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슬로건이 컬러풀 대구인데요. 우리는 여기서 테러리스트라는 말을 들어요. 혐오와 차별에도 행정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아요”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6일 저녁 7시 옛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평등이어말하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집중행동을 열었다. 경북대 무슬림 학생 무아즈 씨는 이날 행사에 참여해 이슬람 사원 건축 중단 사건과 그 과정에서 겪은 무슬림 차별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날 집중행동에는 무아즈 씨를 비롯해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등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모여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손홍매 이주노동자 활동가는 코로나19 유행 초기 이주노동자가 겪은 의료공백과 차별에 대해 말했다. 손 씨는 “마스크 배급제 당시 미등록 이주민은 마스크를 살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이주노동자 단체가 마스크 나눔에 나서서 다행이었다”며 “대구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치료 지원을 받을 곳도 없어졌다. 인도적 차원에서 건강을 지키는 조치들이 미등록 이주민이라고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차명희 대구경북에이즈예방협회 활동가는 “HIV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병원에서 수술도 못 받는다. 응급 수술을 하려 해도 오라는 병원이 없다. 병원에 가도 수술은 안 하고 침대에 눕지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며 “에이즈는 죄가 아닌데 죄인처럼 차별받는다. 감염인도 사람이다. 인권이 있고 함께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성소수자라고 밝힌 대구시민 김태영 씨는 “같은 여성을 사랑했다. 한때 지나가는 일이라 생각하고 나를 부정했다. 사회가 동성애자를 다룰 때 그렇다고 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서른이 넘도록 여전히 축구가, 바지가, 여성이 좋다. 정체성은 마음대로 바뀌지 않는데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지워지고 차별당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 사회가 평등으로 나아가기 위한 합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장애인, 청소년, 청년 여성의 ‘평등이어말하기’가 이어졌다. 이들은 행사를 마치고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당사 앞까지 행진했다.
현재 국회에는 어떤 이유에서든 차별을 해 부당한 처우를 행위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안이 다양한 이름으로 발의된 상태다. 정의당 장헤영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이 있고,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이상민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 등이다. 지난 6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국민 동의 청원도 10만 명을 넘어서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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