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보내며] (2) 아사히글라스 공장에 ‘복직’꽃을 피우려는 사람들

    23:22

    구미4국가산업단지에는 7년 째 철수하지 않는 텐트가 있다. 장기캠핑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법의 속도가 느려 철수할 수가 없었다. 8년 차를 앞둔 2021년 12월 31일,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을 만났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는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소리 들었을 당시, 아사히가 우리를 인정하는구나, 기분은 좋은데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올해 2월 아사히글라스 쪽에서 노조 지회장을 제외한 복직을 제안에 대한 오수일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의 답변이었다.

    ▲2017년 1월 25일, 경북 구미 아사히글라스 천막 농성장에서 만난 오수일 씨.

    올해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2015년 공장에서 쫓겨난 이후 횟수로 7년 차였다. 파견법 위반 형사재판 선고를 앞둔 2월, 회사 쪽에서 직접 해고노동자들을 만나, 복직 또는 일시 위로금 제안을 했다. 2019년 민사소송에서 아사히글라스가 하청업체 GTS(지티에스) 소속 해고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변화가 없었던 터였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이제 인정하는구나. 승리구나 생각했죠. 6년 동안 우리하고 상관없다고 했는데, 유일하게 하청하고 상관없이 단독으로 대표이사가 나와서 고용하겠다고 하는 순간 싸움은 우리가 이겼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일시 위로금 3억4천만 원, 복직. 눈 딱 감고 지회장만 두고 복직했더라면 7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7년 동안 전국 곳곳을 다니며 투쟁하는 노동자를 만났던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단칼에 이를 거절했다. 안진석 조합원은 오히려 화가 났다고 한다.

    ▲2016년 1월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안진석. 천막농성장에서

    “내 자신도 반성되면서 화가 났어요. 지회장은 들어오면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회사에 부담되는 활동을 할 거다. 나는 지회장만큼 못할 거라고 생각하나. 밖에서라도 더 열심히 싸우자고 생각했어요.”

    8월 11일, 노조가 회사를 고발한 지 6년 만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형사1단독(재판장 김선영)은 파견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아사히글라스 대표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9년 아사히글라스가 지티에스(GTS)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민사소송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변화가 없던 터였다.

    차헌호 지회장은 “일본 사장 징역 6개월 선고했을 때는 너무 좋았다. 진짜 징역형이 나오는구나. 제조업 최초의 징역형이니까 뭔가 만들어냈구나. 조만간 끝나겠구나. 기대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빨리 끝나겠구나 생각도 사라지고. 재판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게 너무 답답하지요”라고 말해다.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8년 차를 앞두고 있다. 30대에 공장에서 쫓겨난 이들은 40대에 접어 들었다. 지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모두 입을 모았다. “얼마 안 된 것 같아요. 이제 날짜를 세지 않아요. 많은 기대를 안 하는 게 나아요. 끝까지 싸울 거니까요.”

    ▲2016년 5월 허상원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손님이 왔다고, 농성장 안 난로에 고구마를 굽던 허상원 조합원에게 내년 소망을 물었다. “올해는 우짜든 간에 마무리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내일 해맞이 하러 천생산에 빌러갑니다.” 단체로 가느냐고 하니, “혼자 갑니다. 다 안 가려고 하니 혼자라도 가는 거죠”라고 답했다. 모두 한바탕 웃었다.

    이내 다시 차분해진다. 2022년 바람을 물었다. 차헌호 지회장은 “노동부 행정명령 내렸고, 민사에서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고, 형사 재판에서도 불법 파견이라고 징역형까지 선고했는데, 그럼에도 법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고 있다. 끝까지 한 번 싸워봐라. 끝까지 싸웠을 때만 인정하겠다고 하니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일 부지회장은 “복직을 바라지만, 해왔던 것, 재판 과정을 보면 쉽지는 않다. 이길 수 있다는 것은 확고하다. 빠르면 좋겠지만, 늦어도 끝까지 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직이라는 꽃이 2022년에는 필 수 있을까. 조합원들은 2017년 출간한 책 <들꽃, 공단에 피다>처럼 서로에게,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희망을 틔우고 있다.

    취재, 촬영, 편집=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