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교협 시사 칼럼] 자본주의에 올라탄 신자유주의자들, 그들을 경계하라 / 손광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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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가격이 오르면 자본가에게는 손해다. 구매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상품가격이 오를 때는 일반적으로 보호무역이 실시될 때다. 예를 들어, 곡물 수입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그렇게 되면 구매능력이 감소하여 자본가는 손해를 본다. 자본가에게는 상품가격 하락이 유익하다. 상품가격 하락은 자유무역하에서 흔히 발생한다. 수입, 수출이 자유로워 상품가격이 하락하고 그렇게 되면 자본가의 구매능력은 높아진다. 자본가가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자본가는 사실 상품가격이 상승할 때에도 돈을 번다. 금융 및 실물투자로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임금노동자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자본가의 눈으로 보았을 때 임금이 생계의 적정 수준을 초과하게 되면 노동자는 게을러지거나 잉여임금을 축적하여 자본가의 경쟁대상으로 성장할 위험이 있다. 굳이 고전주의 정치경제학자들, 예를 들어,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이나 데이비드 리카도의 ‘임금 철창의 법칙’(the iron law of wages)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노동자의 임금은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고정되는 특징을 보인다. 노동자들에게는 미래에 투자할 시간도 자본도 없다.

결국, 자본가는 어떤 상태에서도 꾸준히 부를 축적하는 반면 노동자가 자본을 형성하기는 하늘에서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전형적인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에서 중하위층의 실질소득이 1970년대 이후 정지 또는 감소한 반면 부유층의 소득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2020년 미국연방준비제도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가장 부유한 50명의 자산이 미국 인구의 절반인 하위 1억 6,500만 명의 자산을 모두 합친 것에 육박한다고 한다. 데모할 때도 성조기가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최상위 1% 집단의 소득 비중이 2004년 10%대에 진입한 이래 줄곧 상승하여 2017년 15%대를 돌파했고, 상위 10%의 소득 비중이 2017년 기준으로 50%를 넘어섰다.

▲개인의 이기적 탐욕을 무한히 확장할 자유, 그리고 소수에 의한 정치·경제·사회적 지배를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자들, 그들의 이름은 신자유주의자이다. (사진=https://pixabay.com/)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2항은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헬조선‘이나 ’흙수저‘, ’금수저‘로 상징되듯 소득의 불균형과 부의 세습으로 인한 경제적 신분제도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이 현대판 카스트제도는 어느 누가 인위적으로 창설하지는 않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필연적 귀결로 출현하였다. 자본을 세습한 소수의 부자 또는 자본가가 더 많은 부를 획득하고 가난하게 태어난 다수는 생계유지의 현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 소득불균형과 세습의 이 악순환의 고리가 끊임없이 반복된다면 그 결과는 민주주의의 파괴이다. 소수에 의한 다수의 지배이다.

개인의 이기적 탐욕을 무한히 확장할 자유, 그리고 소수에 의한 정치·경제·사회적 지배를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자들, 그들의 이름은 신자유주의자이다. 자유 지상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 그의 사상을 미국에 이식시킨 시카고대학의 밀턴 프리드먼, <선택할 자유>를 검찰 생활의 철칙으로 삼았다는 국민의힘의 고래급 대선 후보, ’경쟁‘을 ’공정‘의 대명사로 착각하는 야당의 대표, 맘몬주의에 빠져버린 종교, 이겨야 성공한다고 가르치는 교육, 기득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언론,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관료들이 바로 그들이다.

신자유주의는 원래 자유시장을 열렬히 지지하는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이론으로 출발하였다. 세계 양차 대전을 겪으며 집단주의의 위험을 경험한 그들은 집단주의의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동시에 고전주의 경제학 이론을 이어받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국가개입경제, 따뜻한 경제도 집단주의적 성격의 공산주의경제로 낙인찍었다. 1947년 하이에크는 스위스의 한 산장에 프리드먼 등의 경제학자, 칼 포퍼를 포함한 철학자와 역사학자, 그리고 중세로부터 이어온 황족 후예와 대부호 39명을 초청하고 케인스경제학과 공산주의를 규탄하는 모임을 결성하였는데 이것이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on Pelerin Society)이다.

몽펠르랭 소사이어티는 집단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자유주의를 옹호하면서 시작한 경제학 학술연구모임이었지만 점차 경제학을 넘어 철학과 역사, 정치와 교육의 전 영역으로 뻗어 나갔다. 1970년대 미국과 영국을 강타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기회로 세계의 주류 경제학으로 부상한 이들은 미국 정가에 네오콘을 형성시키는 한편 미국 재정부의 역할을 월가의 금융자본과 이와 연결된 미국연방준비은행으로 대체하였다. 금융자본이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게 되었으며 작은 정부와 큰 시장의 기치 아래 규제 철폐, 구조개혁, 민영화, 노동 유연화를 진행해 나갔다. 국제통화기금 등의 국제기구를 손에 쥔 미국은 차관받는 국가에 미국식 시장경제를 강제로 이식시키는 한편, 이들 국가에 강자생존의 시장프로젝트를 공교육과 정치의 이데올로기로 주입시켰다.

세계 양차 대전과 자본주의의 실상을 직접 경험하면서 시장경제가 몰고 온 인류사적 충격을 고찰한 헝가리 정치경제학자 칼 폴라니는 그의 저서 <거대한 전환>에서 우리 시대의 시장자유주의, 곧 신자유주의를 권력이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교묘히 이용하여 개인을 공동체에서 분리하고 그리하여 소수의 지배를 용이하게 하고자 폭력적으로 개입한 결과라고 정의하였다.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에 세뇌된 정치가와 종교인, 언론과 교육, 검찰과 관료들은 자신들이 쇠사슬에 묶인 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이웃과 사회를 약육강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그들을 경계하라!

손광락 경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