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이어 삼성물산까지···구미서 대기업 철수 이어져

2019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수원 이전
지난 2월 LG전자가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접고
오는 11월 삼성물산 구미사업장 폐쇄 결정까지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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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미산업단지(구미산단) 내 대기업들이 연이어 사업 축소 또는 철수를 결정하면서 지역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맴돌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오는 11월 삼성물산 구미사업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은 1956년 제일모직을 통해 원단 생산을 시작한 지 66년 만에 직물 사업을 접으며 “그룹 모태사업의 의미가 있어 경영진이 사업을 유지하려 했지만 최근 4년 간 누적 적자가 80억 원에 달하는 등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은 2014년부터 삼성SDI 구미사업장의 일부 부지를 임차해 생산 공장을 운영해 왔다. 삼성SDI와 임대차 계약 만료 시점이 오는 11월임을 고려해 부지 확보, 분사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으나 국내 직물 생산시설의 경쟁력 저하 등의 이유로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구미산업단지 전경 [사진=구미시]

삼성물산 구미사업장에는 직원 90여 명, 협력업체 20곳 400여 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사업장 폐쇄 결정이 부당하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경영진은 사업상 부진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사업을 축소시켜 왔다. 모든 책임과 희생을 현업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해 묻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23일엔 LG전자가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접으면서 LG전자 구미사업장 노동자 500여 명이 인력 재배치를 기다리고 있다. LG전자는 2020년에도 구미의 TV 생산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했다.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도 가동 중단되는 공장을 늘리고 있으며 비산복지관, 기숙사 등 보유 자산을 매각 중이다.

인력 재배치가 진행되더라도 직원들은 기존 거주하던 구미, 대구 등 경북과 먼 파주, 서울 등지로 이전을 제시받아 불안해한다.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의 한 직원은 “이미 몇 차례 구미 인원이 파주로 전출 가거나 희망퇴직 한 상황이라 남은 사람들도 다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젠 대체로 순응하는 분위기”라며 “구미사업장은 몇 해 전부터 해외 출장이나 검수 위주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가족은 구미에 있고 본인은 파주에서 주말마다 내려오는 방식으로 근무하는 기러기 부모도 많다”고 전했다.

구미 소재 대기업의 이전은 최근 몇 년 새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구미에 있던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경기도 수원으로 이전한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생산물량 감소를 이유로 방위산업체인 한화 구미사업장이 충북 보은으로 이전을 결정했다.

지역 사회에서도 대기업의 탈구미는 고민거리다. 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해 9월 성명을 내 “대기업이 해마다 하나씩 구미를 떠나고 있다. 대기업에 각인될 정도로 기업 응원을 차별화하고, 탈구미 방어선 구축을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토기업과 중소기업 등 지역 경제의 허리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LG전자는 태양광 등 적자 사업을 빼고 LG이노텍이 들어오는 등 지역에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밖의 대기업은 언제든 수익이 나지 않으면 철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장기적으론 향토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지자체에서 교통·문화 등 지역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