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대구경북 출산지원(하)] ‘잡화점의 기적은 없다’ 지원 서비스, 효능감 부족

현금 외 출산 지원 서비스, 없거나 있어도 천차만별
경북은 대구 비해 많지만 '셋째 이상' 선별 지원 많아
지난해 11월 울진 공공 산후조리원 개소···상주, 김천도 개원 앞둬

16:52

[천차만별 대구경북 출산지원(상)] ‘받고 더블로 가’ 0원부터 700만원까지 현금지원 경쟁

‘초저출산’ 시대 대구‧경북의 출산 지원 정책은 현금 지원에 쏠려있고, 출산 지원 서비스는 빈약하다. 일부 출산 지원 서비스도 특정 조건을 갖춰야 하는 선별적 정책이라 효능감을 느끼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고른 정책 지원에 더해 지자체 상황에 맞는 서비스로 출산 전반의 불편함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일 <뉴스민>이 정보공개청구와 각 지자체 홈페이지 등을 참고해 대구 8개 구‧군과 경북 23개시‧군이 지원하는 출산 지원 서비스을 살폈다. 경북은 경북도와 4곳(포항시, 구미시, 군위군, 울릉군)을 뺀 모든 지자체가 추가로 출산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대구는 대구시와 북구, 달서구, 달성군만 추가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구의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 외에 대구시가 출산축하용품세트를 지원하고 있다. 달서구는 대구시 지원에 추가로 출산지원용품을 지원하고, 다자녀가정 입학준비금(20만 원)도 지원한다. 입학준비금은 셋째 이상 자녀에 한정되고, 입학년도에 한해서 지원된다. 북구는 넷째 이상 가정에 필요한 경우 신청을 받아 카시트가 구비된 차량을 대여하고, 달성군은 유모차 대여 사업을 하고 있다.

▲달서구는 대구시와 별개로 추가로 출산지원용품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달서구청 제공)

경북은 대구에 비해 출산 지원 서비스 종류는 많다. 정부에서 소득에 따라 선별 제공하는 사업을 지자체 예산을 보태 추가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정부에서 중위소득 150%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사업을 소득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하거나(경주시, 성주군), 사용 일수 확대(영천시)나 자기부담금을 지원(김천시)하는 등 지원 방식은 지자체마다 달랐다.

경북 11개 시·군(김천시, 안동시, 상주시, 경산시,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성주군, 예천군, 봉화군, 울진군)은 신생아에게 건강보험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다만, 셋째 이상이나 다문화 가정이라는 조건을 내걸어 혜택은 제한적이다. 산모에게 보약을 지어주거나(영천시, 영주시), 연간 5만원 정도 가족진료비(영양군, 칠곡군)를 지원하는 것도 셋째 이상 출산을 할 경우로 한정했다.

영천시, 김천시, 영주시, 문경시, 의성군, 청송군, 영양군, 청도군, 칠곡군 등 경북 7개 시·군이 금액이나 용품 종류는 달랐지만 현물로 출산축하용품도 지급하고 있다. 그 외에도 ▲돌사진 촬영비 지원(영주시, 의성군) ▲아기주민등록증(영주시, 청도군) ▲난임부부 교통비 지원(상주시) ▲택시비 지원(영천시)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경북은 대구에 비해 다양한 출산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역별로 차이가 컸다.

예천군 보건소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어떤 정책을 한다하면 우리 지역에서도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 경북 지자체들 간에 자연스럽게 비교가 된다. 사실 어느 지역에나 산모들이 보편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혜택을 받는 산모들도 지자체들 간에 출산 지원 정책을 비교하면서 더 혜택이 많은 곳으로 허위 전입 신고를 하거나, 우리쪽에서 혜택을 받고 다른 지역으로 나중에 빠져나가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상주시 보건소 관계자는 “경북 지자체 간 서로 영향을 받는 분위기가 있다. 좋은 정책이 있다면 서로 참고한다”며 “한정된 예산이 있다보니 모두에게 지원을 해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초저출산’ 시대 대구‧경북의 출산 지원 정책은 현금 지원에 쏠려있고, 출산 지원 서비스는 빈약하다. 일부 출산 지원 서비스도 특정 조건에 따른 선별이라 정책 효능감을 느끼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사진=대구시 제공)

지자체별 천차만별 서비스 
기본 인프라 조성 필요 
공공산후조리원 건립 늘어

현행 출산 지원 서비스는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이고 실질적인 출산 장려 유인책이 될 수 없다는 걸 관계자들도 알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금 지원 대신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장기적 목표를 세워 출산 기본 인프라 조성을 통한 효능감 있는 복지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보영 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지역및복지행정학과 대학원) 부교수는 “지자체는 현금 지원을 할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상황과 필요를 파악하면서 지자체라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한다”며 “그를 바탕으로 적절한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 연구위원도 “청년들이 떠나지 않을 도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청년들이 그 도시에서 자리를 잡고 살 수 있는 정주 인프라를 만들기 위한 장기적 목표가 필요하다. 지금의 출산지원 정책은 돈은 돈대로 쓰면서 단기적 목표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출산을 했거나, 할 예정인 지역주민들도 출산 지원 서비스의 방향이 인프라를 조성하는데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 예천군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나리(가명‧36) 씨는 “현금 지원 외에 딱히 제공하는 지자체 지원 정책을 모르겠다”며 “(출산 서비스) 지원 대상 제한을 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문제는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산후 조리나 출산 육아 지원 서비스 자체가 거의 없다는 게 문제인 거 같다”고 토로했다.

대구 달성군에서 첫째를 출산한 강은애(35) 씨는 “대구는 경북에 비해 태어나는 아기들이 많다보니 지원 서비스가 더 적은 것 같다. 나는 제왕절개로 출산을 하고, 산후조리원에 갔는데 병원비와 조리원 비용만 400만원정도 썼다”며 “대부분 산후조리원을 필수로 이용하는데, 지자체에서 이런 부분을 지원해주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고 말했다.

▲ 울진군 공공산후조리원 전경(사진=울진군 제공)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공공 산후조리원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북 최초로 울진에 공공 산후조리원이 문을 열었고, 8개월 간 80여 명이 이용했다. 울진군 보건소 관계자는 “개원 전에는 지역에 산후조리원이 없어서 산모들이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갔다”며 “이용하는 산모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하니 90%가 만족한다고 답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했다. 김천시와 상주시도 내년 개원을 목표로 현재 공공 산후조리원을 짓고 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산모의 건강권, 모성권 보호라는 측면에서도 산후조리가 중요하다”며 “보통 산후조리원을 2주정도 이용하는데 30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경제적 상황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민간 서비스도 천차만별인데, 하나마나한 정책보다는 실질적으로 산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