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악당’ 갈림길에 선 한국, 탄소 중립이 성공하려면

<대구를 바꾸자! 2022년 시대전환 아카데미⑥>
한국정부의 탄소중립의 상징성과 대구

19:20

빌 게이츠가 최근 기후 위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빌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을 발간했어요. 그가 이혼한 건 다들 잘 아시겠지만, 이런 건 잘 모르셨죠? 심각한 지구적 문제를 풀기 위해 빌 게이츠는 ‘정부와 시장 정책 그리고 과학적 매커니즘’을 강조하고 있어요.

<뉴스민>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2‧18안전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2년 시대전환 아카데미’ 시리즈 6회차 강연이 30일 오후 4시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열렸다.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부(에너지정책 전공) 교수가 ‘한국 정부 탄소중립의 상징성과 대구’라는 제목으로 강연에 나섰다. 진 교수는 역대 정부의 환경 정책을 평가하고, 기후 위기에 대한 정부 대응을 주문했다.

▲ 30일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가 ‘한국정부의 탄소중립의 상징성과 대구’라는 제목으로 강연에 나섰다.

진 교수는 빌 게이츠와 자신의 관점은 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진 교수는 “IT전문가 출신으로 과학 기술을 신뢰하는 그와 달리 나는 정부와 시장 정책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시민사회가 기후 위기 해결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제 사회가 기후변화 협약을 채택한 것이 1992년, 그때로부터 30년이 지났다. 진 교수는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자고 전 세계가 약속했지만, 그동안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1993년 기후변화 협약에 가입했다. 진 교수는 “교토의정서(1997년)는 선진국 중심으로 줄이자는 것이고, 파리협정(2015년)은 지구 평균 온도를 1.5℃ 정도 줄이자는 내용”이라며 “이후 유럽에서는 2050년까지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하자는 ‘탄소중립’ 선언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진 교수는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 교수는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7위 정도다. 참고로 중국이 1위”라며 “그런데 인구 대비 1인당 배출량으로 계산하면 한국은 3위고, 미국이 1위”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석유화학 중심 산업 구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관련 시장 정책 차원의 문제로 봤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시장 정책 변화와 함께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정부 차원 기후 대응이 늦었다고 본다.

▲ 진상현 교수는 역대 정부가 환경에 대한 철학이 부족하고,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역대 정부의 환경 정책에 대한 진 교수의 생각은 어떨까? 진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과 위원회, 감축 시나리오 등이 나왔다”며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에서 만든 시나리오 중 가장 큰 감축 목표인 30%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과감한 선택을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온실가스를 줄이지는 못했다. 진 교수는 “이명박 정권이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줄이려는 노력을 했지만 한 마디로 성과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환경 정책은 한 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을 그대로 물려 받았다’고 했다. 진 교수는 2015년 당시 정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37%를 줄인다고 한 것을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본인만의 환경 아이디어가 없었다. 당시 파리협정 체결 등 세계 정세가 환경 문제를 논의할 때였다. 우리 정부는 실천 의지나 실행력 등을 따져 목표를 세운 것이 아니다. 외교적 차원에서 눈치를 보며 나온 결과”라고 아쉬워 했다.

진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탈원전 정책 등으로 환경에 적극적이라고 자칫 착각한다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공약 중 기후 대응 부분은 환경부 조직 개편 정도가 다였다. ‘탈석탄’ 정책도 있었지만 그건 기후 대응 차원이 아니라 미세먼지 대책”이라며 “그린 뉴딜이 나온 것은 최근 코로나19 상황 이후 나왔다”고 했다. 지난해 10월에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배출전망치 대비 30%로 공식화했다.

진 교수는 지금 한국이 기후변화 대응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갈래 길이 있다. 미국, 캐나다처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GDP가 순위가 높은, 지구를 망치는 나라가 있다. 아니면 독일, 핀란드, 노르웨이처럼 경제 소득도 높고 친환경적인 나라가 있다. 한국은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진 교수는 “권영진 대구시장도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 대표로 선언을 한 뒤 뒤늦게 탄소중립 등 환경 문제에 관심이 가지기 시작했다”면서 “목표나 선언만이 아닌 실천이 따라야 탄소 중립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 목표에 따른 구체적 계획을 만들지 않으면 (대통령과 지자체장들의 선언한)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 김은영 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보제발제를 통해 시민사회단체가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극적으로 의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영 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의 보조발제도 이어졌다. 김 사무국장은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기후위기 의제를 제시해 선거 출마자들 공약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현재 대구시 녹색환경국이 에너지, 교통 등 환경정책을 담당하는데, 할 수 있는 영역이 적고 실행력이 떨어진다”며 “부서 간 협업이 가능한 행정 구조와 기후부시장 임명 등 관련 역량을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탄소중립 계획만 수립하지 말고, 매년 계획한 목표량 만큼 감축이 되고 있는지 점검하면서 시민들에게 보고해야 한다”며 “광주는 광주기후환경센터에 동네별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제공해 사람들이 ‘자신의 일처럼’ 움직이게 독려한다.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 형성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편, <뉴스민>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2‧18안전문화재단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다가오는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위한 시대 전환 과제를 모색하는 시리즈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를 바꾸자! 2022년 시대전환 아카데미’는 부동산, 공공의료, 교육, 안전, 청년, 복지, 자치, 젠더, 환경, 건강 주제를 차례로 지난 8월 26일부터 격주로 진행하고 있다. 다음 회차는 내달 14일과 27일에 예정돼 있다. 14일은 <뉴스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한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