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청소년이 말하는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가 필요한 이유

'청소년 노동인권을 위한 시민행동' 토론회 개최

11:09

청소년 활동가들이 대구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대구 첫 청소년 노동인권조례 제정에 앞선 이주한 서구의원(더불어민주당, 비산2·3·4·6, 평리1·3동)도 발제자로 나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13일 오후 대구 중구 ‘창의공간 온’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제정을 위한 ‘청소년 노동인권 대화장’이 열렸다.

13일 오후 대구 중구 ‘창의공간 온’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제정을 위한 ‘청소년 노동인권 대화장’이 펼쳐졌다. 먼저 심순경(19) ‘청소년 노동인권을 위한 대구시민행동’(초록보리) 활동가는 첫 발제자로 나서 청소년 노동 상황을 전했다.

대구 청년유니온은 지난 6~8월 대구 소재 6개 고등학교 학생 등 10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노동 인권 실태 설문 조사를 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받은 청소년은 10명 중 4명에 미치지 못했고(36.4%), 부당한 경험을 당해도 참고 일한 경우(42.6%)가 많았다. 대처하지 않은 이유는 상대하기 귀찮거나(54.1%), 문제제기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48.6%)고 생각해서 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27%)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답도 나왔다.

심순경 활동가는 “일하는 청소년들이 노동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일터에서 존중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실효성 있는 노동 교육이 없고, 관련 정책과 제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건휘 청소년유니온 사무국장도 “대구 달서구의회에서 청소년 인권조례 제정을 시도했다가 결국 무산됐다. ‘학생들은 공부를 해야한다’거나 ‘학생들에게 노동 편향적 경제 관념을 주입한다’ 등이 이유로 나왔다”며 “청소년 아르바이트 경험은 10명 중 4, 5명에 해당할 정도로 많고,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노동자로서 권리를 침해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무국장은 발제를 통해 “노동권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함께 청소년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전달하고, 연대를 통해 문제 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가 임금노동자가 되지만
주휴수당이 뭔지 모르고
직장내괴롭힘 대응 방법도 몰라
노동 인권 교육이 필요한 이유

세 번째 발제자 박경순 노무사(전국금속노동조합 경주법률원)은 예비 임금노동자로서 청소년에게 노동 인권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노무사는 “대다수가 임금노동자가 되는 상황에서 학교에서 노동인권 교육이 없다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주휴수당, 연차, 직장내괴롭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른다”며 “대구시나 대구고용노동청에도 청소년 노동 인권 향상을 위한 사업이나 전담 부서가 없다”고 말했다.

박 노무사는 관련 예산과 부서, 대응이 부족한 이유로 “노동관계법령에서 이를 규율하지 않았고, 대구시에 관련 조례도 없어서 그렇다”면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가 있는 지자체에서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청소년 알바 친화 사업장 선정 ▲청소년 또래 노동인권상담사 양성 교육 ▲청소년 노동인권 관련 홍보물 제작 및 배부 ▲청소년 노동인권 캠프 등을 한다고 했다.

▲ 대구 첫 ‘청소년 인권조례’ 제정에 앞선 이주한 서구의원(더불어민주당, 비산2·3·4·6, 평리1·3동) 도 이 자리에 참석해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국 71곳에 청소년 노동 인권 조례
대구는 서구가 처음

마지막 발제자는 대구 서구에서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 및 증진 조례’를 대표 발의한 이주한 서구의원이 나섰다. 서구는 지난달 22일 대구 기초의회 중 가장 먼저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를 제정에 성공했다. 다만 조례명은 ‘노동인권’ 대신 ‘근로 권익’이라는 표현을 썼다. (관련기사=서구의회 대구 첫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제정(21.10.26))

이 의원은 “대구시의회를 포함한 수성구, 달서구, 달성군, 중구 등에서 청소년 노동 인권 조례가 발의됐지만 번번이 부결됐다”며 “저도 지난번에 조례를 발의했을 때 3일 동안 문자 270통을 받았다. 의원들 전체로는 문자를 1,000여 통 받은 걸로 안다. 내용보다 ‘인권’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조례를 통해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구시에는 서구가 처음이지만, 타 시·군·구 조례 제정 현황을 보면 전국 71곳에 관련 조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결됐다고 손을 놓을 것이 아니라 공청회 등을 통해 구민 의견을 듣고, 이견을 좁히는 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2부 순서로는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제정 및 확산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주제로 자유토론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2개 조로 나눠 조제 제정 및 확산을 위해 필요한 활동과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자유롭게 이야기 했다.

▲ 2부 순서로는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제정 및 확산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주제로 2개 조로 나눠 토론을 진행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