에 불과했다. 지자체들은 현금성 출산지원이 효과가 적은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불가피함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출산지원금을 지급해도 실제 효과는 없고 지방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걱정했다.

20일 <뉴스민>이 정보공개청구와 임신육아종합포털 등을 참고하여 대구 8개 구‧군과 경북 23개시‧군의 출산지원 정책을 조사했다. 대구 기초지자체 3곳(서구‧북구‧수성구)을 제외하고, 대구‧경북 모든 기초지자체가 현금 지원을 하고 있다. 이 중 달서구만 첫째 출생에 따른 현금 지원이 없고 다른 모든 지자체가 첫째 출생부터 현금으로 지원금을 주고 있다.

출산지원금은 출산 시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출산축하금, 평균 2년에서 최대 5년까지 정도 지급되는 출산장려금, 첫돌(출생 후 1년 후) 무렵 지급되는 돌축하금까지 여러 항목이 있고, 이에 따라서 지역별로 총액이 큰 차이를 보인다.

▲ 임신육아종합포털 사이트 갈무리

대구는 시 차원에서 지급되는 축하금과 장려금은 모두 둘째 이상부터 받을 수 있다. 첫째부터 지원하는 중구‧남구‧달서구는 일시금으로 지급되고, 금액도 10만원~ 50만원선으로 경북에 비해 소액이다. 다만 동구의 경우, 신생아 통장을 개설해야 10만원을 지급한다.

첫째가 출생하면 50만 원을, 셋째 이상에는 100만 원을 지급하는 대구 중구 보건소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아이를 출산한 가정에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 지급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 남구는 첫째만을 대상으로 10만 원을 지급한다. 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대구시가 첫째 출산시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보완적 개념으로 첫째 만을 대상으로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중구, 동구, 남구, 달성군이 첫째를 기준으로 출산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달서구는 셋째 이상부터 지급하나 다섯째일 경우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한다. 다만 대구시를 포함한 대구 기초지자체는 출산지원금을 현금으로 주는 곳도 적고, 금액도 경북에 비해 적은 편이다.

현금 지원을 하지 않는 곳은 다른 시‧군구에 비해 인구 유출 문제가 덜 심각하거나, 재정 부담을 미지원 이유로 설명했다. 대구 수성구 보건소 관계자는 “대구시 지원 사업 외에 수성구 자체 출산지원 정책은 없다”며 “수성구의 인구 유출 문제가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해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대구 서구 보건소 관계자는 “우리 구의 경우는 인구유출이나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재정 여건상 현금 지급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경북은 재정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도 모든 지자체가 출산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2021년 전국 평균 지방 재정자립도가 43.58%인데, 경북에서 가장 높은 구미시도 29.11%에 불과해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출산지원금 총액이 경북에서 높은 순으로 이들의 재정자립도를 보면, 봉화군(6.74%), 울릉군(9.21%), 울진군(11.16%), 청송군(6.9%) 등으로 재정 상황이 나쁜 편이다.

▲ 경북 23개 지자체가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첫째 기준, 축하금과 장려금 통합) 지급 순위와 재정자립도 비교

경북은 지역 상황에 따라 금액이나 지급 방법은 달랐지만 지급하지 않는 지자체는 없다. 특히 인구소멸위기 지역일수록 첫째부터 지급 금액도 크고, 둘째 이상 지원도 더 커지는 양상을 보인다. 경북 지자체 23곳 중 첫째 기준으로 300만원 이상 지급하는 곳이 12곳이다.

지원 금액이 가장 많은 경북 봉화군은 일시 지급되는 출산축하금 100만 원과 5년 동안 분할 지급되는 출산육아지원금 600만 원을 더해 첫째부터 최대 7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둘째는 1,000만 원(출산축하금 100만 원+출산육아지원금900만 원), 셋째 1,600만 원(100만 원+1,500만 원), 넷째 이상은 1,900만 원(100만 원+1,800만 원)으로 늘어난다.

그럼에도 봉화군 출생아 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봉화군 보건소에 따르면, 최근 출생아는 2018년 159명, 2019년 141명, 2020년 107명으로 줄었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37명이 출생해서 연말까지 100명이 안 될 것으로 추정된다.

봉화군 보건소 관계자는 “지원 금액을 늘려도 매년 출생아는 줄어든다. 지역에 일자리가 적어 젊은 부부들이 적다”며 “지자체 재정에 부담이 가지만 지자체 분위기상 늘렸으면 늘렸지, 안 줄 수가 없는 분위기다. 다만 (봉화군은) 더이상 지원금 상향은 안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봉화군과 울릉군 다음으로 경북에서 지원금이 큰 울진군도 지원 정책의 효과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울진군 보건소 관계자는 “우리 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저출생 상황에서 정책의 효과를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며 “가임기 여성 자체가 적은 시골 쪽에는 인구 자체가 많지도 않고, 당연히 출생아들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울진군 신생아 출생 현황은 2018년 252명, 2019년 242명, 2020년 206명, 2021년(상반기) 100명이다.

지난해 170만 원(첫째 기준)에서 580만 원으로 지원액이 상향된 청송군의 경우 2018년 85명, 2019년 123명, 2020년 78명이고 올해 상반기는 43명으로 금액 상향 효과를 확인할 수 없다. 청송군 관계자는 “군 자체가 인구가 적다보니 출생아 숫자가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며 “출산지원금을 많이 주던 지자체가 아니었는데, 작년에 금액을 많이 증액했다. 출생아 숫자가 적다보니 금액 자체는 지자체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재정자립도 낮아도···지자체들 “안 줄 수가 없다” 
“어딘 얼마” 형평성 문제, “돈 준다고 애 낳나” 효용성도 의문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유아교육보육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이 2019년 ‘제20차 저출산 고령화 포럼’에서 발표한 전국 지자체 저출산정책 담당 공무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1.1%가 현금지원사업 확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로 ▲지자체간 과도한 경쟁(70.7%) ▲지자체 주민 간 형평성 문제(66.9%) ▲지자체 재정악화(52.6%) 등을 꼽았다.

지자체들은 실제 받을 사람도 줄어들고, 효과는 반신반의하지만 다른 지자체와 지급액을 비교하며 더 줘야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경주시 보건소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기도 하고, 시민들 관심도 높다. 인구 소멸 문제가 심각한 곳이 많다보니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 금액을 각 지자체들이 올리는 분위기”라며 “그러다보니 지역 간 비교도 많이 된다. 우리가 적게 주는 편인데, 가까운 시군구랑 비슷한 금액을 맞춰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각 지자체별 출산축하금(일시 지급)과 출산장려금(분할 지급) 현황. 첫째와 둘째 이상 구분 없이 동일 금액을 지원하거나 차등을 둬 금액이 배로 뛰는 경우도 있다. 첫 돌 축하금이나 산후조리비 등을 현금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지급 일시와 방법, 기준 등은 각 지자체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금 지원 정책은 효과도 미흡하고, 지자체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보영 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지역및복지행정학과 대학원) 부교수는 “현금 지원은 큰 규모 재정을 움직일 수 있는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해서 형평성 있게 배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1인당 얼마는 그냥 눈에만 확 들어오지 그에 따른 효과는 미흡한 것이 문제다. 지자체 간에 비교가 되다보니 경쟁 구도처럼 치닫는 것도 현금 지원의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 연구위원은 이런 정책을 한 마디로 “애는 안 나오지만, 표는 나오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이상림 연구위원은 “뭐든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에 하고 있지만 효과는 없다”며 “지역에 남아있을 사람을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허위전입 등으로 인구 지표 왜곡만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지자체일수록 대부분 재정상황이 안 좋다. 형평성 이야길 하면서 지역 간 같은 액수로 지원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지자체 간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도 위험하다”며 “해남의 역설처럼 일시적으로 출생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데 지원을 받고 다들 지역을 떠난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말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